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은 우리 몸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중요한 호르몬입니다. 인슐린은 이자(췌장)에서 생성되어 혈액을 통해 우리 몸의 여러 세포들로 이동합니다. 인슐린의 신호를 받은 세포들은 혈액 속의 포도당을 흡수하여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죠. 이 인슐린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거나, 만들더라도 세포가 인슐린을 잘 이용하지 못하면 혈당 조절에 문제가 생기는데요. 이러한 대사질환을 당뇨병이라고 부릅니다. 당뇨병은 높은 혈당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만들어 우리 몸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큰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동맥경화증, 그리고 작은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시력 상실, 만성 신부전, 감각 저하, 통증 유발 등 여러 합병증이 일어날 수 있지요. 소변으로 포도당도 배출됩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수적인 인슐린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체내에서 인슐린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당뇨병의 경우, 인슐린 투여가 직접적인 치료법으로 쓰입니다. 과학자들은 당뇨병 치료제로서 인슐린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많은 시도를 거듭해왔습니다. 초창기의 인슐린 생산은 개, 소, 돼지와 같은 동물의 이자를 이용했는데요. 이 방식으로 생산된 인슐린은 당뇨병 환자들의 생명을 획기적으로 연장시켜 기적의 약물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초창기 인슐린 생산에 기여한 프레더릭 밴팅(Sir Frederick Grant Banting, 1891~1941)과 존 매클라우드(John James Rickard Macleod, 1876~1935)는 1923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물에서 얻은 인슐린은 우리 몸에 존재하는 인슐린과는 아미노산 서열의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돼지 인슐린은 인간 인슐린과 단 하나의 아미노산이 다르며, 소 인슐린은 세 개의 아미노산이 다르죠. 그래서 일부 당뇨병 환자들은 알레르기 반응이나 면역 반응 등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했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인슐린과 좀 더 유사한 인슐린을 만들려는 새로운 시도와 노력이 계속되었습니다. 건강한 사람의 췌장에는 인슐린이 존재하지만 사람으로부터 인슐린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고안해야 했습니다. 이때 고안된 방법이 대장균을 이용해 인간의 인슐린을 생산하는 것입니다. 대장균은 아주 작은 미생물로 배양이 쉽고 빠르게 번식하며 많은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장균은 원래 인슐린을 생산하지 않지만,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인슐린 생산 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유전자 재조합의 과정은 매우 정교하게 이루어집니다. 먼저 인간의 인슐린 유전자를 추출하여 원형 DNA, 즉 플라스미드에 삽입합니다. 다음으로 인간 인슐린 유전자가 삽입된 플라스미드를 대장균 세포 안에 주입하죠. 플라스미드는 대장균 안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인슐린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유전 정보를 제공하는데요. 이 유전자 주입 과정을 통해 대장균의 형질전환(Transformation)이 일어나며, 대장균이 인간 인슐린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이 형질전환 대장균을 적당한 온도와 조건에서 배양하면, 대장균들이 빠르게 번식하며 인간 인슐린 단백질을 생산합니다. 이렇게 대장균을 이용해 인슐린을 생산하게 되면 여러 대장균 부산물과 함께 혼합되어 있는 상태로 생산되기 때문에, 여러 과정의 정제를 거쳐야만 순수한 인슐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하여 생체 내에서 충분히 얻기 어려운 치료용 단백질을 대량 생산하여 의약품으로 사용하는 것을 ‘재조합 단백질 의약품’이라고 부릅니다. 대장균, 효모와 같은 미생물은 형질전환이 쉽고 대량 배양도 어렵지 않아서 재조합 단백질 의약품 생산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죠. 이 생산 방식은 저비용과 고효율 덕분에 전 세계 의약품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최초의 재조합 인슐린이 출시된 이후, 여러 재조합 단백질 의약품이 개발되어 다양한 질병 치료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장호르몬(Somatropin)은 성장부전 치료제로, 인터페론(Interferon)은 다발성 경화증과 C형 간염 치료제로, 에리스로포이에틴(Erythropoietin)은 신장질환에 따른 빈혈 치료제로 사용되는 등 다양한 의약품들이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생산되고 있습니다. 대장균과 같은 미생물이 의약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는 사실! 정말 흥미롭네요! 특히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생산된 인슐린은 최초의 바이오 의약품으로, 현재 전 세계 당뇨병 환자들의 주요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개발국가의 당뇨병 환자들에게도 저렴하고 안정적인 인슐린 공급이 가능해졌지요. 유전자 편집 기술과 결합하여 더 나은 인슐린 생산 방식이 개발되거나, 개인 맞춤형 인슐린을 생산하는 등 다양한 발전이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