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하는 거대합니다. 현재까지 파악한 지름은 10만 광년에 달하죠. 이 거대한 우리은하는 차등 회전을 하고 있는데요, 더 강한 중력을 받는 안쪽의 별이 바깥쪽의 별보다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은하 같은 나선은하의 차등 회전은 은하의 물질 분포에 관한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은하의 물질 분포와 회전 속도에 관해 연구하던 천문학자들은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나선은하의 회전 속도를 나타내는 은하 회전 곡선이 예상과 달랐던 겁니다. 1965년 천문학자 베라 루빈(Vera Rubin)은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의 팔로마산 천문대에서 동료 켄트 포드(Kent Ford)와 함께 나선 은하를 관측하고 있었습니다. 안드로메다 은하처럼 지구에서 봤을 때 원반이 옆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모습의 나선 은하를 주로 관측했는데요, 은하 전체가 일제히 한쪽 방향으로 돌고 있기 때문에 지구에서 보면 은하 원반의 절반은 지구에서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고, 나머지 절반은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따라서 안드로메다 은하 원반에 있는 별 절반은 일제히 파장이 길어지는 적색 이동을 하고, 나머지 절반은 일제히 파장이 짧아지는 청색 이동을 하고 있었죠. 이를 통해 루빈은 안드로메다 은하 중심과 외곽에 있는 별들의 회전 속도를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안드로메다 은하 원반 위의 별들은 지나치게 빠르게 돌고 있었습니다. 특히 은하 가장자리에 있는 별들의 속도가 생각보다 너무 빨랐습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안드로메다 은하 속 별들의 질량만 고려해서 그 전체 중력을 가늠하면, 별들은 진작 은하 바깥으로 튕겨 날아가야 할 정도였죠. 하지만 안드로메다 은하는 해체되지 않고 굳건하게 자신의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은하 가장자리의 별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붙잡는, 안드로메다 은하의 중력이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해 보였습니다. 이후 루빈과 포드는 1978년까지 안드로메다 은하를 비롯해서 총 10개의 은하 속 별들의 움직임을 관측했습니다. 그 결과, 모든 별들의 속도 패턴은 비슷했습니다. 10개의 은하 모두, 은하 바깥쪽의 별들의 속도가 안쪽의 별들과 맞먹을 정도로 빨랐습니다. 모든 은하들이 아주 강한 중력으로 외곽의 별까지 붙잡고 있는 걸까요? 이때 루빈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어쩌면 은하에 눈에 보이는 밝은 별과 가스 구름뿐 아니라 볼 수 없는 또 다른 질량이 숨어 있는 게 아닐까?’ ‘빛을 내지는 않아서 기존의 관측으로는 그 존재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질량은 있어서 은하 전체의 중력에는 기여하고 있는 무언가 있는 게 아닐까?’ 루빈은 이 미지의 존재를 보이지 않는 질량(Invisible matter)이라고 불렀습니다. 우리은하를 비롯한 대부분의 은하들은 암흑 물질이 둥글게 퍼져 있는 암흑 물질 헤일로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암흑 물질 헤일로는 은하 중심으로 갈수록 밀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외곽으로 갈수록 밀도가 낮아집니다. 우리은하를 에워싸고 있는 암흑 물질 헤일로의 경우 그 지름이 대략 30만 광년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빛을 통해 관측되는 별이 분포하는 별 원반의 지름은 10만 광년 정도입니다. 암흑 물질 헤일로가 별 원반에 비해 훨씬 큰 것이죠. 이처럼 암흑 물질 헤일로가 별 원반보다 더 넓게 분포하는 덕분에 그 안에 속한 별들은 은하 외곽에서도 계속 강한 중력에 붙잡혀 빠른 속도를 유지하면서 궤도를 돌 수 있습니다. 천문학은 빛으로 우주를 바라보는 학문입니다. 시각이라는 감각에 의존하는 학문이죠. 그런데 이 우주에 빛으로 볼 수 없는 존재가 있다니! 기묘한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사실 루빈의 발견 이전부터 천문학자들은 우주에 단순히 빛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존재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루빈의 발견이 오랫동안 천문학자들이 애써 외면해온 우주의 유령이라는 가능성을 마주하는 계기가 되었죠. 우리은하를 비롯한 나선 은하의 회전은 우주 초기에 은하가 형성될 때부터 시작된 각운동량의 보존, 중력과 원심력의 균형, 그리고 은하 외곽까지 퍼져 있는 암흑 물질 헤일로의 영향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암흑 물질은 우주 전체 물질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죠.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우주는 얼마나 더 많은 비밀을 품고 있는 걸까요? 우리가 지금 외면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가설은 또 어떤 것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