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는 고전역학의 장을 연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3~1727)이나 종의 기원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 등 근대 과학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위대한 과학자가 즐비하죠. 하지만 영국인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과학자를 꼽으라면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가 맨 처음 등장하곤 합니다. 수많은 위대한 과학자를 제치고 그가 존경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우주에 존재한다고 알려진 네 가지 기본적인 힘(force) 중 대부분은 전자기력입니다. 강한 상호작용(strong interaction)과 약한 상호작용(weak interaction)은 지극히 국소적인 환경에서만 작용하고, 중력은 일상생활에서 활용하기엔 약하죠. 하지만 전자기력은 충분히 큰 데다 정교하게 제어하기 쉽습니다. 전자기력을 사용하지 않는 생활이란 이제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패러데이가 발표한 전자기유도 법칙(1831)과 전기분해 법칙(1833)은 바로 이 전자기력과 관련 있습니다. 두 법칙을 함께 묶어 패러데이 법칙(Faraday’s Law)이라고도 하죠. 그 중 전기분해 법칙은 전자기학과 화학을 정량적으로 연결해줍니다. 자연의 물리 법칙과 원자 또는 분자의 집합을 다루는 화학이 만나는 접촉점이라 볼 수 있어요. 전기분해 법칙에 따르면, 용액을 전기분해할 때 회로에 흐른 전하량에 비례해 전극에서 소모 또는 생성되는 물질의 양이 많아지는데요. 전하량이 같다면 소모 또는 생성되는 물질의 종류와 관계없이 그 물질의 몰수가 같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물질의 종류와 무관하며, 물질의 무게가 아닌 몰수와 연관돼 있다는 것이에요. 반응에 참여한 물질의 입자(원자 또는 분자) 개수가 전하량과 일정하게 비례한다는 뜻입니다. 반응하는 물질의 입자 하나가 전자 하나를 받아들이거나 내놓을 때, 전하량은 물질의 몰수와 정확히 선형비례하는데요. 이때의 기울기, 즉 비례상수가 바로 패러데이 상수입니다. 패러데이 상수는 $F$로 표기하며, 그 값은 96485.3383 $\text{C/mol}$입니다. 1 몰의 물질이 소모되거나 생성되는데 96485.3383 쿨롱($\text{C}$)의 전하량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받아들이거나 내놓을 전자의 수가 두 배라면 전하량 역시 두 배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몰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패러데이가 전기분해 법칙을 발표할 당시에는 패러데이 상수가 아보가드로 상수(Avogadro constant)를 내재하고 있을 것으로 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몰 개념으로 이어지기도 어려웠겠죠. 1 몰이 나타내는 입자 개수는 아보가드로 상수, 즉 $6.02214076\times10^{23}$ 으로 정의됩니다. 전기분해 법칙이 발표된 지 30여 년 후 요한 요제프 로슈미트(Johann Josef Loschmidt, 1821~1895)라는 과학자가 이상 기체 법칙을 이용해 아보가드로 상수를 계산했습니다. 이는 공교롭게도 지금까지 관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우주 전체에 존재하리라고 추산되는 별의 숫자와 비슷한 규모입니다. 패러데이 상수를 아보가드로 상수로 나누면 하나의 원자 또는 분자가 하나의 전자를 얻거나 잃을 때 관여하는 전하량이 됩니다. 그 값은 $1.602176\times10^{-19}$ $\text{C}$ 이며 전자 한 개가 가지는 전하량의 절대값과 같습니다. 이를 기본 전하량(elementary charge)이라 합니다. 모든 전기화학 반응은 기본 전하량의 배수만큼 전하량이 출입합니다. 지금은 이처럼 패러데이 상수로부터 기본 전하량을 계산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것을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1909년 로버트 앤드루스 밀리컨(Robert Andrews Millikan, 1868~1953)이 기름방울 실험을 통해 최초로 기본 전하량을 측정했습니다. 이후 패러데이 상수의 의미가 더욱 확실해졌죠. 패러데이 법칙을 이용하면 전류 또는 전하량을 측정함으로써 극히 낮은 농도의 화학종도 비교적 간단한 장치로 검출해낼 수 있습니다. 전기분해 장치에서 1 $\text{A}$의 전류를 일 초 동안 흘려주었다면 1 $\text{C}$의 전하량이 흐른 셈입니다. 이만큼의 전하량으로 은($\text{Ag}$)을 도금하면 은 1.118 mg이 얻어지며, 물을 분해하면 0.010446 mg의 수소 기체($\text{H}_2$)가 얻어집니다. 매우 적은 수의 원자나 분자를 검출하는 것은 어렵지만, 아주 미세한 전류를 측정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심지어 진공 상태에선 단 하나의 전자를 검출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덕분에 복잡한 실험을 수행하기 전에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예측을 바탕으로 실제 결과를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많은 보건의료 및 환경 감시용 소형 센서들이 이러한 전기화학적 원리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패러데이가 전기분해의 법칙을 발견한 것은 그의 천재적인 직관이나 영감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전기분해의 법칙이 발표되기 전, 험프리 데이비(Humphrey Davy, 1778~1829)라는 영국 과학자가 전기분해로 나트륨과 칼륨을 얻어냈습니다. 그의 제자였던 패러데이는 실험에서 나타난 전하량과 전기분해 생성물의 양을 면밀히 측정했죠. 패러데이는 스승이 축적한 결과에 자신의 노력을 더하여 패러데이 법칙을 발견한 것입니다. 전기분해의 법칙과 함께 패러데이 법칙의 양대 기둥을 구성하는 다른 법칙을 기억하시나요? 바로, 전자기유도 법칙입니다.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은 전자기유도 법칙을 활용해 전자기학을 완성했습니다. 더 나아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은 이를 실마리로 상대성이론을 발견했죠. 인류 역사를 바꾼 위대한 과학적 발견은 패러데이의 삶처럼 일관되고 꾸준한 노력의 결과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