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도시를 방문했다고 상상해 봅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도를 펴거나 길찾기 앱을 열어서 목적지로 가는 최적의 길을 찾을 겁니다. 골목과 도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도 지도가 있으면 정확히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죠. 그런데 우리 뇌에도 이런 지도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바로 ‘커넥톰(connectome)’이라는 신경세포들의 연결망입니다. 지금까지는 작은 벌레인 예쁜꼬마선충($\textit{C. elegans}$)만이 모든 신경 연결망, 즉 커넥톰이 완벽하게 알려진 유일한 동물이었는데요, 2024년 드디어 초파리($\textit{D. melanogaster}$)의 커넥톰이 완성되어 현재까지 밝혀진 가장 복잡한 뇌의 지도가 탄생했습니다. 그렇다면 정교한 뇌 지도가 있어서 모든 신경 연결을 알면,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아주 단순한 예를 들어 신경계가 작용하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예쁜꼬마선충은 영양이 부족하거나 환경이 열악할 때, 정상적인 발생 과정을 중단하고 ‘다우어(dauer)’라는 휴면 상태로 들어갑니다. 이 다우어 유충은 특별한 행동을 합니다. 다른 동물 위에 올라타서 더 좋은 환경으로 이동하는, 일종의 ‘히치하이킹’ 행동입니다. 이때의 ‘행동’은 결국 근육의 움직임에서 나옵니다. 근육은 운동신경세포가 보내는 신호에 따라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죠. 운동신경세포는 환경 정보를 인지하는 감각신경세포로부터 신호를 전달받습니다. 이 일련의 신경 전달 과정을 ‘신경회로(neural circuit)’라고 부르죠. 환경을 인지하고 판단하여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신경계의 기본 기능이라면, 학습, 기억, 의사결정같은 활동은 신경계의 더 복잡한 고등 기능에 해당합니다. 이 모든 기능은 정교한 신경세포 연결망 안에서 이루어지며, 그 모든 연결의 총합이 바로 커넥톰입니다. (Connect$\textit{ome}$ = Connect + -$\textit{ome}$) 유전자(gene)의 총합은 게놈(genome)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용어죠. (Gen$\textit{ome}$ = Gene + -$\textit{ome}$) 게놈을 알면 유전자의 기능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커넥톰을 알면 뇌 기능을 모두 이해할 수 있을까요? 역시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나 뇌의 구조적 기반 없이는 기능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즉, 커넥톰은 뇌가 기능하기 위한 필수적인 구조적 기반입니다. 커넥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실체를 알아야 합니다. 복잡한 뇌의 커넥톰 연구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단순한 신경계를 가진 동물부터 시도하게 됩니다. 그렇게 선택된 모델이 예쁜꼬마선충인거죠. 1970년대에 선충의 몸을 50 nm 두께로 연속 절편하여 투과전자현미경으로 촬영했고, 이렇게 얻은 이미지에서 신경세포들의 연결을 모두 확인했습니다. 이로써 1984년 예쁜꼬마선충이 개체 수준에서 모든 신경 연결망이 완벽하게 밝혀진 최초의 동물이 되었습니다. 302개의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약 8,000개의 시냅스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1세기에 들어 선충의 유충과 다우어 단계 커넥톰도 밝혀졌으며, 이를 통해 발생 단계에 따른 커넥톰의 변화를 시냅스 수준에서 관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훨씬 더 복잡한 초파리에서도 유충과 성체 단계의 커넥톰 지도가 완성되었습니다. 시냅스를 관찰하려면 매우 높은 해상도의 전자현미경을 사용해야 하는데, 준비과정, 현미경 이미지 촬영, 그리고 분석 과정에서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커넥톰은 신경망의 구조적 지도입니다. 모든 연결이 항상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으며, 필요할 때만 특정 회로가 작동합니다. 물론 연결이 없는 회로에서는 신호 전달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커넥톰 정보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첫째, 신경 작용의 경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구조가 기능의 기반이기 때문이죠. 둘째, 신경 작용의 경로를 예측할 수 있게 합니다. 셋째, 복잡한 신경계의 특성을 계산하고 모델링하는 데 필요한 기초 자료가 됩니다. 예쁜꼬마선충의 경우, 다우어 커넥톰을 완성한 후, 다우어 단계에서만 나타나는 특이적 신경 연결들과 다른 발생단계에서는 없던 새로운 연결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신경세포를 제거하거나 인위적으로 활성화했을 때 다우어 단계의 히치하이킹 행동이 현저히 달라진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처럼 커넥톰은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자원이 됩니다. 커넥톰을 모든 신경 연결망이라고 정의한다면, 현재까지 보고된 대부분의 커넥톰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완전한 커넥톰이라면 모든 유형의 신경 연결이 포함되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화학적 시냅스 연결만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신경세포 간에는 화학적 시냅스 외에도 전기적 시냅스(gap junction)도 존재합니다. 전기적 시냅스는 전자현미경 이미지에서 화학 시냅스와는 다른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식별하는 작업은 별도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현재까지는 예쁜꼬마선충의 성체에서만 전기적 시냅스를 포함한 완전한 커넥톰이 완성된 상태입니다. 또 다른 한계는 비시냅스성(neuromodulation) 신경전달 방식입니다. 시냅스를 통한 연결이 직접적이고 국소적인 '유선 통신'이라면, 다양한 펩티드와 신호물질을 이용한 방식은 넓은 범위에 작용하는 '무선 통신'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러한 모든 통신 방식을 포함해야 진정으로 완전한 커넥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화학적 커넥톰만으로도 초파리의 많은 신경 작용을 상당 부분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미래 연구를 통해 이러한 한계는 점차 극복될 것입니다. 50년 전만해도 단 한 마리의 예쁜꼬마선충에 대한 커넥톰을 완성하는 데 수많은 연구자들의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의 발전 덕분에 더 복잡한 동물들의 뇌 신경망 지도에 대한 연구가 빠르고 정교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초파리 성체의 커넥톰 연구에서 얻은 기술적 진보를 바탕으로, 이제 생쥐를 넘어 인간의 커넥톰 연구로 나아가고 있죠. 낯선 도시를 여행할 때 지도가 필요하듯, 커넥톰은 뇌라는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데 있어 정밀한 안내자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신경과학은 흥미진진한 시대를 맞이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