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4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는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라는 우주탐사선을 쏘아올렸습니다. 유로파 클리퍼는 2025년 3월에는 화성, 2026년 12월에는 지구를 스쳐 지나가며 중력의 도움을 받아 추진력을 얻습니다. 그리고 2030년 4월, 마침내 목적지인 목성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무려 1997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는 총 40억 달러나 되는 엄청난 비용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NASA는 왜 이렇게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목성으로 탐사선을 보내는 것일까요? 해답은 바로 탐사선의 이름에 있습니다. 유로파 클리퍼의 최종 목표는 목성 자체가 아니라 목성의 위성 중 하나인 유로파입니다. 유로파는 옛날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목성을 처음 관측했을 때 발견한 네 위성 중 하나입니다. 반지름은 약 1560km로 달보다 약간 작고, 태양계 전체에서는 여섯 번째로 큰 위성입니다. 유로파 클리퍼는 목성 주위를 돌면서 유로파에 49번 정도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관찰할 예정입니다. 멀고 먼 목성까지 가서 굳이 유로파라는 위성을 연구하는 건 바로 이 유로파가 태양계 안에서 지구를 빼고는 생명이 살기에 가장 적합한 곳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외계인이나 우주 생명 현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생명가능구역(habitable zone)이라는 용어를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겁니다. 생명가능구역이란 항성 주위를 도는 행성 중 생명체가 살 만한 환경을 갖춘 곳을 뜻합니다. 특히 우리가 아는 생명체의 활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이 액체 상태로 행성 표면에 존재할 수 있어야 하지요. 그러려면 행성의 표면이 너무 뜨거워서도, 너무 차가워서도 안 됩니다. 곰 세 마리 동화에 나오는 소녀 골디락스(Goldilocks)가 너무 뜨거운 스프와 너무 차가운 스프가 아닌 적당히 따뜻한 스프를 먹은 것처럼요. 그래서 생명가능구역을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생명가능구역, 또는 골디락스 존은 항성 주변에 고리 모양으로 존재합니다. 안쪽 반지름과 바깥쪽 반지름은 항성의 크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면 우리 태양계의 골디락스 존에는 어떤 행성이 들어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오직 지구 하나만 있습니다.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는 약 1억 5000만 km로, 이를 1천문단위(astronomical unit), 또는 1AU라고 부릅니다. 학자들마다 의견이 조금 다르지만, 태양계의 골디락스 존 범위는 0.95~1.4AU입니다. 지구보다 태양에 더 가까운 금성의 공전궤도 반지름이 0.72AU, 지구보다 더 먼 화성은 1.5AU니 둘은 아쉽게 골디락스 존에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아쉽게 들어오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합니다. 금성에는 물이 없으며, 이산화탄소와 황산으로 이루어진 100km 두께의 구름이 표면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이 두꺼운 구름 때문에 온실효과(greenhouse effect)가 매우 커서 태양 빛과 열이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그 결과 오늘날 금성의 표면 온도는 섭씨 460도에 이릅니다. 우리가 아는 생명체는 결코 살 수 없지요. 반대로 화성은 태양에서 멀고,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대기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화성의 표면 온도는 섭씨 영하 60도 정도로, 지구의 남극보다도 상황이 더 좋지 않습니다. 금성과 화성이 이 정도면, 다른 행성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화성보다 먼 유로파에서 생명체를 찾을 가능성을 보고 있는 걸까요? 골디락스존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살펴봅시다. 우리가 아는 생명체가 존재하려면 행성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행성이 아니라면, 또 표면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면 어떨까요? 천문학자들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왜소행성인 세레스(Ceres),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Europa), 엔셀라두스(Enceladus), 가니메데(Ganymede), 칼리스토(Callisto),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Titan) 등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곳은 대체로 표면이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 있으며, 그 아래에 액체 상태의 물로 이루어진 바다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태양 빛이 직접 바다에 닿지는 않겠지만, 땅속 깊은 곳에서 열기가 나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들 천체를 바다 세계(Ocean world)라고 부르며, 생명체의 흔적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로파 클리퍼는 바다 세계 중 하나인 유로파에 가까이 다가가 여러 가지 연구를 수행합니다. 유로파의 얼음 층 두께와 그 아래에 있는 바다의 깊이를 측정하고, 지표면과 대기의 구성 성분을 조사해 생명체를 이루는 물질인 유기물이 있는지 확인할 예정입니다. 또, 자기장이나 표면 온도 같은 정보도 수집합니다. 지구 밖에서 생명체를 찾으려는 과학자의 노력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유로파 클리퍼 외에도 여러 나라에서 태양계의 바다 세계를 탐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이 계속되다 보면, 언젠가는 외계 생명체를 찾았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