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와 당뇨병, 이 두 단어를 함께 생각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언뜻 보기에는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조합입니다. 그런데 ‘허벅지가 굵을수록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자주 언급됩니다. 이를 다룬 다양한 뉴스 기사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정말로 허벅지 크기와 당뇨병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요? 만약 관련이 있다면, 단순한 우연일까요, 아니면 과학적으로 입증된 근거가 있는 걸까요? 지금부터 이 흥미로운 주제를 탐구하며 그 과학적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사람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음식물을 먹습니다. 몸 속에 들어온 음식물은 위장에서 소화되어 포도당으로 변환됩니다. 이 포도당이 혈액으로 흡수된 것을 ‘혈당(blood sugar)’이라고 합니다. 혈당은 혈관을 통해 우리 몸 곳곳에 있는 세포로 이동해 다양한 생체 활동의 에너지원으로 활용됩니다. 이 과정에서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필요합니다. 인슐린은 혈당을 세포가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인슐린은 혈액에 존재하는 포도당을 글리코젠(glycogen)으로 바꿔 세포에 저장시킵니다. 그러면서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혹은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더라도, 세포가 반응하지 않을 수도 있죠. 이렇게 되면 당뇨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혈당이 세포에서 소비되지 못하고 혈액 속에 과하게 쌓이면, 결국 소변으로 배출됩니다.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 동안 근육과 당뇨병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왔습니다. 대부분의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허벅지 근육이 많을수록 당뇨병 발병 위험이 줄어든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예를 들면, 허벅지 둘레가 60 cm 이상인 남성은 43 cm 미만인 남성보다 당뇨병 발병 위험이 네 배나 낮았다고 합니다. 물론 꼭 허벅지가 아니더라도 전체적으로 근육이 많을수록 당뇨병에 걸릴 확률은 낮습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이 허벅지 근육에 특히 더 주목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허벅지 근육이 전체 근육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의 대부분의 근육이 허벅지에 몰려 있습니다. 허벅지 근육의 양만 보아도 전체적으로 근육이 얼마나 있는지 대강 가늠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허벅지 근육을 키우면 전체적인 근육량도 함께 크게 늘릴 수 있는 것이죠. 허벅지 근육이 많을수록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사실은 이제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허벅지 근육을 늘리는 게 당뇨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우선, 허벅지 근육은 섭취한 포도당의 약 70% 정도를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음식물을 먹어 혈당이 증가하면 인체는 췌장(이자)에서 인슐린을 분비합니다. 인슐린은 우선적으로 다양한 장기나 조직에 포도당을 보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근육세포로 보내 근육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도록 합니다. 당연히 근육량이 많을수록 필요로 하는 포도당의 양도 증가하겠죠. 게다가 근육은 인슐린에 매우 민감한 조직입니다. 따라서 적은 인슐린으로도 효율적으로 많은 혈당을 흡수하죠. 그래서 근육량이 많을수록 인슐린 민감성(sensitivity)이 높아져 혈당이 더 원활하게 조절됩니다. 두 번째는 근육은 훌륭한 포도당 저장소라는 사실입니다. 근육은 글리코젠 형태로 포도당을 저장합니다. 따라서 근육량이 많을수록 혈당 소비량도 늘어나지만, 저장량도 늘어나기 때문에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일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근육과 기초대사량(BMR)의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인체는 가만히 있어도 항상 생명 유지를 위한 활동을 합니다. 이때 기본적인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대사량을 기초대사량이라고 하는데요. 근육은 일하지 않고 쉬는 동안에도 꾸준하게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이로 인해 근육이 많을수록 체내에서 소비되는 포도당의 양이 더욱 증가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근육량이 적으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기초대사량과 소비되는 포도당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입니다. 게다가 전체적인 인슐린 민감성이 낮아져 혈액 속 포도당이 효율적으로 흡수되지 못합니다. 혈관에 잉여 포도당이 많아지면서 혈당이 높아지겠죠. 그리고 근육량이 적으면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 대사증후군의 발병률 역시 높아집니다. 이들은 모두 당뇨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여겨집니다. 이처럼 허벅지 근육과 당뇨병의 발병 위험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당뇨를 예방하기 위해선 허벅지 근육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근육량을 늘릴 필요가 있겠죠. 허벅지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하체 운동이 필수입니다. 스쿼트, 런지, 레그 프레스 같은 본격적인 하체 운동도 좋습니다. 하지만 건물을 오를 때 계단을 이용하는 등 일상적인 노력도 충분히 괜찮습니다. 또한, 균형 잡힌 식단 관리 역시 중요하죠. 당뇨는 당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경우에도 위험하니 말입니다. 꾸준한 운동과 올바른 식단 관리가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오늘부터 우리 모두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