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선수는 피겨스케이팅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을 피겨 최강국으로 올라서게 했습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신기록을 세웠고,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부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죠. 동계 스포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그녀의 연기는 감탄을 자아냅니다. 특히 점프와 함께하는 회전은 김연아 선수의 장기입니다. 그런데 점프하는 모습을 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손을 몸에 완전히 밀착하고 양다리를 모읍니다. 이런 동작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점프해서 착지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이 시간은 점프 높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아주 높이 점프한다고 해도 1 m를 넘진 못합니다. 1 m를 점프해도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약 0.9초밖에 되지 않죠. 이 시간 동안 세 바퀴 내외의 회전을 하려면 엄청 빠르게 회전해야 합니다. 빠르게 회전하기 위해 손을 몸에 붙이고 양다리를 모으는 것입니다. 물리법칙으로 말하면 각운동량 보존을 이용한 행동입니다. 각운동량이란 무엇일까요? 각운동량은 어떤 물체가 회전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양입니다. 물체의 관성 모멘트와 각속도의 곱으로 표현합니다. 외부에서 작용하는 토크가 0이면 물체의 각운동량은 보존됩니다. 이것을 각운동량 보존법칙이라 합니다. 각운동량이 보존되기 때문에 관성 모멘트의 크기를 작게 하면 각속도를 크게 할 수 있습니다. 관성 모멘트는 특정 회전축을 중심으로 회전할 때 저항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양으로, ∫𝑟²𝑑𝑚 정의됩니다. 회전축을 중심으로 질량이 어떻게 분포되는지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데요. 질량이 축에서 가까울수록 관성 모멘트의 크기는 작아집니다. 따라서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점프하면서 회전축에 해당하는 몸에 손발을 가까이 모으면 관성 모멘트가 작아져 각속도가 커집니다. 즉, 빠르게 회전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여러 번 회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점프 후 빙판에 착지할 때 넘어지지 않으려면 회전 속도를 줄여야 합니다. 이때는 반대로 손발을 옆으로 펴서 관성 모멘트를 크게 해야 합니다. 이런 동작은 제자리에서 회전할 때도 볼 수 있습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는 연기 후반부에 제자리에서 빠르게 회전하는 장면을 연출하곤 합니다. 누가 옆에서 돌려주지 않는데도 갑자기 빠르게 회전하죠. 이때 동작을 자세히 보면 손발을 높이 들어 올려 회전축에 가깝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각운동량 보존을 이용해 각속도를 크게 하는 것이죠. 피겨스케이팅 외에도 여러 스포츠에서 각운동량 보존을 이용해 회전 속도를 높이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이빙 선수는 관성 모멘트를 줄여 회전 속도를 높이기 위해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린 후 몸을 웅크립니다. 물에 들어가기 직전에는 회전 속도를 줄이기 위해 몸을 쭉 펴기도 하지요. 각운동량은 크기뿐만 아니라 방향도 가지는 벡터량입니다. 따라서 각운동량의 방향 즉, 회전축의 방향도 일정하게 유지돼야 합니다. 우리는 각운동량 보존법칙을 모른다고 해도 이미 몸으로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고리 던지기 놀이를 할 때 고리를 회전시키며 던지곤 합니다. 이렇게 하면 회전축이 일정한 방향을 유지해 고리가 안정된 형태로 날아갑니다. 각운동량 보존법칙은 생활 속에서도 많이 적용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전거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만히 있으면 균형을 잡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페달을 밟고 앞으로 나아가면 넘어지지 않고 잘 이동할 수 있습니다. 바퀴가 회전하면 회전축의 방향이 일정하게 유지돼 넘어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팽이도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회전하지 않는 팽이를 세우는 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팽이를 회전시키면 작고 뾰족한 심으로도 바로 설 수 있습니다. 물론 각운동량 보존이 성립하려면 외부에서 작용하는 토크가 0이어야 합니다. 토크가 작용하면 각운동량이 바뀝니다. 회전하던 팽이가 약간 기울어져서 흔들거리며 회전하는 세차 운동이 대표적인 현상입니다. 각운동량 보존은 첨단 과학에서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우주선과 인공위성입니다. 우주에서는 진공 상태에 떠 있어야 하므로 방향을 바꾸기 매우 어렵습니다. 방향을 조절할 때마다 추력기를 사용한다면 인공위성의 수명은 1년도 채 되지 못할 것입니다. 각운동량 보존법칙을 이용해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의 방향을 제어하는 방법을 CMG(Control Moment Gyroscope)라고 합니다. 반작용 휠(reaction wheel)이라고도 부르죠. 인공위성에 바퀴가 하나 있다고 생각합시다. 바퀴를 회전시키면 각운동량 보존으로 다른 것이 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합니다. 즉, 인공위성이 회전하는 것이죠. 물론 바퀴와 우주선의 질량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인공위성은 매우 느리게 회전합니다. 반작용 휠의 질량을 크게 하거나 빠르게 회전시키면 인공위성도 제법 빠르게 회전할 수 있습니다. 이런 목적으로 인공위성 내부에는 여러 개의 반작용 휠이 있습니다. 3차원 공간에서는 움직일 수 있는 축이 3개이기 때문에 최소한 3개의 바퀴가 필요합니다. 효과를 높이기 위해 4~6개의 반작용 휠을 사용하기도 하죠. 이렇게 반작용 휠을 이용하면 인공위성의 방향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피겨스케이팅의 아름다운 동작 속에 물리학의 법칙이 숨어 있다니, 참 재밌지 않나요? 김연아 선수의 점프 회전부터 자전거와 인공위성까지, 물리는 일상생활은 물론 스포츠와 첨단 과학에도 작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