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은 우리 일상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달걀이나 콩에 단백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는 것은 상식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음료, 보충제 등 ‘벌크업’을 위해 단백질을 추가로 섭취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단백질은 몸 안에서 근육을 만들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백질은 많은 기능을 수행합니다. 마치 작은 로봇처럼 몸 곳곳으로 물질을 나르기도 하고, 물질을 합성하거나 분해하기도 하고, 세포 안의 환경을 조절하기도 합니다. 단백질은 아주 정교한 구조를 가집니다. 세포 안에서 다양한 일을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단백질 구조가 조금만 바뀌어도 원래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눈도 없고, 손도 없는 세포가 어떻게 이렇게 정교한 단백질 구조를 만들어내는 걸까요? 단백질은 ‘고분자’입니다. 고분자는 특정한 화학적 구조를 가진 덩어리들을 쭉 연결해서 만들어낸 긴 끈과 같은 분자를 가리킵니다. 구슬을 꿰어 목걸이를 만드는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 구슬 역할을 하는 분자들은 ‘단량체’라고 합니다. 이 단량체 구슬들이 길게 이어져서 만들어진 목걸이가 바로 고분자입니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단량체에는 스무 가지 이상의 종류가 있습니다. 이들은 아미노산이라 부릅니다. 대표적인 아미노산으론 아르기닌이 있는데요. 아마 영양소 보충제 등에서 이 이름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아미노산들은 서로 다른 화학적 구조와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아미노산은 물을 싫어하고, 어떤 아미노산은 물을 좋아합니다. 또 어떤 아미노산은 양전하를 가지고 있고, 어떤 아미노산은 음전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아미노산끼리 만들어내는 상호작용이 무척 다채로워집니다. 서로 잡아당기는 아미노산도 있고, 서로 밀쳐내는 아미노산도 있죠. 밀고 당기는 힘의 크기도 아미노산의 종류마다 달라집니다. 다양한 아미노산은 특정한 순서대로 결합해 단백질을 이룹니다. 이 순서를 ‘서열(sequence)’이라고 부릅니다. 이 서열에 따라 단백질은 정교한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긴 끈과 같은 단백질이 휘어지고 접히면서 차곡차곡 쌓입니다. 마치 종이접기처럼 말입니다. 단백질이 조립되는 과정을 '단백질 접힘'(protein folding)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구조는 꽉 차 있고 단단합니다. 단백질 접힘은 어떻게 일어나는 걸까요? 단백질이 스스로 접히면서 쌓이는 걸까요? 아니면 다른 분자가 단백질을 접는 것을 도와주는 것일까요? 미국의 화학자 크리스천 안핀센(Christian B. Anfinsen, 1916~1995)은 이것을 확인해 보기 위해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망가뜨려 봤습니다. 그는 멀쩡한 구조의 단백질을 추출해 시험관에 모았습니다. 여기에 아미노산 사이의 상호작용을 방해하는 시약을 집어넣어 단백질 구조를 풀어버렸습니다. 이제 이 시약을 제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 시험관 안에는 단백질 외의 다른 어떠한 존재도 없습니다. 단백질이 원래 구조대로 돌아오려면 스스로의 힘으로 단백질 접힘을 일으켜야만 하죠. 실험 결과, 놀랍게도 단백질은 원래 구조로 돌아갔습니다. 즉, 단백질은 스스로 조립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발견으로 안핀센은 1972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합니다. 그렇다면 모든 단백질은 자발적으로 조립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을까요? 만약 임의의 순서로 아미노산을 꿰어 단백질을 만든다면, 스스로 특정 구조로 접힐까요? 흥미롭게도, 대부분의 단백질 서열은 자발적으로 조립되는 성질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들은 꾸물거리는 긴 끈처럼 계속 구조를 바꿉니다. 구조가 하나로 특정되지 않는 것이죠. 이러한 단백질을 ‘비정형 단백질’이라고 부릅니다. 반면, 하나의 구조를 가지며 자발적으로 조립되는 단백질은 ‘정형 단백질’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의 50 %에서 70 % 정도는 정형 단백질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임의의 서열을 갖는 단백질의 대부분이 비정형 단백질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생명체 내에는 정형 단백질 비율이 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백질이 정확하게 특정 구조를 가져야만 제대로 분자 로봇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백질의 접힘은 그 기능과 안정성에 필수적이며, 약간의 오류만 발생해도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특정 단백질의 작용을 억제하거나 조절하는 약을 개발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단백질이 암세포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이 단백질의 구조를 이해하여 그 기능을 작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약으로 암세포를 죽입니다. 이처럼 단백질 접힘에 따른 구조와 기능을 예측하는 것은 현대 생화학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과학자들은 단백질의 서열, 구조, 기능 사이의 연관성을 계속해서 탐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