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현대 우주론의 기초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정적인 상태라고 가정했고, 일반상대성이론에 중력과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상수를 추가했습니다. 이후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상수를 추가한 것이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말했다고 하지요.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추가한 상수는 나중에 우주의 팽창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암흑에너지로 재해석되었습니다. 1927년 벨기에의 천문학자 조르주 르메트르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우주가 팽창한다면 우리로부터 먼 은하일수록 더 빨리 멀어지고 있을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지요. 한편, 1929년 에드윈 허블은 세페이드 변광성의 특성을 활용해 외부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했습니다. 동료 천문학자가 측정한 은하의 후퇴속도와 비교한 결과 거리가 먼 은하일수록 후퇴속도가 더 컸지요. ‘허블의 법칙’이라 불리는 이 발견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이론적 가설의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습니다. 2008년 국제천문연맹은 우주 팽창의 이론적 기초를 마련한 르메트르의 공로를 반영해 공식 명칭을 ‘허블-르메트르의 법칙’으로 정정했습니다. x축이 은하의 거리, y축이 은하의 후퇴속도인 2차원 평면에 은하를 나타내면 일직선을 그립니다. 이 직선의 기울기에 해당하는 값이 허블상수지요. 허블이 처음 이 관계식의 발표했을 때의 값은 500km/s/Mpc였습니다. 1Mpc(326만 광년) 떨어져 있는 은하는 초속 500km로 멀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2Mpc 떨어진 은하는 초속 1000km로 멀어지고 있겠지요. Mpc를 km 단위로 바꾸면, 허블상수의 단위는 시간의 역수가 됩니다. 따라서 허블상수를 이용해 우주의 나이를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500km/s/Mpc로 구한 우주의 나이는 지구의 나이보다 작았기 때문에 몇몇 학자는 우주 팽창설이 터무니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건 당시의 허블상수 측정이 부정확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허블이 세페이드 변광성을 이용해 은하의 거리를 측정했을 때는 세페이드 변광성에 두 종류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1940년대 들어 세페이드 변광성의 종류 차이를 반영하자 허블상수 값은 250km/s/Mpc로 줄어들었습니다. 또, 세페이드 변광성의 빛이 성간물질에 흡수 또는 산란되어 어두워지는 현상을 보정한 결과 허블상수는 50~100km/s/Mpc로 더 줄었습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유리건판이나 필름 대신 CCD(Charged-Coupled Device)를 이용하면서 허블상수도 더욱 정확히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된 이유는 CCD는 빛의 세기에 대한 감응도가 선형적일 뿐 아니라 성간물질의 영향을 피할 수 있는 긴 파장대의 검출 효율이 높다는 점입니다. 1990년부터는 허블 우주망원경이 관측을 시작하면서 허블상수 측정이 급물살을 탔습니다. 허블망원경의 막강한 분해능과 더불어 초신성으로 은하의 거리를 구하는 방법의 등장 덕분에 세페이드 변광성으로는 측정할 수 없었던 먼 은하의 거리를 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허블상수는 72km/s/Mpc로 수렴하게 됩니다. 허블상수를 구하는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표준 우주론의 우주배경복사입니다. 우주배경복사는 태초의 빛으로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거의 동일한 마이크로파로 관측됩니다. 우주배경복사의 미세한 비등방성 분포를 표준 우주론과 몇몇 상수의 조합으로 매우 정확히 기술할 수 있는데요, 이를 이용해 현 시점의 허블 상수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구한 허블상수의 값은 67.4km/s/Mpc입니다. 은하의 후퇴속도로 구한 값 72km/s/Mpc과 차이가 있습니다. 측정 오차를 감안해도 두 값의 차이가 통계학적으로 너무 크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지요. 표준 우주론으로 예측한 허블상수와 은하 관측으로 구한 허블상수 값이 다른 것을 가리켜 ‘허블 텐션’이라고 합니다. 이는 표준 우주론의 수정이 필요하거나 은하의 거리를 측정하는 방식에 여전히 문제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허블 텐션은 1990년대 이후 천문학계의 매우 중요한 난제로 남아 있습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잇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허블 텐션을 해결하기 위한 천문학자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요. 또, DESI, LSST, Euclid, BOSS 같은 대규모 전천탐사 프로젝트도 더 먼 은하를 관측하거나 우주거대구조의 특성을 분석해 허블상수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노력으로 허블 텐션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둘 중 올바른 값을 찾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우리는 우주를 완전히 새롭게 바라봐야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