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는 수많은 별과 은하가 빛나고 있습니다.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아도 망원경으로 관찰하면 제각기 다른 색으로 빛나는데요, 흥미롭게도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은하일수록 대체로 붉어 보입니다. 여기에는 우주의 중요한 비밀이 담겨 있는데요,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요? 그 해답은 도플러 효과(Doppler effect)와 우주 팽창에 있습니다. 도플러 효과는 누구나 일상에서 한 번쯤은 경험한 적이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가까워질 때와 멀어질 때 음의 높이가 달라집니다. 소리를 내는 물체가 움직이면,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파장의 길이가 변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것이 바로 도플러 효과입니다. 빛 역시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 도플러 효과를 보입니다. 광원(빛의 원천)이 우리에게서 멀어질 때는 파장이 길어지고, 스펙트럼은 붉은색 쪽으로 치우쳐 보이게 됩니다. 반대로 가까워질 때는 파장이 짧아져서 푸른색 쪽으로 치우쳐 보이지요. 하지만 도플러 효과만으로는 멀리 떨어진 은하가 대체로 붉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먼 은하가 붉은 또 하나의 이유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주 공간 자체가 시간에 따라 커집니다. 쉽게 말해, 우주가 풍선이라면 계속해서 부풀어 오르고 있는 거지요. 풍선 표면 여기저기에 점이 찍혀 있다고 상상해 보겠습니다. 풍선이 부풀어 오르면 점들 사이의 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겠지요. 원래 더 멀리 떨어져 있던 두 점일수록 그 사이의 거리가 늘어나는 속도도 더 빠를 겁니다. 자, 이제 이 풍선이 우주고, 표면의 점이 각각 은하라고 해볼까요? 그러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진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일수록 도플러 효과가 강해 붉게 보입니다. 이것을 적색이동(redshift)이라고 합니다. 1927년 벨기에의 천문학자이자 가톨릭 사제였던 조르주 르메트르(Georges Lemaître)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이용해 먼 은하일수록 적색이동이 심하게 일어난다고 예측했습니다. 2년 뒤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은 실제로 먼 은하일수록 더 빠르게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것이 바로 허블의 법칙, 또는 허블-르메트르의 법칙입니다. 이 법칙은 우주의 지도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3차원 우주에서 은하의 위치를 정확히 알려면, 은하의 방향뿐만 아니라 거리도 알아야 합니다. 은하가 가깝다면, 그 안에 있는 별을 이용해 거리를 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은하가 아주 멀리 있으면, 그 안에 있는 별을 따로 구분해서 볼 수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초신성이나 중력파처럼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야 거리를 직접 잴 수 있습니다. 혹은 허블-르메트르 법칙을 이용해 은하의 적색이동을 측정하면, 이를 이용해 거리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주의 3차원 지도에는 약 1000만 개가 넘는 은하의 위치가 담겨 있는데, 대부분 적색이동을 이용해 거리를 잰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보는 모든 은하에서 적색이동에 의한 효과를 뺀다면 어떻게 될까요? 혹시 적색이동 효과가 없어도 멀리 떨어진 은하일수록 붉은 건 아닐까요? 이 의문을 해결하려면 빛의 속도가 초속 30만 킬로미터라는 일정하고 유한한 값이라는 사실을 이용해야 합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온 빛일수록 우리에게 도착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즉, 먼 은하의 빛은 오래전, 우주가 지금보다 훨씬 젊었을 때 나온 빛입니다. 은하가 젊었을 때의 색은 어떨까요? 대체로 젊은 은하에는 어린 별이 많습니다. 별은 태어난 직후에는 빨간색에서 파란색까지 다양한 색을 낼 수 있습니다. 그중 빨간 별은 가볍고, 수억에서 수십억 년까지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파란 별은 무겁고 에너지를 매우 빨리 소모하는 바람에 수백에서 수천만 년이 지나면 폭발하고 맙니다. 적색이동의 효과가 없다면, 젊은 은하는 비교적 푸르고 나이 많은 은하일수록 더 붉게 보일 겁니다. 우리 눈에 붉게 보이는 먼 은하도 젊은 시절의 모습이니 실제로는 푸르다는 뜻이지요. 그러면 적색이동 때문에 붉게 보이는 은하와 아주 가깝고 나이가 많아 원래 붉은 은하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이 두 사진을 보세요. 둘 다 붉어 보이는 사진이지만, 자세히 보면 다릅니다. 위는 사과, 딸기 등 우리가 실제로 빨갛게 알고 있는 물체입니다. 실제로 빨간 물체만 빨갛게 보이지요. 나이 많은 은하가 붉게 보이는 건 이와 같습니다. 한편 아래 그림은 빨간색 필터를 씌운 것처럼 실제로는 빨간색이 아닌 물체까지 전체적으로 빨갛게 보입니다. 먼 은하가 적색이동으로 붉게 보이는 것도 비슷합니다. 하늘에 보이는 별과 은하는 모양도 색깔도 다 제각각입니다. 아름다워 보이기만 하는 이런 모습에는 천체가 어떤 삶을 겪어왔는지, 또 우주는 어떤 성질을 갖고 있는지에 관한 실마리가 숨어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