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이 세균에 감염되는 일은 흔하게 발생합니다. 가끔 피부에 우둘투둘 올라오는 뾰루지도 흔한 세균 감염 중 하나이죠. 피부 표면에 볼록 솟은 작은 뾰루지가 악화되면 통증을 유발하고, 고름까지 차오릅니다. 그렇다면 피부를 침투한 세균이 어떻게 고름이 찬 뾰루지로 변하는 걸까요? 인체는 세균 같은 병원성 미생물에 감염되면 면역반응이 일어납니다. 세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방어하기 위해서죠. 면역반응은 크게 선천면역(innate immunity)과 적응면역(adaptive immunity)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둘은 여러 가지 면에서 대비되는데, 가장 중요한 차이는 항원 특이성(antigen specificity)에 있습니다. 세균에 대한 반응을 예로 들어볼까요? 선천면역 세포들은 세균의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세균에 반응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각각의 적응면역 세포들은 특정 세균에만 반응합니다. A라는 세균에 대한 세포와 B라는 세균에 대한 세포가 별도로 존재하여 면역반응을 일으키지요. 또한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은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시간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선천면역은 감염 발생 직후,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죠. 반면, 적응면역은 감염 발생 이후, 효과적인 면역반응까지 약 일주일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물론 예외도 있는데요. 적응면역은 한번 침입했던 세균이 재차 침입할 때 신속하고 강하게 발동되기도 합니다. 이를 면역학적 기억(immunological memory)이라고 하죠. 또한 이 두 가지 면역반응은 진화적으로도 차이가 있습니다. 선천면역은 ‘하등 동물’들도 가지고 있지만 적응면역은 어류 이상의 ‘고등 동물’에서만 나타납니다. 이렇게 보면 선천면역은 좀 하등하고 원초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우리 면역에는 좀 더 고등한 적응면역만 필요한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선천면역은 적응면역이 미처 작동하기 전에 재빠르게 세균의 침입을 인식하고 이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신속한 반응으로 우리 몸의 방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뿐만 아니라 적응면역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도 선천면역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러한 선천면역에 속하는 면역 세포로서 가장 중요하고 널리 알려진 것이 대식세포(macrophage)와 호중구(중성구, neutrophil)입니다. 먼저 대식세포를 살펴볼까요? 대식세포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식작용(phagocytosis)입니다. 말 그대로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을 먹어 치우는 것이죠. 140여 년 전 엘리 메치니코프(Elie Metchnikoff, 1845~1916)가 발견한 직후부터 세균에 대한 주요 면역반응으로 알려져왔습니다. 대식세포는 탐식한 세균을 활성 산소나 산화질소(nitric oxide), 또는 라이소솜(lysosome) 효소를 이용하여 살상하는데요. 어떤 세균들은 이런 살상 작용에 저항성을 가지고 있어 대식세포에 의해 탐식된 후에도 생존하고 증식할 수 있지만, T세포의 도움을 받은 대식세포는 세균 살상 능력이 증강되어 결국 세균을 제거할 수 있게 됩니다. 선천면역에서 대식세포 못지않게 중요한 세포가 호중구입니다. 호중구는 혈액에 존재하는 백혈구(white blood cell, WBC)들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면역세포인데요. 호중구도 대식세포처럼 세균을 직접 탐식하는 식작용을 통해 세균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항미생물 활성이 있는 과립을 분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호중구는 다른 면역세포에게는 없는 독특한 세균 살상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기능을 ‘호중구 세포외덫(neutrophil extracellular trap, NET)’이라고 부릅니다. 세균을 만나 활성화된 호중구는 자신의 DNA를 외부로 방출하는데요. 이렇게 방출된 DNA는 거미줄 같은 형태로 세균을 엉겨 붙게 하여 세균 제거를 용이하게 합니다. 또한 호중구 세포외덫은 세균이 더 퍼지지 않도록 하는 물리적 방어벽 역할도 하죠. 호중구가 세균과 벌이는 이 전투에서 승리한다면, 감염 세균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우리 몸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전투가 끝나면 호중구는 어떻게 될까요?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스스로 DNA까지 방출했으니 당연한 결과죠. 이후 세균들뿐만 아니라 호중구들의 시체도 쌓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고름입니다. 그러므로 고름은 ‘나를 지킨 백혈구들의 무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이렇게 호중구가 세균과 싸우다가 죽다 보면 우리 면역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요? 다행히 그리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답니다. 백혈구 중 가장 많은 것이 호중구이기도 하지만, 가장 빨리 없어지고 빨리 생성되는 것 또한 호중구거든요. 게다가 호중구의 평균 수명은 닷새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호중구들은 감염이 있건 없건, 이 짧은 시간동안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지요. 지금 이 순간에도 대식세포와 호중구는 우리 몸속에서 선천면역을 위해 제 몫을 다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