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는 전기가 통하는 금속이지만 저항이 전혀 없어 아무리 오래 작동해도 열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상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가 있다면, 이걸로 전선을 만들고 전자 제품의 회로를 만들 수 있어 에너지 손실이 매우 적어질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아쉽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상온 초전도체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니까요. 대신 양자 컴퓨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으로 초전도체가 맹활약 중입니다. 양자 컴퓨터의 핵심은 큐비트(qubit)입니다. 초전도체를 이용한 큐비트는 IBM이나 구글에서 만든 양자 컴퓨터에 쓰이고 있죠. 큐비트는 무엇이고, 초전도체로 큐비트를 어떻게 만들까요? 영국 물리학자 브라이언 조지프슨(Brian Josephson, 1940~)이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원에서 물리학을 공부할 때였습니다. 미국 물리학자 필립 앤더슨(Philip Anderson, 1923~2020)은 당시 최신 물리학이었던 초전도체 이론을 강의했습니다. 수업을 듣던 조지프슨은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습니다. 초전도체를 고리 모양으로 만들고, 중간에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를 끼워 넣습니다. 순수한 초전도체로만 고리를 만들면 전류가 저항 없이 잘 흐릅니다. 하지만 중간에 절연체가 끼어 있으면 잘 흐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중간에 얇은 절연체 막이 있어도 전자가 그 막을 뚫고 지나갈 수 있다는 건 이미 알려져 있었습니다. 미세입자가 가진 파동의 성질 때문에 넘을 수 없는 장벽을 통과하는 현상인 터널링 효과(Tunneling effect) 덕분이죠. 하지만 쿠퍼쌍도 터널링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못했습니다. 앤더슨도 처음엔 쿠퍼쌍의 터널링은 불가능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조지프슨은 전자 대신 쿠퍼쌍이 터널링을 하는 초전류(supercurrent)가 흐를 것이라고 믿었고, 이를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몇 년 뒤 그 예측은 사실로 인정됐고, 1973년 조지프슨은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조지프슨 효과(Josephson effect)라 부릅니다. 고리 모양의 초전도체 중간에 절연체 층을 끼워 넣은 소자를 조지프슨 소자라 부릅니다. 소자 한가운데 자기장을 넣으면 고리에 초전류가 흐릅니다. 자기장을 더 세게 걸면 초전류의 크기도 커질 것 같지만 오히려 줄어듭니다. 더 강한 자기장에서는 오히려 전류의 방향이 바뀝니다. 조지프슨은 이미 1962년에 쓴 논문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고리에 흐르는 전류를 정확히 측정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조지프슨 소자를 만들어 전류를 측정하면 그 고리를 통과하는 자기장의 세기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죠. 이런 장치를 초전도 양자 간섭 소자(Superconducting Quantum Interference Device, SQUID)라 합니다. 적당한 양의 자기장을 조지프슨 소자에 걸면 전류의 방향이 바뀌려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냥 전류가 흐르지 않는 상태라고 할 수 있지만, 양자 역학의 세계에서는 이보다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바로 ‘중첩’입니다. 양자 역학에서 중첩은 두 개 이상의 양자 상태가 확률적으로 공존하는 현상입니다. 전류가 흐르지 않는 초전도 고리는 전류가 시계 방향으로 흐르는 상태와 반시계 방향으로 흐르는 상태가 중첩된 상태입니다. 확률이 반반이다 보니 전류가 평균적으로 0인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두 가지 가능한 상태가 있고, 그 두 상태를 중첩할 수 있는 소자를 큐비트라 부릅니다. 컴퓨터의 연산 단위인 비트(bit)와 양자 역학을 뜻하는 퀀텀(quantum)을 섞어서 만든 단어지요. 0 또는 1의 상태만 가질 수 있는 비트와 달리, 큐비트는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습니다. 조지프슨 소자에 자기장을 적당히 걸어주면 중첩 상태가 만들어지고 큐비트가 됩니다. 조지프슨의 발견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양자 컴퓨터의 소자를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양자 컴퓨터에 꼭 필요한 큐비트는 조지프슨 소자, 원자, 이온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중 어떤 방식의 양자 컴퓨터가 최종적으로 가장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지 아직 모릅니다. 조지프슨의 발견과 마찬가지로 다른 방식의 큐비트도 처음엔 순수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물리학 연구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양자 컴퓨터 소자로 쓰이기 시작했죠. 이렇게 과학의 역사에는 호기심으로 출발한 연구가 새로운 기술로 발전하는 사례가 굉장히 많습니다. 언젠가 또 다른 발견과 연구를 통해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