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포장할 때면 새하얀 얼음과 같은 것을 함께 넣어줍니다. 바로 드라이아이스(dry ice)입니다. 드라이아이스는 얼음처럼 녹아서 액체가 되지 않고 물기나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고체 이산화탄소인 드라이아이스는 바로 기체가 되어 날아가버리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왜 드라이아이스는 액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바로 기체로 변할까요? 고체와 액체, 그리고 기체상태는 보통 물질을 이루는 입자들의 배열, 입자 사이의 거리, 입자 사이의 인력 등을 기준으로 분류합니다. 분자의 성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분자가 어떤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어떤 구조를 가지는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드라이아이스의 경우에는 이를 이루는 이산화탄소 분자의 성질에 따라 상태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분자는 탄소 원자가 가운데 있고 양 옆에 산소 원자가 하나씩 결합된 선형의 구조를 가집니다. 탄소 원자의 전기음성도는 산소 원자의 전기음성도보다 작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유결합을 이루는 전자쌍이 양쪽의 산소 원자 쪽으로 잡아당겨집니다. 그래서 탄소 원자는 부분적 양전하를, 산소 원자는 부분적 음전하를 띠게 됩니다. 즉, 공유결합 안에서 탄소 원자 쪽에서 산소 원자 방향으로 쌍극자 모멘트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분자의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양쪽의 탄소-산소 공유결합의 쌍극자 모멘트는 크기가 같고 정반대 방향이므로 서로 상쇄가 됩니다. 이것은 마치 줄다리기를 하는데 양쪽의 힘이 똑같아서 어느 쪽으로도 줄이 움직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이산화탄소는 무극성 분자가 되는 것입니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이산화탄소 분자들은 더 많은 운동에너지를 가지게 되어 회전운동, 병진운동 등을 활발하게 하게 됩니다. 분자들은 워낙 빠르게 회전하기 때문에 우리는 주로 이산화탄소 분자의 양쪽에 존재하는 산소 원자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산화탄소 분자들이 서로 움직이다가 만나게 되면 대부분 산소 원자끼리 가까이 붙게 될 가능성이 높겠죠? 그런데 앞서 얘기했듯이 이산화탄소 분자의 산소 원자에는 부분적 음전하가 존재합니다. 같은 음전하를 띠는 산소 원자들은 반발력으로 인해 서로 밀어내게 됩니다. 두 자석이 같은 극끼리 놓으면 밀어내는 것처럼 말이죠. 이런 성질 때문에 이산화탄소 분자들은 높은 온도에서 서로 거리가 멀어져 뚝 떨어져 있는 상태가 됩니다. 바로 기체 상태의 특징이죠. 반면 온도가 많이 낮아질수록 이산화탄소 분자의 운동에너지가 많이 줄어듭니다. 운동 속도가 느려진 이산화탄소 분자들은 부분적 음전하를 가진 산소 원자만 보일 뿐만 아니라 부분적 양전하를 가진 가운데 탄소 원자도 보일 수 있게 됩니다. 서로 다른 분자의 탄소와 산소 원자 간 양전하-음전하 인력이 생길 가능성이 올라간 것이죠. 이러한 인력이 충분히 작용하기 시작한다면 이산화탄소 분자들도 서로 붙어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분자간의 양전하-음전하 인력은 아주 특수한 쌓임 구조를 가져야만 충분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 쌓임 구조가 약간만 뒤틀린다면 분자들끼리 서로를 밀어내는 반발력이 너무 쉽게 생기기 때문입니다. 탄소 원자 바로 옆에 결합되어 있는 산소가 부분적 음전하이기 때문에 조금만 분자가 움직여서 산소 원자끼리 맞닿아버리게 된다면 반발력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성질은 양이온과 음이온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소금($\text{NaCl}$)결정이 약간의 힘 만으로도 부서져버리는 성질과 비슷합니다. 원래 구조를 이루던 양이온과 음이온 쌍이 힘에 의해 밀리면서 같은 전하를 띠는 이온과 가까워지면서 반발력이 발생하는 것과 동일한 원리이죠. 결국 이산화탄소 입자들 간의 거리가 순식간에 멀어지게 되면서 액체가 아닌 기체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드라이아이스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서 액체가 되지 않고 바로 기체가 되어 사라져버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액체 상태의 이산화탄소는 존재할 수 없을까요? 사실 드라이아이스는 공장에서 제조될 때 액체 상태로 먼저 만들어집니다. 분명히 액체 이산화탄소는 존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살아가는 1기압 조건에서 존재할 수 없는 것뿐이죠. 이산화탄소가 액체 상태를 유지하려면 더 높은 압력이 필요합니다. 최근 세계의 여러 국가들은 탄소 중립(carbon neutrality)의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써 탄소 포집(carbon capture)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탄소를 이산화탄소 형태로 포집한 뒤 액체 상태로 수송하는 이산화탄소 운반선 기술의 개발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를 액체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선 매우 세밀한 온도와 압력의 조절이 필요합니다. 앞에서 설명한 이유들에 따르면 조금만 조건이 변해도 쉽게 드라이아이스가 되거나 기체가 되기 때문이죠. 이산화탄소는 정말 다루기 까다로운 물질이죠? 그럼에도 이를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인류 역시 대단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