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탐사에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됩니다. 스페이스X와 버진 갤럭틱의 우주 여행 상품이 아주 비싼 것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지요. 수많은 과학자와 기술자가 우주선을 만들고 테스트하는 데 오랜 시간과 큰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가까운 우주 여행에도 이 정도 돈이 드는데 토성 탐사에는 얼마나 많은 돈이 들까요? 어떻게 하면 좀 더 저렴하게 우주선을 보낼 수 있을까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1997년 발사한 무인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우주 탐사선 항법은 호만 전이 궤도입니다. 지구에서 화성을 간다고 하면, 지구-태양-화성으로 이어지는 선을 중심선으로 하는 타원궤도를 이용하는 방법이죠. 우리가 이 궤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은 과거 위대한 과학자들의 연구 덕분입니다. 먼저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는 태양계의 행성들이 타원 운동 또는 원 운동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 후,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통해 중력이 바로 행성 운동의 원천임을 밝혀냈죠. 그 덕분에 지금 우리는 천체의 질량과 궤도 형태만 알면 그 천체의 속도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럼 간단히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원 궤도의 속도는 초속 약 30km입니다. 지구-태양-화성을 잇는 타원 궤도가 지구를 지날 때의 속도는 초속 약 33km입니다. 지구 궤도를 돌다가 초속 약 3km의 속도를 더 얻으면, 화성 궤도까지는 갈 수 있습니다. 우주선이 초속 3km의 속도를 더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할까요? ‘순수’하게 에너지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질량 1kg의 물체가 초속 3km의 속력을 얻으려면 약 100만 칼로리가 필요합니다. 이것은 보통 성인이 약 430일 동안 소비하는 에너지와 비슷한 수준이죠. 버진 갤럭틱은 고도 100km의 준지구 궤도를 한 시간 경험하는 비용으로 약 6억 원의 가격을 내걸었습니다. 이 고도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속도는 초속 약 8km인데요, 이 비용을 감안할 때 초속 3km라는 속도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할 겁니다. 결국 우주 탐사선에는 필요한 속도를 어떻게 획득하느냐가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비록 시간이 좀 오래 걸리더라도, 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 그쪽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토성을 향하는 카시니호는 호만 궤도가 아닌 다른 궤도를 택했습니다. 1997년 10월에 발사된 카시니호는 금성과 지구와 목성을 거친 뒤 토성으로 향했고, 2004년 7월에 토성궤도에 진입했습니다. 약 6년 8개월이 걸렸는데, 호만 궤도를 이용하는 것보다 대략 7개월 정도 더 걸렸습니다. 목표로 하는 행성을 가기 전에 다른 행성을 들른 건 중력 도움(Gravity Assist)을 통해 앞서 설명한 속도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시간은 더 걸려도 상당히 많은 연료를 절약하고, 더 많은 과학장비를 가지고 갈 수 있었지요. 그럼 중력 도움이란 무엇일까요? 우주 탐사선을 가까운 행성으로 보내서 행성에 충돌할 듯이 가까이 가면 속도가 증가합니다. 물체를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면 점점 빨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대로 가면 속도는 증가하지만 결국 그 행성에 충돌하겠죠. 이 때 적절한 순간에 속도를 조금 더해줍니다. 그러면 탐사선은 충돌하는 대신 살짝 스치듯 비켜갈 수 있게 됩니다. 그것도 중력의 도움을 받아 더 빨라진 상태로 말이죠. 복잡한 계산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가 자동차를 타고 내리막길을 내려가면서 얻는 속도에 살짝 엑셀을 밟으면, 바로 이어지는 오르막 언덕을 오르기 위한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네를 탈 때 아래쪽에서 살짝 발을 구르면 좀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 원리입니다. 이 방법을 중력의 도움을 받는다는 의미에서 중력 도움이라고 부릅니다. 혹은 살짝 스치듯 지나쳐간다는 의미에서 플라이바이(Fly-by) 또는 스윙바이(Swing-by)라고도 부릅니다. 카시니호는 금성, 지구, 목성을 차례차례 플라이바이하여 중력 도움을 받아 가속도를 얻으며 토성에 도착했습니다. 연료와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정교한 작전이었죠. 이러한 중력 도움은 영화에도 등장합니다. 영화 <마션>에서는 화성에 홀로 남겨진 우주인의 생존기와 그를 찾으러 가는 헤르메스라는 우주선이 나옵니다. 화성은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가장 적은 에너지로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은 호만 전이 궤도를 이용하는 방법이지만, 한 번 기회를 놓치면 2년 가까이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데 나사에서 우주선 발사에 실패합니다. 절망의 순간 한 궤도 공학자가 아이디어를 냅니다. 귀환하는 헤르메스호가 지구에 멈추지 않고 지구 중력의 도움으로 가속하면 그대로 다시 화성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죠. 영화 속에서 이 중력 도움을 설명하는 장면을 찾아보셔도 재미있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