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의 정확한 예측은 아직 불가능한 도전 과제입니다. 현재 기술은 특정 기간 동안 특정 지역에서 어느 정도 규모로 지진이 발생한다는 확률만 제공할 수 있죠. 하지만 지진 예측은 발생 날짜와 시간, 위치, 규모와 같은 세 가지 정보를 정확히 포함해야 합니다. 아쉽게도 이 세 가지가 정확히 맞았던 예측은 아직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단, 한 번 근접한 예측이 있었을 뿐이죠. 지진학의 발달은 지진 예측에 대한 열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일본은 1800년대 후반부터 지진 발생 시기를 알아내기 위해, 기상 데이터를 사용하기 시작했죠. ‘외과’로서의 기상학과 ‘내과’로서의 지진학으로 자연스럽게 역할이 분담된 것입니다. 그런데 1923년 9월 1일 일본 도쿄 인근에서 규모 8.2의 관동대지진이 발생했습니다. 14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죠. 이후 일본은 재해 방지를 위한 지진 예측 연구보다, 물리학에 기반한 지구 내부 구조 등의 기초 연구에 집중합니다. 복잡한 지구 물리학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였기 때문이죠. 이런 기초연구 중심의 접근은 수십 년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 들어 지진 예측에 대한 희망이 다시 불거지고, 국가 차원의 연구가 시작됩니다. 1963년 체결된 핵실험 금지 조약(Partial Test Ban Treaty)때문이었죠. 이 조약은 대기, 우주, 수중에서의 핵 실험을 금지했습니다. 사실상 핵 실험은 지하에서만 허용된 것이죠. 이의 준수 여부를 알기 위해 지진파를 활용했고, 결과적으로 지진학은 거대과학으로 급부상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1975년 중국 하이청에서 발생한 규모 7.0의 지진 예측이 성공합니다. 지진 예측에 대한 희망이 더 커지게 됐죠. 1995년, 규모 6.9의 고베 지진이 발생합니다. 이는 관동대지진 이후 가장 큰 피해를 입혔죠. 무려 6,300여명의 사망자와 약 10조엔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지진은 고베 남서쪽 아와지 섬 아래의 단층에서 시작했습니다. 이 단층이 도심지 아래의 단층과 연결됐다는 사실이 당시에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지진 예측 사업이 전면 재검토됐고, 정부는 조직 명칭에서 ‘예지’라는 표현을 삭제합니다. 지진의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죠. 이를 교훈 삼아 일본은 1조 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새로운 예측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16년 후인 2011년, 인류 역사상 네 번째로 큰 동일본 대지진을 겪게 되죠. 결국 언제, 어디서, 어떤 규모의 지진이 일어날지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지진 예측의 불확실성을 다루는 것은, 때때로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판단을 요구합니다. 2009년 4월 9일 발생한 규모 6.3의 이탈리아 라퀼라 지진으로 3백여 명이 희생됐습니다. 당시 한 정부 관계자는 지진 위험 경보를 발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았죠. 이 지진의 발생 전까지, 280여 차례의 미소지진이 발생했었습니다. 보통 본진 전에 발생하는 전진은 지진의 전조현상 중 가장 유의미합니다. 하지만 전진 없이도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어, 미소지진의 다발적 발생을 지진 전조현상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앞서 소개한 중국 하이청 지진은 인류 역사상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된 유일한 사례입니다. 이 대지진은 발생 하루 전 예측됐고, 시민을 대피시킨 덕에 인명 피해를 최소화했습니다. 수년간의 상세한 과학 조사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과학의 승리였죠. 당시, 중,장기적인 국가 지원 아래, 지진 예측에 필요한 기본 자료가 이미 수집돼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미소지진의 증가, 지하수 수위 상승, 라돈 가스 방출, 지표 변형 등 지진의 모든 전조현상이 진앙지에서 관측됐었죠. 또한 중국 지진청의 시기적절한 예보 발령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때 2천여 명이 사망했는데, 예보가 없었다면 사망자와 부상자 수는 15만 명이 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불과 1년 후인 1976년 7월 28일, 규모 7.6의 지진이 중국 탕산에서 일어나, 25만 명이 사망하고, 16만 4천여 명이 다쳤습니다. 지진 예측의 성공이 반드시 지속적인 것은 아니었죠. 지진 예측은 여전히 지진학계의 미완성 과제입니다. 하지만 미완성의 지식이라도 존재하는 것과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은 큰 차이가 있죠. 현재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축적된 지식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지진 재해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지진조기경보 시스템이 그 노력의 결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