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다양한 종교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종교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합니다. 동시에 이를 따르지 않았을 때의 처벌도 함께 제시하죠. 특히, 악한 삶을 살아온 자의 영혼이 사후에 떨어진다는 지옥은 다양한 종교에서 공포와 경고의 상징으로 묘사되어 왔습니다. 실제로 지옥에 다녀온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옥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대체로 유사합니다. 뜨겁게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영원한 고통을 받는 죄인들의 모습을 상상하죠. 그렇다면 지옥은 과연 얼마나 뜨거운 것일까요? 과학자의 관점에서 이 상상 속의 장소의 온도를 추정할 수 있을까요? 가장 보편적인 상상 속의 지옥은 울퉁불퉁한 암석, 타오르는 불길과 증기로 가득한 황량한 장소입니다. 직접 지옥의 온도를 측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옥을 표현하는 몇 가지 정보들로 재미삼아 온도 범위를 좁혀 나가는 것은 가능합니다. 간단한 정보 하나를 활용해봅시다. 지옥에는 발을 디딜 수 있는 암석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옥은 규산염 암석들이 용융되는 1200 ℃보다는 선선할지도 모릅니다. 지옥에 대한 조금 더 유용한 정보는 성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요한계시록 21장 8절에는 ‘…불과 유황으로 타는 못에 던져지리니…(…their place will be in the fiery lake of burning sulfur)’라는 묘사가 있습니다. 유황은 화산지대에서 흔히 발견되는 자원이며, 화학 원소인 황(S)과 같습니다. 황은 1기압 아래에서 녹는점이 115.2℃, 끓는점이 444.6℃입니다. 연못은 액체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지옥의 온도는 황이 액체로 존재할 수 있는 범위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 묘사를 더 엄밀하게 살펴봅시다. ‘불과 유황으로 타는 못’이란 문구는 그 자체로 연못이 타오른다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황은 가연성 물질입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불타는 돌’이라고 불려왔죠. 황에 불이 붙을 수 있는 온도인 인화점(flash point)은 160℃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232℃에 도달하면 자연 발화(auto-ignition)가 시작되죠. 이제 지옥의 온도는 황이 타오르는 온도 범위로 더 좁혀집니다. 지옥은 불이 타오르는 붉은색의 연못이 널린 살풍경이지만 실제로는 수백 ℃ 정도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오네요. 그렇다면 천국은 어떨까요? 천국은 선한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곳으로 지옥보다 아름답고 쾌적한 곳으로 여겨집니다. 지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성경에 나타난 묘사를 이용해 천국의 온도를 추론해보도록 하죠. 이사야서 30장 26절에는 ‘…달빛은 햇빛 같겠고 햇빛은 일곱 배가 되어 일곱 날의 빛과 같으리라.(Moreover the light of the moon shall be as the light of the sun, and the light of the sun shall be sevenfold, as the light of seven days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 묘사를 통해 천국의 온도를 추론해볼 수 있습니다. 지구의 온도가 온화하게 유지되는 원리는 다양하지만, 핵심은 대기 내부로 쏟아져 들어오는 태양광의 에너지입니다. 물론 실제로는 지구의 반사율이나 대기에 의한 온실효과 등 여러가지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간단한 추론을 위해 들어오는 빛의 양만을 고려하겠습니다. 해당 구절을 가장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천국의 총 광량은 지구보다 무려 50배나 되는 것으로 계산됩니다. 달빛은 햇빛과 같고, 일곱 배 밝아진 햇빛이 일곱 날의 양만큼 쏟아진다고 하니 49배에 달하는 광량이 더해져 총 50배의 광량이 있다고 본 것이죠. 이때 ‘단위 면적당 복사 에너지는 절대 온도의 네제곱에 비례한다’는 슈테판-볼츠만 법칙(Stefan-Boltzmann law)에 따르면 천국의 온도는 무려 525℃란 계산결과가 나옵니다. 천국이 지옥보다 더 뜨겁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오네요. 물론 이 계산은 많은 생략과 가정이 포함된 재미 위주의 추정입니다. 하지만 다시 계산을 돌이켜보면 환경 해석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계산에서 사용한 과학적 원리는 모두 옳다고 해도 말이죠. 앞서 ‘일곱 배가 되어 일곱 날의 빛과 같다(Sun shall be sevenfold as the light of seven days)’는 구절을 일곱 배와 7일을 곱한 것으로 해석했는데요. 이를 단순히 일곱 배로 강한 태양의 빛으로 보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 경우 천국의 광량은 지구의 여덟 배로 추론되며, 천국의 온도는 231.5℃로 계산됩니다. 그래도 여전히 천국은 평범한 인간이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곳으로 나옵니다. 지옥과 천국의 온도를 계산하는 일은 흥미로우면서도 간단한 추론과 교과과정에서 배우는 내용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주제입니다. 여기에 과학이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하나 더 찾는다면 같은 정보에 대해서도 관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 내용은 수십년 전부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흥미로운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주제입니다. 압력이나 다른 과학적 요소들까지 추가적으로 고려해가며 말이죠. 다양한 시각에서 정보에 대한 해석과 과학적 추론을 시도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과학의 참된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