게나 새우 요리를 좋아하시나요? 껍질이 딱딱해서 먹기 번거롭긴 하지만, 그 속살의 달콤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지요. 이들 갑각류는 절지동물문(Arthropoda)에 속하는데, 여기에는 곤충, 거미류, 다지류 등도 포함됩니다. 특히 곤충은 갑각류만큼은 아니지만 미래 식량으로 주목받고 있죠. 벼메뚜기, 밀웜(갈색거저리의 유충), 누에번데기는 동물의 사료뿐 아니라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식재료로 소비하고 있습니다. 절지동물은 단백질 함량이 아주 높습니다. 예를 들면 메뚜기나 새우는 단백질이 전체 무게의 약 30%로, 붉은 육류와 비슷한 수준이죠. 또, 철, 아연, 칼슘 같은 필수 무기질과 건강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 특히 오메가-3 지방산도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식재료로 접근하려면 방해가 되는 딱딱한 껍질을 벗겨야 합니다. 그 외골격은 도대체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을까요? 생명체를 구성하는 네 가지 주요 고분자인 탄수화물, 단백질, 핵산, 지질 중 어떤 것일까요? 놀랍게도 절지동물의 딱딱한 외골격의 주성분은 단백질이 아니라 탄수화물입니다. 탄수화물이라 하면 흔히 포도당이나 설탕, 전분처럼 물에 잘 녹고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물질을 주로 떠올립니다. 하지만 일부 탄수화물은 물에 녹지 않고 오히려 생물의 구조를 형성하는 물질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셀룰로스(cellulose)입니다. 셀룰로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유기화합물로, 강한 섬유다발을 형성하여 건축 자재로 사용되는 목재의 기계적 강도와 식물세포의 형태 유지에 기여합니다. 우리가 식품에 첨가하여 점성을 높이는 데 사용하는 전분과 셀룰로스는 모두 포도당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포도당 간의 연결 방식이 다릅니다. 전분은 포도당이 α(1→4) 글리코시드 결합으로, 셀룰로스는 β(1→4) 글리코시드 결합으로 연결되어 있죠. β결합은 포도당이 180도씩 뒤집히며 직선형 사슬을 형성하게 하고, 이 사슬들이 서로 빽빽한 수소결합을 이루어 견고한 섬유 구조를 만듭니다. 셀룰로스가 식물의 형태를 유지하고 나무에 강도를 부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절지동물의 딱딱한 외골격을 구성하는 탄수화물인 ‘키틴’도, 셀룰로스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키틴도 셀룰로스처럼 β(1→4) 결합으로 연결된 사슬 구조를 이루며, 분자 간 수소결합을 통해 단단한 구조를 형성합니다. 다만 키틴은 셀룰로스와 달리, 구성 단위체가 포도당이 아니라 ‘N-아세틸글루코사민(N-acetylglucosamine)’이라는 유도체입니다. N-아세틸글루코사민은 포도당에서 유도된 글루코사민의 아민기($\text{NH}_2$)에 아세틸기($\text{CH}_3\text{CO}$)가 연결된 형태입니다. 탄수화물의 일반식은 $\text{(CH}_2\text{O})_n$ 으로 탄소와 물이 결합한 구조이지만, 키틴은 질소를 포함하고 있죠. 이렇게 질소가 포함된 탄수화물을 아미노당(aminosugar)이라고 합니다. 글루코사민, 갈락토사민, N-아세틸글루코사민이 대표적이죠. 아미노당은 갑각류의 외골격을 구성하는 키틴뿐 아니라, 사람의 관절 연골의 주요 구성 성분입니다. 킹크랩이나 랍스터 같은 대형 갑각류를 섭취할 때는 껍질을 벗겨 먹지만, 작은 새우는 껍질째 먹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섭취한 키틴은 과연 소화가 될까요? 사람은 키틴을 분해하는 효소인 키티네이즈(chitinase)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 효소가 비활성 상태입니다. 일부 사람의 위액에서는 키티네이즈 활성이 관찰되기도 했지만, 키틴은 셀룰로스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은 분해하지 못하며 식이섬유처럼 작용하여 장운동을 도와줍니다. 키틴에 알칼리를 가하여 아세틸기를 제거하면, 키틴의 단위체인 N-아세틸글루코사민의 일부가 글루코사민으로 전환됩니다. 약 50% 이상의 단위체가 글루코사민으로 전환된 것을 키토산이라고 부릅니다. 키토산은 키틴으로부터 유래한 물질인 셈이죠. 키토산은 무독성이고 생분해성이 있는 생체 재료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됩니다. 의료 분야에서는 상처 드레싱, 지혈제, 조직 재생 등으로 사용되고, 환경 분야에서는 중금속 흡착과 폐수 처리에 활용됩니다. 농업에서는 생물농약 및 식물 생장 촉진제로 사용되며, 지방 흡수를 억제하여 다이어트 보조제로도 주목받고 있죠. 다만 체중 감량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적 근거가 확실하지 않습니다. 영화 ‘설국열차’ 속에서 꼬리칸 사람들의 주식이었던 단백질 바의 주재료는 바퀴벌레였습니다. 놀랍게 들릴 수 있지만 곤충을 비롯한 절지동물은 현대에도 대안적인 단백질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소나 돼지 같은 대형 가축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고 사료 요구량이 낮은 곤충은 지속가능한 미래 식량자원으로 각광받고 있죠.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까지 세계 인구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식용 곤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키틴이라는 식이섬유까지 풍부하니, 더욱 좋은 먹거리가 되지 않을까요? 이번 주말에는 색다르게 밀웜 튀김으로 장식한 귀뚜라미 분말 팬케이크를 한 번 시도해보는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