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동산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즉시 다채롭고 화려한 풍경에 매료됩니다. 회전목마의 정겨운 음악소리, 롤러코스터에서 들려오는 아찔한 비명도 함께 들립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아이들의 손에 붙들려 떠다니는 형형색색의 풍선들이 우리들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이따금씩 하늘로 자유롭게 훌훌 날아가버리는 풍선들을 볼 수도 있죠. 이처럼 놀이동산의 풍선은 공기를 불어넣은 풍선과 달리 쉽게 떠오를 수 있습니다. 이 풍선에 사용된 기체는 무엇이고, 어떤 재밌는 사실이 숨겨져 있을까요?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원소들은 주기율표(periodic table) 형태로 정리돼 있습니다. 주기율표는 비슷한 성질을 가진 원소들이 같은 세로줄에 배치되며, 각 세로줄은 족(group)이라고 부릅니다. 풍선 속 기체를 비롯한 유사한 특징의 원소들은 오른쪽 가장 끝 부분인 18족에 배치돼 있죠. 이들의 가장 특이한 성질은 마치 다른 물질에 관심이 전혀 없는 듯 화학 반응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화학 반응에 참여하는 정도를 반응성이라 합니다. 만약 어떤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는 산화 반응에 대한 반응성이 크다고 한다면, 그 물질은 쉽게 산화되거나 연소된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반응성이 작다면 산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이죠. 18족 원소들은 반응성이 매우 낮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물질과 반응을 하지 않아 ‘비활성(inert) 기체’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별명에서도 드러나듯 18족 원소들은 대부분 기체 원자로 존재합니다. 떠오르는 풍선 속의 기체의 정체는 첫 번째 비활성 기체인 헬륨($\text{He}$)입니다. 헬륨은 지구의 중력으로 붙잡아 둘 수 없을 정도로 가벼워 하늘로 날아가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기에선 헬륨이 거의 발견되지 않습니다. 대신 우주에는 많은 양의 헬륨이 발견됩니다. 헬륨을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지구 근처의 장소는 바로 태양입니다. 태양의 맹렬한 에너지는 핵융합 반응으로부터 만들어집니다. 태양에는 수소의 핵융합 반응으로 인해 만들어진 헬륨이 풍부하게 존재하죠. 헬륨의 첫 발견도 태양의 개기일식을 관측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헬륨보다 무거운 비활성 기체 원소에는 네온($\text{Ne}$), 아르곤($\text{Ar}$), 크립톤($\text{Kr}$), 제논($\text{Xe}$), 그리고 라돈($\text{Rn}$)이 있습니다. 이 원소들은 헬륨보다 무겁기 때문에 지구의 공기 속에 적지만 제각각 다른 비율로 섞여있습니다. 비활성 기체의 첫 발견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과거에는 뒤섞여 있는 기체를 각각 분리하는 일은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그런데 18족 원소들은 기체이면서도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아서 고체나 액체 상태의 화합물로 얻어내는 것이 불가능했죠. 아예 비활성 기체라는 새로운 기체의 존재 여부조차 알기 어려웠습니다. 비활성 기체는 논리적인 실험과 관찰에서 발견이 시작됩니다. 공기에서 산소와 이산화 탄소 등을 제거한 후 남겨진 질소의 밀도와 물질의 화학 반응으로부터 얻어진 질소의 밀도가 다르다는 사실이 관찰됩니다. 공기 속 질소가 약간이나마 더 무거웠던 것이죠. 이로부터 무언가 다른 기체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미지의 기체를 찾기 시작합니다. 공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질소는 마그네슘과의 화학 반응으로 제거했으며, 산소는 산화 반응을 통해 제거됩니다. 남겨진 기체는 화학 반응을 하지 않는 비활성(argos)의 기체였으며, 이로부터 최초의 비활성 기체인 아르곤($\text{Ar}$)이 세상에 드러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주기율표의 탄생 시기에는 비활성 기체가 단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후 이 은밀하고도 조용한 원소들이 발견되며 주기율표 가장 오른쪽에 하나의 줄이 추가됩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원소 중 마지막 원소는 원자번호 118번 오가네손($\text{Og}$)입니다. 오가네손 역시 주기율표 위치 상으로는 18족 비활성 기체에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오가네손은 인공적으로 합성된 원소이며 너무 크고 무거워서 기체 상태가 아닐 수도 있다고 추측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헬륨부터 라돈까지의 여섯 가지 원소를 비활성 기체라고 부릅니다. 과학에선 ‘무조건’ 혹은 ‘완전히’와 같은 절대적인 표현은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언제나 다른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이죠. 비활성 기체도 지금까지는 다른 물질과 반응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18족 원소가 만드는 여러 가지 화합물들이 알려져 있습니다. 우주에서는 특유의 고에너지, 극저온 환경 조건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헬륨과 수소가 결합한 물질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구에서도 다양한 비활성 기체 화합물이 있는데요. 반응성이 가장 큰 원소인 플루오린($\text{F}$)은 18족 원소들과 반응하여 화합물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 화합물은 불안정하지만 소금처럼 고체 상태로 분리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완전한 비활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비활성 기체는 낮은 반응성을 갖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품의 변질을 막기 위해 비활성 기체를 충전하여 포장할 수도 있고, 다채로운 색깔의 네온사인을 만들 수도 있으며, 첨단 광학 장비인 레이저의 핵심 물질로 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헬륨은 가볍기 때문에 계속해서 지구를 벗어나고 있어 언젠가 고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니 놀이동산에서 날아가버리는 헬륨 풍선들을 보면서 18족 원소의 소중함을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