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간단히 말하자면 살아 있는 것입니다. ‘물질대사를 하고 번식을 할 수 있는 것’이라 얘기하면 정확할 것입니다. 물질대사란 ‘생물의 세포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일어나는 화학 반응’이죠. 모든 생물은 세포로 이뤄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세포란 무엇일까요? 사전적으로는 ‘생물체를 구성하는 최소 요소’를 의미합니다. 하나의 세포로 구성된 생물체도 있다는 말이죠. 이를 단세포생물이라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박테리아입니다. 박테리아 역시 주변의 영양분을 흡수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며, 자기복제를 통해 새로운 박테리아를 만들어내죠. 하지만 세상에는 이보다 더 작은, 생물인지 아닌지 논란이 되는 물질이 있습니다. 1880년대,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는 찰스 챔버랜드(Charles Edouard Chamberland, 1851~1908)와 함께 박테리아의 생물적 특성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챔버랜드는 원활한 실험을 위해 박테리아를 걸러주는 세라믹 필터를 개발했죠. 이 필터는 가정집이나 식당 등에서 수돗물을 걸러주는 용도로 많이 판매됐습니다. 하지만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박테리아를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은 질병에 걸렸는데요. 필터를 통과한 수돗물 속에 여전히 박테리아보다 더 작은 무엇인가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1890년대, 러시아 식물학자 드미트리 이바노프스키(Dmitri Ivanovsky, 1864~1920)는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담배식물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담배 질병으로 인해 그 지역에 있던 농장에 큰 피해가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는 몇 년간의 연구 끝에 담배식물의 병충해가 박테리아와는 다른 어떤 작은 물질 때문임을 밝혀냈습니다. 이 물질은 1898년 마르티누스 베이예린크(Martinus Beijerinck, 1851~1931)에 의해 바이러스라 명명됐죠. 생물체 밖에서의 바이러스는 자기복제가 일어나지 않는 단순 입자 형태의 물질입니다. 이 입자 형태의 바이러스를 비리온(Virion)이라 하는데요. 세포처럼 에너지 대사나 자기 복제를 하지 않습니다. 이 입자는 단백질 또는 지질로 이루어진 외피가 중심부의 핵산을 둘러싼 형태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핵산으로 인해 비리온이 감염성을 갖게 되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비리온의 세포 감염력은 숙주의 외부에서 오래 유지되지는 않습니다. 2019년에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숙주의 외부에서 9일 정도 세포 감염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저온과 같은 적절한 조건에서는 28일 정도까지도 감염력이 유지될 수 있다고 합니다. 프랑스 악스-마르세유대학의 장-미셸 클라베리(Jean-Michel Claverie, 1950~) 교수 연구팀은 ‘바이오아카이브’에 한 논문을 발표했는데요. 이는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고대 바이러스 입자가 4만 8500년이 지났음에도 감염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즉, 적절한 조건만 갖췄다면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라도 생물체 내에 감염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바이러스는 대체로 총 다섯 단계의 과정을 거쳐 증식합니다. 먼저 숙주 세포와 비리온이 물리적인 충돌을 일으키면 숙주 세포 표면의 특수한 수용체자리(receptor site)에 비리온이 부착합니다. 그 후 비리온이 숙주 세포 안에 침투하게 되죠. 숙주 세포 안에 들어온 바이러스는 외피를 벗어버립니다. 핵산만 세포질 혹은 세포핵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죠. 이후 핵산으로 이루어진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은 복제되고, 전령 RNA(messenger RNA, mRNA)를 합성하여 숙주 세포로 하여금 바이러스의 자기복제에 필요한 단백질들을 합성하게 하죠. 이때 바이러스는 본인에게 부족한 요소가 있다면 숙주 세포의 것을 가져다 이용합니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의 유전자 중 mRNA를 만들기 위한 전사인자가 없다면, 숙주 세포의 전사인자를 이용하죠.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는 생물체와 같이 구성요소들이 합성됩니다.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바이러스의 구성요소들(바이러스 외피 및 유전물질)은 세포내에서 조립되고, 조립된 바이러스는 세포외부로 방출됩니다. 그렇다면 바이러스는 과연 생물일까요? 무생물일까요? 정답은 ‘생물적 특성과 무생물적 특성 두 가지 모두 가지고 있다.’입니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정반대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기 때문에 하나의 분류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이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합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에서 편의상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를 하죠. 이러한 사고방식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시야를 좁게 만드는 단점도 있습니다. 바이러스를 이분법적으로 분류하려고 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