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2014)’에는 주인공 조셉 쿠퍼와 그의 딸 머피 쿠퍼의 재회 장면이 등장합니다. 조셉은 10세인 딸을 지구에 남겨둔 채 지구를 대체할 행성을 찾아 우주로 떠납니다. 그는 천신만고 끝에 다시 돌아와 89세가 된 딸과 재회합니다. 조셉은 여전히 그때와 비슷한 중년의 모습이지만 머피는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이 됐습니다. 조셉은 약 2년 동안 여행을 한 것이지만 지구의 시간으로는 79년이 흐른 셈입니다. 이는 영화에 등장하는 상대성 이론의 흥미로운 예입니다. 상대성 이론의 바탕이 되는 상대성 원리가 무엇인지 알아볼까요? 상대성 원리(Principle of relativity)는 가속운동을 하지 않는 한 기준계에서의 물리법칙은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원리입니다. 기준계는 물체의 위치와 운동 상태를 설명하는 기준틀입니다. 이 원리는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가 처음 제시해 ‘갈릴레이 상대성 원리’라 부르기도 합니다. ‘상대성’은 운동하는 두 명의 관찰자가 서로를 관찰할 때 관찰자에 따라 그 운동 상태가 상대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원리에 의하면 세상 어느 물체도 절대적으로 정지한 것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물체의 운동은 상대적이며 관성의 법칙이 성립하는 관성 기준계에서 모든 물리법칙은 동등하다고 할 수 있죠. 이는 어느 관찰자에 대해서도, 측정한 시간과 속도는 동일하고 서로를 관찰하는 속도는 상대속도라는 의미입니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우리의 직관과 모순되지 않습니다. 19세기 말 등장한 전자기이론은 이러한 생각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전기와 자기 현상을 통일한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의 전자기이론은 전자기파가 빛의 속도로 전파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빛의 속도는 유한하고 일정한 상수로 주어지기 때문에 속도가 상호 간 상대적이라는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에 위배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빛의 속도는 특정한 기준계에서만 성립한다는 의미이므로 맥스웰의 방정식은 특별한 기준계에서만 성립합니다. 이는 ‘물리법칙은 모든 기준계에서 동등하다’라는 사실에도 위배됩니다. 상대성 원리가 맥스웰의 방정식을 만족시키려면 즉 모든 기준계에서 동등하려면 어떻게 확장돼야 할까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빛이라는 파동을 전달하는 가상 매질 에테르(aether)입니다. 과학자들은 에테르가 실제로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이 매질을 기준으로 하는 특별한 관성 기준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했죠. 만약 에테르가 우주 전체에 퍼져 있는 정지한 기준계라면 빛의 속도는 이 에테르에 대해 일정하게 측정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가설을 입증하고자 앨버트 마이컬슨(Albert A. Michelson, 1852~1931)과 에드워드 몰리(Edward W. Morley, 1838~1923)는 빛의 간섭 현상을 관찰하는 간섭계를 이용해 7년간 에테르를 찾는 실험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에테르가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죠. 이 문제에 대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은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우선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가 보편적으로 일정하다는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물리법칙은 어떤 운동 상태에서도 동등하다는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도 유지했죠. 다만 관성 기준계 사이의 변환을 뉴턴 역학에서 사용하는 ‘갈릴레이 변환(Galilean transformation)’에서 빛의 속도를 고려한 ‘로런츠 변환(Lorentz transformation)’으로 대치해 그 모순을 해결했습니다. 로런츠 변환은 물체의 속도가 빛보다 훨씬 느릴 땐 갈릴레이 변환과 일치합니다. 그러나 빛의 속도에 가까울 땐 빛의 일정한 속도에서 주어지는 상대적 시공간의 개념을 사용합니다. 시간과 공간이 별개가 아니고 운동에 따라 상대적이라는 개념을 가진 시공간으로 묶이는 것입니다. 이 결과로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것은 관찰자의 운동에 따른 길이수축(length contraction)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이런 생각은 1905년 ‘특수 상대성 이론(special theory of relativity)’으로 발표됐습니다. ‘특수’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등속도 운동이라는 특별한 상황에 해당하는 이론이기 때문입니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10년 뒤 ‘일반 상대성 이론(general theory of relativity)’으로 확장됩니다. 이는 등속운동이 아닌 일반적인 가속운동을 하는 경우에 대한 이론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다름 아닌 중력 이론에 해당합니다. 다시 ‘인터스텔라’로 돌아가 봅시다. 조셉이 2년간의 우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지구는 79년이 흘러 있었습니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선 이를 ‘쌍둥이 역설(Twin paradox)’이라 합니다. 쌍둥이 A는 지구에 남아 있고 B는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우주여행을 떠납니다. 10년 후 B가 지구로 돌아왔을 때 둘의 나이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우주에 있던 B가 지구에 있던 A보다 나이를 더 적게 먹었습니다. 우주여행을 시작해서 돌아오는 구간엔 가속구간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이때는 더 이상 관성 기준계를 적용할 수 없고 우주 여행자는 중력을 경험합니다. 그로 인한 시간 지연 효과 때문에 ‘쌍둥이 역설’은 일반 상대성 이론 관점에서 본다면 더 이상 역설이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