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앞차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서 운전하라는 안내가 보이곤 합니다. 100 km/h로 운전하는 자동차는 앞차와 100 m 간격을 유지한 채 운전하도록 권장하고 있죠. 문제가 생기면 바로 멈추면 됩니다. 그런데 왜 앞차와 이렇게 긴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할까요? 안전거리는 공주거리와 제동거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공주거리는 운전자가 앞차의 급정거를 발견한 후 브레이크를 밟기 전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차가 움직인 거리입니다. 사건이 발생한 후 눈에서 인지한 정보는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됩니다. 그리고 뇌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라는 명령이 발로 전달됩니다. 이렇게 사람이 자극을 받아 반응을 나타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반응시간 또는 반응속도라고 합니다. 반응시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빠른 사람은 0.3 초 정도입니다. 차가 100 km/h로 움직이고 있었다면, 공주거리는 약 8.3 m입니다. 그런데 브레이크를 밟아서 제동장치가 작동하기 전까지도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사람마다 반응시간이 다른 걸 고려해 반응시간을 1초라고 하면, 공주거리는 약 30 m입니다. 브레이크를 밟아 제동장치가 작동하면 자동차는 바로 멈출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뉴턴의 운동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는 일정한 속력으로 움직이다가 제동장치가 작동하면 마찰력에 의해 속력이 감소합니다. 뉴턴은 일정한 힘이 작용하는 경우에 물체의 운동을 𝐹=𝑚𝑎식을 통해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식에서 𝐹는 힘, 𝑚은 질량, 𝑎는 가속도입니다. 가속도는 힘을 질량으로 나눈 것이므로 일정한 마찰력이 작용하면 가속도가 일정한 값이 됩니다. 즉, 등가속도 운동을 합니다. 움직이던 자동차에 제동장치에 의한 마찰력이 작용하면, 자동차는 등가속도 운동을 하게 됩니다. 그 결과, 자동차는 바로 멈추지 않고 일정 거리만큼 이동한 후에 멈추게 됩니다. 이 거리를 제동거리라고 합니다. 약 100 km/h로 움직이는 자동차의 경우, 제동거리는 50 m 내외입니다. 도로의 상황이나 자동차의 상황, 타이어의 마모 상태 등에 따라 제동거리는 더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앞에서 구한 공주거리와 합하면 자동차의 정지거리는 약 80 m입니다. 자동차가 정지하기까지 이동하는 거리가 매우 길기 때문에 앞차와 충분한 거리를 두고 운전하도록 안내하는 것입니다. 비가 내리면 도로가 물에 젖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자동차 바퀴와 바닥 사이의 마찰력에 의해 자동차의 속도가 줄어듭니다. 자동차가 움직이면서 작용하는 마찰력이므로 운동 마찰력이라고 합니다. 운동 마찰력의 크기는 물체의 무게와 운동 마찰계수를 곱한 값입니다. 마른 콘크리트와 고무 사이의 마찰계수는 약 0.8 정도입니다. 그에 비해 물에 젖은 콘크리트와 고무 사이의 마찰력은 약 0.25로, 31 % 수준입니다. 따라서 비 오는 날에는 제동거리가 3.2 배 정도 증가합니다. 이 때문에 비가 오는 날에는 더 많은 추돌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제동 거리를 줄이려면 자동차가 움직이는 속도를 줄여야 합니다. 제동 거리는 자동차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속도를 조금만 줄여도 많이 줄어듭니다. 재미있는 것은 비행기에도 안전거리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비행기가 충돌 위험 없이 안전하게 운항하려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자동차는 길을 따라 움직이는 1차원상에서의 운동이기 때문에 자동차 간의 앞뒤 거리만 신경 쓰면 됩니다. 하지만 비행기는 3차원 공간에서 날아가기 때문에 상하, 좌우 거리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위아래 수직으로는, 저고도(29,000 ft, 8,840 m)에선 1,000 ft(약 300 m), 그 이상의 고도에선 2,000 ft(약 600 m) 간격을 유지해야 합니다. 앞뒤 간격은 국내선의 경우 최소 5 mi(약 9.2 km), 국제선은 50 mi(약 92 km)입니다. 좌우의 횡적 거리도 10~50 mi 정도 떨어진 상태로 운항해야 합니다. 최근 항공기의 운행이 많아지면서 안전거리 기준이 완화됐습니다. 다행히도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안전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GPS를 이용해 항공기의 정확한 위치를 탐색합니다. 위성중계기를 통해 항공기 주위를 감시해 알려주는 공중충돌방지장치(TCAS, Traffic Collision Avoidance System)도 장착합니다. 인공지능과 센서의 발달로 자율주행 자동차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자동차에는 안전과 주행을 돕는 여러 기능이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안전거리 기준도 점차 완화되겠죠. 하지만 근본적으로 물체의 운동을 결정하는 등가속도 운동 법칙은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적절한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