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 가보면 금으로 만든 장신구나 장식용 무기 유물들은 꽤 많습니다. 하지만 철로 만든 무기나 도구는 많지 않습니다. 드물게 전시된 철제 장검 유물을 발견한다고 해도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옛 전설의 명검의 늠름한 모습은 이미 어딘가로 사라져버렸고, 길쭉한 검의 형태만 간신히 유지한 채 붉은 녹에 뒤덮인 덩어리만 놓여 있으니 말이죠. 금이나 은으로 만든 물건들은 세월이 지나도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왜 철기 유물은 온전하게 남은 것이 많지 않을까요? 철이 녹슨다는 것은 흔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철이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면 산화 반응이 일어납니다. 그 결과 붉은색의 녹, 즉 산화철($\text{Fe}_2\text{O}_3$)이 만들어집니다. 오랜 기간 녹슬게 된 철은 결국 강도가 약해져 산산조각이 나고 맙니다. 금속이 산화한다고 해서 무조건 녹이 스는 것은 아닙니다. 알루미늄은 산화 반응을 잘 일으키지만 녹이 슬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알루미늄은 산소에 노출되면 즉각적으로 산화알루미늄으로 변하면서 금속 표면에 막을 형성합니다. 이 산화알루미늄 막은 아주 조밀하여 산소가 알루미늄 금속 내부로 깊게 침투하는 것을 막습니다. 따라서 내부에 있는 알루미늄은 녹슬지 않죠. 하지만 철은 표면에 산화철이 생겨도 촘촘한 막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산소가 깊이 침투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전체가 녹이 슬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철은 습기가 있는 환경에 노출되면 산화 반응이 더 빠르게 일어납니다. 옛날엔 산소와 습기를 완전히 차단한 채로 철을 보관하는 기술이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철이 시간이 지나며 녹이 스는 것은 정해진 이치겠지요. 화학에는 수많은 반응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모든 반응이 반응물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반응이 자발적으로 일어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열역학에서 사용되는 개념을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바로 ‘깁스 자유 에너지(Gibbs free energy)’입니다. 깁스 자유 에너지($G$)는 일정 온도 및 압력 조건에서 계로부터 뽑아내 주변에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입니다. 조금 어려운 개념이죠? 자유 에너지의 변화($\Delta{G}$)는 다음과 같은 식($\Delta{G}=\Delta{H}-T\Delta{S}$)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H$는 엔탈피라고 하며 열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화학 반응 전후의 자유 에너지 변화량을 계산하면 이 반응이 자발적으로 일어나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어떤 화학 반응이 일어나서 자유 에너지가 감소했다면, 이 반응은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이란 뜻입니다. 산화철이 만들어지는 반응은 발열반응입니다. 반응물이 갖고 있던 열이 반응을 통해 주변으로 방출되죠. 따라서 반응 후 엔탈피에서 반응 전 엔탈피를 뺀 값인 엔탈피의 변화($\Delta{H}$)는 음수입니다. 1기압, 25 ℃(298 K)에서 반응시 발생하는 열을 측정하면 1648 kJ이므로 이 반응의 $\Delta{H}$는 -1648 kJ입니다. $S$는 엔트로피라고 하며 분자의 자유도를 뜻합니다. 이 반응에서 기체 상태의 산소는 고체 상태의 철과 결합하면서 자유도가 줄어듭니다. 따라서 이 반응의 엔트로피 변화($\Delta{S}$)는 음의 값을 가지며, 25 ℃에서 -549.4 J/K 입니다. 이 값들을 이용해 자유 에너지 변화를 계산해 보면, -1484 kJ로 음수가 나옵니다. 철이 녹스는 반응은 자유 에너지가 감소하므로 자발적인 반응입니다. 열역학적으로 분석해봐도 철은 산소와 함께 있으면 자연스럽게 녹슬 수밖에 없다는 결론입니다. 철기 유물이 많지 않은 역사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우리 인류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전쟁과 평화로운 시기를 겪어 왔습니다. 전쟁이 갑자기 일어났다고 생각해 봅시다. 철은 금, 은, 구리에 비해 제련하고 가공하기 어렵습니다. 철광석을 캔 뒤 가공해서 급하게 칼, 창, 화살촉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곡괭이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철을 가져와서 무기를 만들었죠. 마찬가지로 전쟁이 끝나 평화가 찾아오면, 철제 무기를 녹여서 농기구 등 생활에 필요한 여러 도구를 다시 만들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일은 계속 반복되었을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명검이 아니라면, 오랫동안 보존할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많은 유물들이 죽은 이의 무덤에서 발견이 됩니다. 내버려 두면 녹슬어버리는 철보다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인 금이나 은으로 만든 물건을 함께 묻고 싶었을 것입니다. 설령 철로 만든 물건을 넣어준다고 해도 결국 녹슬어 없어지고 말겠지요. 이렇게 철은 쉽게 녹슬고, 가공하기 어렵다는 특성을 가진 채 전쟁과 평화가 반복된 역사를 거쳐왔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박물관에서 온전한 철제 유물을 찾기 어려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