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카페에서 공부나 일을 해 본 적이 있나요? 카페의 배경 음악, 사람들의 대화 소리, 커피 머신이 지직거리는 소리, 컵이 부딪치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가 겹쳐져 집중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소음 제거 이어폰을 쓰면 주변이 마법처럼 조용해집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요? 그리고 왜 이 마법 같은 기술로 내 방 전체를 조용하게 할 수는 없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파동인 음파의 간섭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는 두 파동이 만나면 겹쳐지면서 원래의 진폭보다 커지거나 작아집니다. 파동의 간섭은 집에서 간단한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방 양쪽에 스테레오 스피커를 두고 두 스피커와 삼각형 형태를 이루면서 이동하며 소리를 들으면 소리가 크게 또는 작게 들리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두 파동이 만날 때 같은 위상이면 진폭이 커져 소리가 크게 들리고 반대 위상이면 진폭이 상쇄돼 소리가 작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두 파동이 겹쳐서 진폭이 커지는 것을 보강 간섭, 진폭이 상쇄되는 것을 상쇄 간섭이라고 합니다. 실생활에서 이러한 파동의 간섭 현상을 이용해 소음을 제거하거나 소리를 증폭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소음 제어 기술입니다. 가장 단순한 소음 제거 방법은 흡음재나 차음재를 사용해 소리를 흡수하거나 차단하는 ‘수동 소음 제어’입니다. 고속도로변이나 아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음벽이 이에 해당합니다. 반면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은 상쇄 간섭을 이용한 ‘능동 소음 제어(ANC: Active Noise Control)’ 기술을 사용합니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에는 소형 마이크, 소리 신호를 분석하는 디지털 신호 처리 장치인 DSP(Digital Signal Processor), 분석된 신호를 바탕으로 반대 위상의 신호를 발생시키는 소형 스피커가 내장돼 있습니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의 원리를 살펴봅시다. 먼저 내장 외부 마이크가 주변 소음을 감지합니다. 이 소음은 DSP에서 분석된 후 정확히 반대 위상의 소리를 생성합니다. 이 반대 위상의 소리는 내장 스피커를 통해 출력돼 원래의 소음과 만납니다. 두 소리가 만나 서로 상쇄되기 때문에 우리 귀에 거의 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고급 헤드폰은 이러한 능동 소음제어로 소음을 제거하고 귀를 완전히 덮는 덮개로 수동 소음제어 기술까지 구현해 소음 제거 효과를 높입니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의 경우에도 귓속에 삽입되는 구조로 일부 수동 소음 제어 효과를 얻으며 여기에 능동 소음 제어 기술을 결합하여 복합적인 소음 제거 기능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 기술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능동형 소음 제거는 500~1,000 Hz 이하의 저주파 소음에 가장 효과적입니다. 그 이상의 주파수에서는 효과가 급격히 감소합니다. 파장의 짧은 고주파 소리는 소리의 위상이 빠르게 변해 실시간으로 정확한 반대 위상을 생성하고 적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소음 제거 기술은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영화나 뉴스에서 경비행기나 헬기에 탄 승객, 공사장의 인부들을 보면 헤드셋을 쓰고 있습니다. 엔진이나 기기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부터 귀를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대형 항공기 승객은 헤드셋을 쓰지 않습니다. 항공기 내부에서 소음과 위상이 반대인 소리를 발생시켜 상쇄 간섭으로 소음을 제거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기술을 더 확장하여 우리의 일상 공간, 예를 들어 방 전체를 조용하게 할 수는 없을까요? 방 안의 소음은 매우 복잡하고 공간에서 빠르게 변합니다. 그래서 많은 스피커와 마이크, 고성능 DSP가 필요해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일부 고급 차량에서는 실내 전체의 소음을 줄이는 기술을 사용합니다. 한 예로 자동차 회사들은 ‘능동형 노면 소음 저감 기술(Road-noise Active Noise Control)’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노면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20~500 Hz로 주로 타이어와 아스팔트 도로가 만날 때 생깁니다. 자동차에 내장된 DSP로 반대 위상의 음파를 생성해 이 소음을 제거합니다. 그 외 엔진에서 발생하는 배기 소음은 머플러의 배기관 통로 길이를 조절해 상쇄 간섭으로 제거합니다. 이처럼 파동의 상쇄 간섭을 다양하게 활용하면 생활의 편리함을 주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창문에 작은 스피커들을 설치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음을 상쇄하는 방음 기술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이 실용화되면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면서도 외부 소음을 크게 줄일 수 있어, 특히 도심 주거 환경에서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파동의 간섭을 이용한 생활 속 소음 제거가 어느 영역에까지 확장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