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 나면 TV 속보가 뜹니다. 일반적으로 지진 발생 시간, 진앙의 위치, 지진으로 인한 피해 상황과 함께 지진의 규모가 소개되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지진의 규모를 진도의 개념과 혼동해 사용합니다. 지진의 규모는 진도와 어떻게 다르며, 인간이 기록한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은 무엇이었을까요? 먼저 지진 관련 용어를 간략히 알아봅시다. 지진이 발생한 위치를 진원이라고 하며, 진원으로부터 수직 상부 지표면의 지점을 진앙이라고 합니다. 지진 규모는 진원에서 방출된 지진 에너지를 수치로 환산한 것입니다. 지진의 크기를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지표이며, 숫자로 표현됩니다. 반면 진도는 지진의 크기나 피해 정도를 계급화해서 나타낸 것으로, 지역에 따라 그 계급이 달라집니다. 한국을 포함해서 많은 나라에서 수정 메르칼리 진도(MMI) 계급을 사용하고, 일본에서는 일본 기상청(JMA) 진도 계급을 사용합니다. 수정 메르칼리 진도는 진도의 계급을 12개로 나누고, 일본 기상청 진도는 0부터 7까지 8 계급으로 나눕니다. 진도는 규모와 달리 상대적인 개념이기에, 이 둘을 정확히 구분해 사용해야 합니다. 이제 지진의 규모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지진의 크기, 즉 규모는 다양합니다. 진동조차 느끼기 힘든 아주 작은 미소지진부터 단숨에 수십만 명이 사망하는 아주 강력한 지진까지, 그 에너지 발산 정도가 매우 다양하죠.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지진계는 매년 약 50만 건의 지진을 감지한다고 합니다. 이 영상을 보는 동안에도 지구 어느 지역에서는 몇 차례의 지진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이 50만 건의 지진 중 약 10만 건의 지진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10만 건의 지진 중 100여 건만이 인간에게 피해를 주고, 구조물에 영향을 줍니다. 이 100여 개의 지진들 중에서 규모 7.0이 넘는 지진은 18건 정도입니다. 거대 지진이라 불리는 규모 8.0 이상의 지진은 매년 한 번 정도 발생합니다. 우리가 흔히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지진은 다 그 세기가 어마어마한데, 어떻게 이렇게 작은 숫자로 표기할 수 있을까요? 그 이유는 규모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지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물리량에 로그(log)를 취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지역 규모식($\text{M}_\text{L}$)에서는 지진파의 최대 진폭에 로그를 취하고, 모멘트 규모식($\text{M}_\text{W}$)에서는 단층면의 어긋난 면적과 단층이 어긋난 길이의 곱에 비례하는 물리적인 양에 로그를 취합니다. 로그를 사용하면 계산된 물리량의 매우 큰 수도 작은 수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규모와 지진에너지는 로그를 포함한 관계식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 관계식에 따르면, 규모 1이 증가할 때마다 지진에너지는 $10^{1.5}$이 되어 31.6배 증가합니다. 규모 2.0 차이는 무려 1000배, 3.0 차이는 32000배 차이입니다. 지진 관측 역사상 한국 최대 규모인 2016년 $\text{M}_\text{W}$ 5.5 경주 지진과 일본 최대 규모인 2011년 $\text{M}_\text{W}$ 9.0 동일본 대지진의 규모 차이는 고작 3.5이지만, 실제로는 약 십만 배의 에너지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지진 규모는 지진의 발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단층의 크기에 비례합니다. 단층의 길이가 길거나 넓이가 클수록 지진 규모가 더 커지는 것이죠. 그렇다면 규모 10.0 지진이 발생할 수 있을까요? 지구에 규모 10.0의 지진을 발생시킬 만큼 길거나 넓은 단층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간이 기록한 가장 큰 지진은 1960년 칠레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규모는 9.5, 단층의 길이는 약 1000 km입니다. 이 한 번의 칠레 지진이 지난 100 년 동안 발생한 전지구 지진 에너지의 삼분의 일 정도를 방출했습니다. 아마 규모 9.5 이상 10.0 미만의 지진이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지진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극히 희박합니다. 지난 100년간 규모 9.0 이상의 지진은 총 5건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지진들은 수백 킬로미터 길이의 단층을 파열시켰으며, 발생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여진을 촉발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진앙지는 큰 피해를 입었죠. 이런 거대지진은 모두 해저에서 발생했습니다. 지진해일이 일어나면 지진보다도 더 큰 피해가 발생합니다. 1960년 칠레 지진 때 발생한 지진해일은 칠레에서 약 17000 km 떨어진 일본 해안까지 전파되어 수백 명이 사망했습니다. 2004년 규모 9.1의 수마트라 지진 때 발생한 지진해일은 진앙지뿐 아니라 여러 인접 국가까지 전파되어 약 23만 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습니다. 이렇게 큰 규모의 거대지진은 다른 지역까지 전파되어 큰 진동을 일으킵니다. 이는 심각한 자연재해와 인명 피해를 초래하죠. 지진의 규모는 작은 숫자로 표현되지만, 그 뒤에 숨겨진 지진 에너지의 위력은 어마어마합니다. 이 숫자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강력한 힘을 가진 지진에 대비하는 첫 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