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 ‘아바타’를 보셨나요? 2154년, 인류는 지구 자원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나먼 외계 행성 판도라를 침략합니다. 지구에 없는 비싸고 희귀한 자원 ‘언옵테늄(unobtainium)’을 캐기 위해서였죠. 언옵테늄은 ‘구할 수 없는 물질’이라는 뜻으로, 상온 초전도체의 특성이 있습니다. 바로 이 언옵테늄 덕분에 판도라 행성의 할렐루야 섬들이 공중에 둥둥 떠 있을 수 있었던 것이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떨까요? 초전도체가 발견된 지 한 세기 이상 지났지만, 여전히 상온 초전도체를 만드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SF 영화에 등장하는 상온 초전도체가 실제로 만들어지면 우리 생활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요? 1911년 4월 8일, 네덜란드 물리학자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Heike Kamerlingh Onnes, 1853~1926)는 최초로 초전도체를 발견합니다. 금속 온도를 절대영도(0 K) 부근까지 내리면 무슨 일이 생길까 탐구하던 중이었죠. 금속은 어떤 전압값을 갖는 전지를 연결하면 전류가 흐릅니다. 저항이 작은 금속에는 많은 전류가, 저항이 큰 금속에는 적은 전류가 흐르죠. 오너스는 수은을 절대온도 약 4 K(-269 °C)까지 냉각시켰고, 이때 전기 저항이 완벽하게 사라졌습니다. 이런 물질은 전기가 통하는 전도체 중에서도 너무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초전도체’라 부릅니다. 전기가 무한히 잘 통하는 물질인 셈이죠. 수은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금속은 충분히 낮은 온도가 되면 초전도체로 변합니다. 다만 그 변화가 일어나는 온도가 너무 낮아 우리는 일상에서 경험하기 어렵습니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없어 외부에 건전지를 연결하지 않아도 저절로 전류가 흐릅니다. 예를 들어, 반지 모양으로 초전도체를 만들면 그 고리를 따라 끊임없이 전류가 흐르죠. 물리학자들은 왜 초전도체가 생기는지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금속 안의 전자가 움직이는 원리를 양자역학적으로 이해해야 했죠. 1925년 무렵 양자역학이 만들어진 뒤에도 초전도체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몇십 년이 더 걸렸습니다. 마침내 1948년, 존 바딘(John Bardeen, 1908~1991), 리언 쿠퍼(Leon N Cooper, 1930~2024), 존 로버트 슈리퍼(John Robert Schrieffer, 1931~2019)가 함께 초전도 원리를 이론적으로 설명합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전자는 혼자 움직이지 않고 다른 전자와 쌍을 만듭니다. 이것을 쿠퍼쌍(Cooper pair)이라 부릅니다. 전자는 하나씩 움직일 때는 저항이 생기는데 쿠퍼쌍을 만들어 움직일 때는 전기 저항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초전도체에서는 저항이 사라집니다. 전자 두 개를 쿠퍼쌍으로 묶어주는 힘은 고체 속에 있는 포논(phonon)입니다. 강한 포논일수록 쿠퍼쌍도 단단해지고, 그런 물질일수록 더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체로 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이론은 발견한 사람 세 명의 이름을 따 BCS 이론이라고 부릅니다. 초전도체는 신기하지만, 실생활에서 거의 쓰이진 않습니다. 극히 낮은 온도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이죠. 1986년에 절대온도 35 K(- 238 °C)에서 초전도체가 되는 구리 산화물질이 발견됐을 때 과학자들은 흥분했습니다. 구리와 산소가 들어간 물질을 잘 찾아보면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 수도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죠. 아주 오랫동안 시도했지만 결국 -100 °C 정도에서 초전도체가 되는 물질을 만드는 데 그쳤습니다. 구리 산화물이 초전도체가 되는 이유를 깔끔히 설명해 주는 이론은 아직 없습니다. 왜 구리 산화물이 일반 금속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성질이 나타나는지 아직 잘 모릅니다. 과학자들은 왜 물질이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체가 되길 바랄까요? 전자 제품은 오래 쓰면 뜨거워집니다. 제품 속 전선을 따라 전류가 흐르면서 열이 나기 때문입니다. 열이 나는 정도는 전선의 저항값에 비례합니다. 저항이 작은 전선을 쓸수록 열도 적게 나지요. 만약 전자제품에 초전도체 전선을 쓸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열이 발생하지 않고 열 손실이 없으니 더 오래, 더 싼 값의 전기료만 지불하면서 쓸 수 있을 겁니다. 상온 초전도체가 있으면 에너지 효율이 대단히 높은 전자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2023년 7월, 한 편의 논문이 공개됩니다. 한국인 저자 몇 명이 쓴 이 논문은 'LK-99'라는 물질이 무려 실온에서 초전도체가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 세계 물리학자들이 주목했고, 검증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몇 달 만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습니다. 영화 '아바타'의 언옵테늄처럼 상온 초전도체가 만들어지면 세상이 많이 바뀔 것입니다. 실생활에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생기겠죠. 발전소에서 가정까지 전기를 전달하는 전선이 모두 초전도체로 바뀔 것이고, 전력 소모가 많은 전기 자동차의 구조도 완전히 바뀔 테니까요. 언젠가 SF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상온 초전도체가 만들어져 세상이 달라지는 날이 올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