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우리 태양계의 8개의 행성을 한번 보시죠. 어떤 느낌이 드나요? “와우! 쏘~ 컬러풀!”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화성은 붉게 보이고, 목성은 줄무늬의 맵시가 돋보입니다. 지구뿐만 아니라 천왕성과 해왕성도 푸른 색으로 빛납니다. 그런데 소행성을 연구하는 사람에게는 행성의 화려한 색감보다는 똑 떨어지는 동그란 형태에 시선이 머뭅니다. 행성은 축구공, 농구공, 탁구공처럼 크기만 다를 뿐이지 모두 매끈한 구 모양입니다. 행성뿐만인가요? 지구의 달은 물론 목성의 4대 위성과 토성의 타이탄도, 심지어는 지금은 행성이 아닌 명왕성도 공처럼 둥급니다. 태양과 같은 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소행성은 제멋대로 생겼습니다. 감자처럼 생긴 것도 있고, 고구마처럼 생긴 것도 있습니다. 심지어 땅콩을 닮은 것도 있죠. 왜 소행성은 하나같이 제멋대로 생겼을까요? 한국어로 소행성(小行星)은 한자 뜻풀이 그대로 작은 행성이라는 의미입니다. 왜 이렇게 부르는 걸까요? 이 영상은 밤하늘의 별들의 위치를 고정하고 여러 장의 사진을 이어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입니다. 별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움직이는 것이 바로 소행성이죠. 이 천체를 관측하기 위해서 좀 더 커다란 망원경으로 살펴봐도 여전히 점으로만 보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크기가 큰 망원경으로 촬영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눈으로 보이는 행성은 작은 망원경으로 봐도 동그란 모습이 바로 보입니다. 점이 아니라 면이 보인다는 거죠.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목성의 위성을 발견했던 망원경의 지름은 5cm 정도였습니다. 소행성은 행성에 비해 작아도 너무 작습니다. 크기가 작으면 질량도 작고, 질량이 작으면 중력이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태양계 모든 소행성의 질량을 다 합쳐도 달의 질량에 미치지 못합니다. 소행성대에서 가장 큰 천체인 세레스는 지름이 약 940km인데, 중력이 지구의 3%밖에 안 됩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착륙해서 샘플을 지구로 가져온 소행성 베누(Bennu)는 중력이 지구의 10만 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중력이 이렇게 작은 상태로는 자체 중력으로 구형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덩치가 큰 행성의 경우 중심으로 작용하는 중력과 그 반대 방향, 즉 압력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작용하는 압력 경도력이 평형을 이룹니다. 이것을 정역학적 평형(hydrostatic equilibrium) 상태라고 합니다. 천체의 모든 표면에서 중력과 압력 경도력이 평형이 되는 형태는 공 모양뿐입니다. 이것이 행성과 크기가 큰 주요 위성, 그리고 태양과 같은 별이 모두 똑같이 구형인 이유입니다. 작고 제멋대로인 모습으로 남아 있는 소행성은 태양계를 연구하는 천문학자에게 귀중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소행성은 행성이 되지 못하고 남은 잔해인데, 태양계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물질이 여전히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행성을 태양계의 화석이라고 부르지요. 지구와 같은 행성은 지각, 맨틀, 핵과 같이 분화가 진행되어 태양계 최초 물질에 대한 정보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행성은 행성이 되지 못한 잔해물, 미행성체(planetesimal)라고 부르는 물질이 중력적으로 매우 느슨하게 결합된 상태입니다. 중력적으로 매우 느슨하게 결합하여 있는 구조를 돌무더기 구조(rubble pile)라고 부릅니다. NASA의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이 소행성 베누에서 시료를 채집하기 위해 표면에 착륙할 때 수많은 파편이 튀어오르는 것을 보고 우리는 소행성의 구조를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소행성에는 태양계 생성과 진화에 대한 정보가 많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NASA 같은 세계 주요 우주 기관이 앞다투어 소행성에서 시료를 채집하여 지구로 가져오는 이유지요. 결국, 소행성이 제멋대로 생긴 건 크기가 작기 때문입니다. 작은 크기로 정역학적 평형상태를 이루지 못해서 구형이 되지 못한 것이죠. 하지만 커다란 행성으로 성장하지 못한 덕분에 태양계 천문학자들은 소행성에서 태양계의 기원과 진화의 단서가 되는 물질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소행성 자체가 미완성의 존재는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필요에 따라 행성과 소행성의 의미를 구분했을 뿐이죠. 이제 다 같이 각자 개성 있게 생긴 자신만의 소행성을 찾아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