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여러분이 북극이나 남극에 살고 있지 않다면, 아마도 매일 아침 해가 떠서 저녁에 지는 하루를 살고 있을 거예요. 해가 뜨면 하늘이 밝아지고, 지면 어두워지죠. 주위에 불빛에 없다면 밤하늘에는 오직 달이나 밝은 별만이 보일 겁니다. 우리는 해가 뜨면 하늘이 밝고, 지면 하늘이 어두워지는 현상을 매일 경험합니다. 그래서 밤하늘이 어두운 것은 너무 당연해 보이죠. 하지만 ‘밤하늘은 왜 어두운 것일까?’라며, 당연한 현상에도 의문을 던지는 과학자들이 많았습니다. 이 질문은 오늘날 ‘올베르스의 역설(Olbers’ paradox)’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1823년 이 문제를 제기한 독일의 천문학자 하인리히 올베르스(Heinrich Olbers)의 이름을 딴 것이지만, 사실 이 역설은 올베르스가 태어나기 수백 년 전부터 과학자들에게 까다로운 과제였습니다. 이를테면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가 지동설을 주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576년, 지동설을 영국에 소개한 토머스 디그스(Thomas Digges)도 밤하늘이 왜 어두운지 의문을 품었습니다. 디그스는 태양계 너머에 무한히 넓은 공간이 있고, 무한히 많은 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수많은 별에서 나온 빛이 태양빛보다 더 밝게 하늘을 채워야 마땅하다는 생각이었죠. 무한히 넓은 공간을 상상해보세요. 그리고 그 안에 규칙적인 간격으로 늘어선 별들을 상상해보세요. 그 공간 한가운데에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는 겁니다. 별의 밝기는 모두 동일하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바라보는 별빛 한 줄기는 그리 밝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늘의 한 영역에 별이 하나 있고, 그 별에서 나와 우리에게 닿는 빛의 양을 L이라고 해봅시다. 하늘의 같은 영역을 좀 더 멀리 보면 어떨까요? 별이 무한히 넓은 공간에 규칙적으로 늘어서 있으니, 멀리 보면 볼수록 더 많은 별을 볼 수 있습니다. 거리가 늘어나면 하늘에서 같은 영역의 넓이는 제곱에 비례해 늘어납니다. 따라서 아까 그 별보다 두 배 정도 멀리 떨어진 곳에는, 대략 네 개의 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별에서 나온 빛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서 그 밝기가 줄어듭니다. 따라서 이곳의 별 하나에서 나온 빛이 우리에게 닿을 때는 그 양이 4분의 L로 줄어듭니다. 아까 별은 네 개가 있다고 했으니, 결국 가까운 별보다 두 배 먼 별 네 개에서 나와 지구에 도달하는 빛의 총량은 4분의 L에 4를 곱한 L이 됩니다. 어라? 가장 가까운 별 하나에서 나온 빛과 똑같네요? 가장 가까운 별보다 세 배 떨어진 곳은 어떨까요? 마찬가지로 하늘의 같은 부분에 있는 별은 대략 9개입니다. 별 하나에서 나온 빛의 양은 9분의 L이 되고요. 그래서 가장 가까운 별의 세 배 떨어진 곳에서 나온 빛의 총량은 마찬가지로 L이 됩니다. 네 배, 다섯 배, 여섯 배, ... 몇 배 멀리 떨어진 곳을 생각해도, 거기서 나온 빛의 총량은 여전히 L입니다. L이 아무리 작다고 해도 무한히 멀리 떨어진 별의 수까지 감안해 총량을 구하면, 결국 밤하늘의 밝기는 태양의 밝기보다 더 밝아지게 됩니다. 자, 그러면 밤하늘도 한낮만큼이나 밝아야 하는데, 왜 어두울까요? 이것이 바로 올베르스의 역설입니다. 우주 공간에 별빛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많이 있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가스나 먼지가 뒤쪽에 있는 천체의 빛을 가로막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말머리 암흑성운이 대표적인 예지요. 하지만 이것으로 올베르스의 역설을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가스가 별빛을 가로막는다는 것은 그 별빛을 흡수한다는 뜻입니다. 별빛을 흡수하다 보면 가스도 점점 뜨거워집니다. 뜨거운 물체는 흑체복사(blackbody radiation)라는 빛을 내뿜고, 물체가 뜨거울수록 그 빛도 더 강해지지요. 그래서 결국 흡수한 별빛 때문에 뜨거워진 가스는 스스로 밝은 빛을 내뿜을 겁니다. 올베르스의 역설을 해결할 실마리는 영국의 물리학자 켈빈 경(Lord Kelvin)이 1901년 제시했습니다. 열역학의 선구자이자 절대온도 척도를 고안한 물리학자로, 우주의 나이와 크기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있었던 인물이지요. 켈빈 경은 우주가 무한하지 않으며 나이가 유한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도 자신의 소설 <유레카>에서 비슷한 관점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무수한 방향에서 망원경에 보이는 허공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보이지 않는 배경이 어마어마하게 멀어서 그곳에서 출발한 빛이 아직 우리에게 전혀 도달하지 못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올베르스의 역설은 우주가 무한히 넓고, 거기 있는 모든 별에서 나온 빛이 우리에게 그대로 도달할 때 가능합니다. 그러나 실제 우리 우주는 나이가 138억 년이어서 너무 멀리 있는 별에서 온 빛은 138억 년 안에 우리에게 도착하지 못합니다. 뿐만 아니라 138억 년 동안 우리 우주는 점점 팽창했습니다. 이때 공간이 팽창하면서 빛의 파장도 같이 늘어났습니다. 그와 함께 빛의 에너지도 줄어들었지요. 아주 오래전 멀리 떨어진 별에서 나온 빛도 처음에는 우리 눈에 아주 밝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주가 팽창하면서 그 빛은 파장이 늘어나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이나 전파가 됩니다. 에너지도 훨씬 줄어들고요. 이렇게 해서 ‘밤하늘은 왜 어두운가?’라는 올베르스의 역설은 풀렸습니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밤하늘이 완전히 어둡기만 한 건 아닙니다. 오늘날 망원경 기술이 더 발전하면서, 기존에는 은하와 은하 사이 빈 공간으로만 보였던 곳에도 미약하지만 빛이 가득하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텅 빈 밤하늘은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얼굴을 우리에게 보여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