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내핵, 외핵, 맨틀, 지각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지구의 중심에는 내핵과 외핵으로 이루어진 핵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내핵은 단단한 고체 상태이고, 외핵은 유동적인 액체 상태입니다. 맨틀은 핵 위를 둘러싸는 두꺼운 암석층으로, 상부 맨틀과 하부 맨틀로 구분됩니다. 지구의 가장 바깥층엔 단단한 암석으로 구성된 지각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구 내부 구조는 어떻게 알아낸 것일까요? 6,400 km나 되는 깊이를 직접 시추해 본 걸까요? 지구 내부 구조를 조사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지진파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지진파는 지표에서부터 지구 중심부까지 통과합니다. 우리가 직접 들어갈 수 없는 심부 지각, 맨틀, 핵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지구 내부를 조사하는 데 가장 유용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깊이 시추한 깊이가 고작 12 km인 것을 감안하면 그 쓰임새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지진계에 기록된 지진 파형을 분석하면 두 가지를 알 수 있습니다. 첫째, 전파되는 매질의 특성에 따라 지진파의 전파 속도가 달라집니다. 둘째, 서로 다른 물질의 경계에서는 지진파 경로가 굴절되거나 반사됩니다. 이 두 가지 전파 특성을 통해 지구 내부 구조를 알 수 있습니다. 1970년 후반, 지진파를 이용한 지구 내부 영상화 기법이 등장했습니다. 1990년대 들어 컴퓨터 활용이 증가함에 따라 본격적인 토모그래피(tomography) 연구가 진행됩니다. 토모그래피는 단층 촬영 기법으로, 병원의 CT 촬영 기술과 원리가 같습니다. 현대의학에서는 엑스선을 이용해 인체 내부의 이상 부위를 살펴봅니다. 고해상도의 인체 내부 영상을 찍기 위해 엑스선의 세기를 조절하거나 기록 장비의 수를 늘리죠. 똑같은 원리를 지구에 적용해 봅시다. 영상의 대상은 인체 대신 지구가 되고, 엑스선 대신 지진파를 사용하고, 엑스선을 측정하는 센서는 지진계가 됩니다. 이렇게 지진파를 활용한 영상 기술을 지진파 토모그래피(seismic tomography)라고 합니다. 더 많은 지진계로부터 지진 자료를 수집하면, 지구 내부를 통과하는 다양한 지진파의 경로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고해상도의 지구 내부 영상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지진의 최대 깊이는 약 700 km입니다. 지진의 깊이로 판이 그 깊이까지 도달함을 알 수 있지만, 그 깊이까지 도달하는 판이 어떠한 형태로 거동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진파의 상대적인 속도 차이를 기반으로 지구 내부를 시각화한 영상이 있으면, 지구 심부에 있는 판과 그 거동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다양한 지역의 토모그래피 영상을 보면, 지역마다 판이 하강하는 형태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지역에선 판이 지표에서 시작해 하부 맨틀까지 하강하고, 어떤 지역에선 약 700 km 부근에 정체돼 있습니다. 심지어 하부 맨틀의 바닥, 즉 맨틀과 핵의 경계부에는 오래전 맨틀로 들어간 판들이 쌓여 있습니다. 맨틀 하부에서 상승하는 맨틀 플룸의 존재 또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토모그래피 영상을 통해 지표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지질학적 현상의 원인을 지구 내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지구 내부에는 다양한 지진파 속도 불연속면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맨틀 전이대(Transition Zone)는 410 km 에서 660 km 깊이 사이에 위치합니다. 이 전이대를 기준으로 그 위는 상부 맨틀, 아래는 하부 맨틀로 나뉩니다. 전이대에선 압력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이로 인해 광물의 결정 구조가 바뀌어 급격한 물성의 변화가 생깁니다. 이러한 물성 변화는 지진파를 통해서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전이대에서 굴절하고 반사하는 지진파의 특성을 활용한다면, 전이대의 높낮이 변화까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진파 처리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지진 관측망도 전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죠. 이를 통해 660 km 깊이의 경계면에서 1~3 km의 고도 변화를 관측하기도 했습니다. 기술의 발달과 관측망 확대에 따라 앞으로 지구 내부의 다양한 경계면의 위치와 그 물성의 변화를 더 정확히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지구 내부의 복잡한 구조를 지진파를 통해 탐구하는 이 놀라운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