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별은 여러 가지 색깔로 빛납니다. 맨눈으로는 잘 구분할 수 없어도, 망원경으로 보면 분명히 색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별인 태양은 주황색으로 빛납니다. 보통 온도가 낮은 별은 붉은색으로 빛나고, 온도가 높을수록 푸른색을 띠지요. 그런데 모든 색이 다 있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초록색과 분홍색 별은 볼 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별은 이상적인 흑체 복사에 가깝게 빛을 냅니다. 흑체는 사방에서 들어오는 에너지를 모두 흡수하고, 흡수한 에너지를 다시 모두 방출하는 이상적인 물체를 말합니다. 흑체가 방출하는 빛이 파장에 따라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살펴보면 파장이 길어지면서 빠르게 그 세기가 커지다가 다시 완만하게 감소합니다. 이런 곡선을 플랑크 곡선이라고 부르며, 모든 흑체는 플랑크 곡선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플랑크 곡선에서는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우선 플랑크 곡선에서 가장 높은 지점, 즉 정점입니다. 이것은 빛이 어떤 파장에서 가장 많이 나오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어떤 파장에서 빛이 가장 많이 나오는지에 따라 흑체의 전반적인 색깔이 달라집니다. 두 번째로는 플랑크 곡선 아래의 넓이가 중요합니다. 이것은 흑체가 방출한 모든 파장에서의 전체 빛을 의미합니다.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빛을 방출한다는 건 더 많은 에너지를 낸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플랑크 곡선 아래의 넓이는 흑체가 방출하는 전체 에너지 양을 의미합니다. 별이 이상적인 흑체에 가까운 복사를 하고 있는 덕분에 우리는 각 별이 주로 어떤 파장에서 빛을 방출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영향을 끼치는 건 흑체의 온도입니다. 온도가 높을수록 흑체는 더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며, 플랑크 곡선이 더 높아집니다. 흑체가 방출하는 전체 에너지는 흑체 온도의 네 제곱에 비례합니다. 이를 요제프 슈테판과 루트비히 볼츠만의 이름을 따 슈테판-볼츠만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또, 온도가 높을수록 플랑크 곡선의 정점은 파장이 더 짧은 쪽으로 치우칩니다. 빛이 가장 많이 나오는 파장이 더 짧아진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온도가 낮아지면 정점은 파장이 긴 쪽으로 치우칩니다. 흑체의 플랑크 곡선에서 정점이 놓이는 파장은 흑체의 온도에 반비례하며, 이를 빈의 변위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1893년 독일의 물리학자 빌헬름 빈이 발표했지요. 밤하늘에서 초록색 별을 찾을 수 없는 현상은 플랑크 곡선과 빈의 변위 법칙을 이용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관측하는 별빛의 색깔은 그 별이 방출하는 모든 빛의 색이 섞인 결과입니다. 온도가 낮은 별의 플랑크 곡선은 정점이 긴 파장 쪽으로 치우치므로 붉은 파장 쪽에서 빛을 가장 많이 방출합니다. 파장이 짧은 푸른 빛은 양이 적지요. 다량의 붉은 빛과 소량의 푸른 빛이 섞이면 거의 붉은 색이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미지근한 별은 붉은 색으로 빛납니다. 반면 온도가 더 높은 별에서는 파장이 짧은 푸른 빛이 가장 많이 나오고 긴 파장의 붉은 빛은 훨씬 적게 나옵니다. 마찬가지로 이 별에서 나오는 빛을 혼합하면 결국 푸른 빛이 됩니다. 온도가 높은 뜨거운 별이 푸르게 빛나는 이유입니다. 일상에서는 흔히 빨간색을 뜨거운 색으로, 파란색을 차가운 색으로 나타냅니다. 하지만 밤하늘에서 빛나는 별의 색은 그와 반대입니다. 오히려 뜨거울수록 푸르지요. 별이 초록색으로 빛나기 위해서는 플랑크 곡선의 정점이 초록색 빛의 파장에 와야 합니다. 초록색 빛의 파장은 약 550nm입니다. 플랑크 곡선의 정점이 550nm에 오기 위한 별의 표면 온도는 빈의 변위 법칙을 이용해 구할 수 있으며, 약 7000K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흑체는 특정 파장 범위에서만 에너지를 방출하지 않습니다. 앞뒤로 넓은 파장 범위에 걸쳐 부드러운 플랑크 곡선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따라서 초록색 파장에서 가장 많은 빛을 방출하더라도 그보다 파장이 조금 짧은 푸른 빛과 파장이 조금 긴 붉은 빛도 함께 방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초록색 빛은 가시광선 파장 범위의 중간에 해당하기 때문에 양 옆의 파장에 해당하는 푸른 빛과 붉은 빛도 그 못지않게 많이 방출합니다. 그 결과 순수한 초록색이 아닌 노란 빛이 살짝 섞인 흰색으로 빛납니다. 분홍색도 마찬가지입니다. 분홍 빛이 나려면 푸른 빛과 붉은 빛만 섞여야 합니다. 이 역시 모든 파장에서 연속적으로 빛을 방출하는 흑체의 특성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아쉽게도 우주에서는 초록색 별도, 분홍색 별도 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