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40~50억 년이 지나면 수소가 고갈된 태양은 결국 비대해지면서 진화를 멈추고 행성상성운을 남기며 사라집니다. 이렇게 먼 미래의 우주를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예측이 있지요. 바로 우리가 속한 우리은하가 결국 안드로메다은하와 충돌한다는 겁니다. 두 은하는 하나의 거대한 은하로 병합할 운명입니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충돌하게 될까요?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의 충돌 이야기는 20세기 초 미국의 천문학자 베스토 슬라이퍼(Vesto Melvin Slipher, 1875~1969)의 발견에서 시작합니다. 당시 슬라이퍼는 갑부 출신의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 1855~1916)이 만든 로웰 천문대에서 화성을 비롯한 행성들의 대기권을 관측하고 그 성분을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각 행성의 스펙트럼을 관측하면, 빛이 행성 대기권을 통과하는 도중에 특정한 파장에서 빛이 흡수되어 검게 보이는 흡수선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흡수선이 어느 파장에서 만들어지는지를 보면 그 행성의 대기에 어떤 화학 성분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죠. 이때 빛을 내는 광원이 움직인다면 흡수선이 보이는 파장도 변합니다. 광원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면 그 빛의 파장은 짧아지고, 광원이 지구로부터 멀어지면 파장은 길어집니다. 이것이 도플러 효과입니다. 빛은 파장이 짧아질수록 푸른 색을 띠고, 파장이 길수록 붉은 색을 띱니다. 이 변화를 각각 청색이동, 적색이동이라고 하죠. 슬라이퍼의 망원경은 1912년부터 태양계 너머 흐릿한 외부 은하도 겨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은하 대부분이 뚜렷한 도플러 효과를 보였던 것이지요. 안드로메다은하의 스펙트럼에서 흡수선의 위치는 확연히 더 짧은 파장에 있었습니다. 안드로메다은하가 가만히 멈춰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은하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당시 슬라이퍼가 추정했던 안드로메다은하가 다가오는 속도는 초속 300km 정도였습니다. 오늘날 더 정밀한 관측을 통해 파악한 값은 초속 약 110km입니다. 사실 이 시기의 많은 천문학자는 안드로메다은하를 우리은하 안에 속한 작은 성운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슬라이퍼의 관측에 따르면 안드로메다은하가 우주 공간을 누비는 속도는 굉장히 빨랐습니다. 우리은하의 중력에 붙잡혀 있는 작은 성운이라고는 보기 어려웠습니다. 우리은하 중력 밖에서 홀로 우주 공간을 떠돌고 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발견은 안드로메다은하가 우리은하 바깥에 있는 별개의 은하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안드로메다은하와 우리은하는 서로 거대한 질량으로 인한 중력의 영향을 주고받으며 빠르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특히 두 은하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암흑 물질 헤일로의 중력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요. 현재 두 은하는 250만 광년 떨어져 있는데요. 천문학자들은 현재 거리와 속도를 감안할 때 앞으로 50억 년 정도가 지나면, 두 은하의 별과 가스 물질이 본격적으로 충돌한다고 전망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각 원반 모양이던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는 모두 원래의 형태를 잃어버리고 맙니다. 두 은하가 병합하면서 둥글고 펑퍼짐한 타원 은하 하나로 바뀌게 되지요. 별의 궤도가 무작위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원래는 은하의 별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궤도를 돌고 있기 때문에 별들이 납작한 원반을 이룹니다. 하지만 은하 두 개가 거대한 충돌과 병합을 겪으면 별의 궤도가 복잡하게 뒤섞이면서 서로 다른 경사로 기울어진 궤도를 따라 돌게 됩니다. 마치 벌집 주변을 아무렇게나 맴도는 한 무리의 벌떼를 보면 둥글고 펑퍼짐하게 모여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한 마리씩 떼어놓고 보면 벌은 벌집 주변을 둥글게 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벌이 그리는 궤적의 기울기가 제각각 다르다 보니, 모아놓고 보면 둥글고 펑퍼짐하게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요. 사실 이런 은하의 충돌과 병합은 우주에서 흔히 발생하고 있고, 현재도 많은 은하가 이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아주 먼 미래에나 생길 이 새로운 은하의 이름도 벌써 지어놓았답니다. 두 은하의 이름을 합친 밀코메다은하입니다. 50억 년 뒤 우주에서 벌어질 이 장대한 사건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변화보다도 규모가 크고, 그 후로 약 100억 년이 더 지나면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은하의 형태는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아주 먼 미래의 밀코메다은하는 새로 태어난 별들과 어떤 모습으로 함께하고 있을까요? 인류는 그때 존재하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