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의 발전에 있어 전쟁은 종종 중요한 기점을 형성하곤 했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세력이 곧 지배계급이 되어 다양한 권리를 누리고 자신들의 찬란한 역사를 이어갔죠.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더 강력한 무기가 필요했습니다. 고대에는 돌이나 금속으로 만든 창, 칼, 도끼, 활 등의 무기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다 화약의 발명으로 강력한 화력 무기가 생기면서 전쟁의 양상이 급격하게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1914년, 주력으로 쓰이는 무기는 바로 화약을 이용한 총포였습니다. 당시의 화약은 광물을 원료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특히, 남미의 ‘칠레초석(Chile saltpeter)’이란 광물이 핵심 원료였습니다. 대서양의 주도권을 확보했던 연합국 진영은 상대방인 독일로 유입되는 칠레초석 공급을 철저히 막았습니다. 독일의 화약 생산을 막아 항복하게 만들어 전쟁을 끝내려 했죠. 그러나 전쟁은 예상보다 훨씬 오래 이어졌습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화약의 발명은 중국의 고대 연단술(Chinese alchemy)에서 출발합니다. 연단술은 여러 물질을 섞어 불로장생의 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술이었죠. 연단술사는 숯과 유황, 그리고 염초(saltpeter)라고 불리던 질산 칼륨($\text{KNO}_3$)을 적절히 섞으면, 폭발적인 연소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숯을 포함한 이 혼합물은 검은색을 띠므로 흑색화약이라고 합니다. 흑색화약은 연소 과정에서 많은 양의 기체와 열을 생성합니다. 다량의 기체가 한꺼번에 발생하며 부피가 급격히 팽창되면서 강력한 폭발로 이어집니다. 흑색화약은 송나라 시대에 군용으로 처음 사용됐고, 13세기 몽골이 원정을 떠나면서 유럽까지 전파됩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흑색화약을 이용한 다양한 살상용 무기들이 만들어집니다. 흑색화약을 뛰어넘는 폭발력의 물질이 합성된 것은 19세기 중반입니다. 1846년, 쇤바인(Christian Friedrich Schönbein, 1799~1868)은 셀룰로오스에 황산과 질산을 섞은 혼합물을 이용해 나이트로셀룰로스(Nitrocellulose)를 개발하죠. 같은 해 소브레로(Ascanio Sobrero, 1812~1888)는 다이너마이트의 원료가 되는 나이트로글리세린(Nitroglycerin)을 최초로 합성합니다. 그로부터 20년 후인 1866년, 노벨(Alfred Bernhard Nobel, 1833~1896)은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합니다. 다이너마이트는 쉽게 폭발 사고를 일으키는 나이트로글리세린을 규조토에 흡수시켜 안정화한 발명품이었죠. 이보다 앞선 1863년, 빌브란트(Julius Wilbrand, 1839~1906)는 폭발력의 기준이 되는 폭약인 TNT를 개발했습니다. 이 물질들은 모두 높은 산화수의 질소를 포함하며, 합성 과정에서 질산이 필수적인 재료로 쓰입니다. 남미의 칠레, 볼리비아, 페루의 접경 지역에 아타카마(Atacama)라는 사막이 있습니다. 이곳은 새들의 배설물이 오랜 기간 쌓여 화석처럼 변한 구아노(guano)라는 광물질이 풍부하죠. 또한 칠레초석이라 불리는 질산 나트륨($\text{NaNO}_3$) 광물도 많이 있습니다. 질소 화합물이 식물의 생장에 중요하단 사실이 밝혀지며, 유럽 각국은 남미에서 구아노와 칠레초석을 대량 수입합니다. 구아노는 질소, 인, 칼륨 등의 영양소가 풍부한 천연 비료로 사용됐습니다. 칠레초석 역시 비료로 쓰이기도 하지만, 폭약을 만드는 데에도 반드시 필요했죠. 1879년엔 아타카마 사막의 주변국끼리 초석의 이권을 두고 전쟁까지 벌일 정도로 중요한 물질이었습니다. 1901년, 오스트발트(Friedrich Wilhelm Ostwald, 1853~1932)는 암모니아를 산화시켜 질산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초석 없이도 질산을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암모니아를 대규모로 생산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따라서 인공적으로 대량의 질산을 생산하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1908년, 하버(Fritz Jakob Haber, 1868~1934)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합니다. 바로 공기 중에 넘쳐나는 질소로부터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방법이었죠. 그리고 1차 세계대전 직전인 1913년, 보슈(Carl Bosch, 1874~1940)가 하버의 암모니아 합성법 개량에 성공합니다. 이제 암모니아를 공업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렇게 탄생한 ‘하버-보슈법’은 현재까지도 암모니아 생산에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이로써 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이를 재료로 질산을 합성하는 방법까지 개발되었습니다. 이 합성법은 1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에서만 활용되었던 기술이었습니다. 연합국 진영은 독일이 질산을 공업적으로 합성한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죠. 전쟁이 끝나고 나서야 하버-보슈법은 여러 나라로 퍼지게 됩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점차 칠레초석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죠. 하버의 암모니아 합성법은 농업혁명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공업적으로 대량으로 생산된 암모니아로 만든 비료는 인류의 식량난 해결에 크게 기여했죠. 하지만 합성된 암모니아는 화약을 만드는 데에도 많이 활용됐습니다. 이 기술로 인해 일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화약을 계속해서 생산할 수 있었고, 항복이 예상보다 늦춰졌죠. 그렇게 전쟁은 더 길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암모니아는 물질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똑같은 물질이 인류에 도움이 될 수도 있으면서도 동시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도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