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는 수많은 별과 은하가 빛나고 있습니다. 백억 광년 너머까지 펼쳐져 있는 은하의 모습을 보면 우주의 광대함에 정신이 아득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눈에 보이는 우주는 전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우주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신비한 요소로 가득 차 있는데요, 그중 하나는 암흑물질(dark matter)입니다. 우리가 별과 은하를 본다는 건 별과 은하를 이루는 가스에서 나오는 빛을 본다는 뜻입니다. 그 가스를 이루는 물질은 물론 주기율표에 있는 다양한 원자, 그리고 그런 원자로 이루어진 분자나 이온입니다. 나아가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모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물질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물질은 우주 전체 에너지의 약 5%밖에 설명하지 못합니다. 나머지 95%는 우리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알 수 없는 존재에 ‘암흑’(dark)이라는 단어를 써서 이름 붙이기를 좋아합니다. 게다가 빛을 이용해 볼 수 없기 때문에 어둡다는 의미에서 ‘암흑’이라고 말하는 것도 제법 그럴싸하지요. 우리가 잘 모르는 95%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우주의 68%를 차지하며, 우주를 점점 더 빠르게 팽창시키는 암흑에너지(dark energy)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가 바로 앞서 이야기한 암흑물질입니다. 1933년 스위스의 천문학자 프리츠 츠비키(Fritz Zwicky)는 1000개가 넘는 은하를 거느린 머리털자리 은하단(Coma Cluster)에 있는 은하의 속도를 측정했습니다. 그런데 그 속도가 생각보다 너무 빨랐습니다. 은하단에서 볼 수 있는 빛을 바탕으로 예측한 물질의 양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당시에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1970년대 말이 되어서야 많은 과학자가 우주에 암흑물질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였지요. 암흑물질은 일반 물질과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다를까요? 암흑물질도 일반 물질처럼 질량이 있으며, 중력의 영향을 받습니다. 즉, 물질이 많아 중력이 강한 곳으로 끌려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암흑물질도 질량이 있으니 중력을 발휘합니다. 사실 암흑물질이 일반 물질의 다섯 배 정도니 우주 전체의 중력장 모양은 암흑물질이 주로 만드는 셈입니다. 이 외에는 모든 면에서 암흑물질과 일반 물질이 다릅니다. 우선 암흑물질은 양성자, 중성자, 전자와 같은 일반 물질의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일반 물질은 중력 외에도 전자기력 같은 다양한 힘의 영향을 받지만, 암흑물질은 중력이 아닌 다른 힘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일반 물질은 다른 일반 물질이나 빛의 입자인 광자와 충돌하지만, 암흑물질은 일반 물질이나 광자와 거의 충돌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빽빽하게 수비수가 가로막고 있어도 마치 귀신같이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축구 선수처럼 말이지요. 이런 암흑물질을 대체 어떻게 연구할 수 있을까요? 암흑물질을 직접 검출하는 대신 암흑물질이 주변에 끼치는 영향을 관찰하면 간접적으로 성질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암흑물질은 중력의 영향을 받으며, 우주 전체의 중력장 모양을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중력장의 모양을 연구하면 암흑물질의 특징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은하의 회전 속도가 중심으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조사하면, 은하 주변의 암흑물질 분포와 성질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멀리 떨어진 천체에서 나온 빛이 암흑물질이 많이 몰려 있는 곳 근처를 지나면 빛이 휘며 중력 렌즈(gravitational lensing)라는 효과를 일으킵니다. 이 현상을 관찰하면 역시 암흑물질의 분포와 성질을 알 수 있습니다. 암흑물질 입자를 직접 검출하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암흑물질 입자는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축구 선수처럼 일반 물질과 빛과 부딪히지 않는다고 했지요? 이런 암흑물질을 붙잡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수비수를 아주 많이 두는 겁니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수비수가 너무 많다면 언젠가는 붙잡히겠지요. 남극의 두꺼운 얼음층 아래에 있는 아이스큐브(IceCube)나 산속 지하 깊숙한 곳에 커다란 수조를 설치해 만든 슈퍼 카미오칸데(Super-Kamiokande) 같은 검출기가 바로 이 전략을 사용합니다. 대량의 암흑물질이 대량의 얼음과 물을 지나다 보면, 언젠가 한 번은 부딪히리라고 기대하며 하는 실험입니다. 다른 방법은 좀 더 놀랍습니다. 그 귀신 같은 선수를 수비수로 붙잡는 게 아니라 아예 원하는 장소에 태어나게 만듭니다. 즉, 실험실에서 암흑물질을 만들고, 그 성질을 연구하는 것이지요.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입자가속기는 대형강입자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 LHC)인데요, 만약 여기서 만드는 에너지가 순간적으로 암흑물질을 만들기에 충분하다면 그 효과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아직 암흑물질에 관해 모르는 것이 많지만, 우리 우주의 27%나 차지하는 존재를 모르는 채로 두는 건 너무 아쉽습니다. 다행히 과학자들이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조금씩 암흑물질의 비밀도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 비밀이 풀릴 때, 우리는 어떤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