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많은 사람이 “액체이고,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답이 아닙니다. 대답을 질문으로 바꿔보면 쉽게 알 수 있지요. 액체이고,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진 물질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물’은 당연히 정답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일한 정답은 아닙니다. 과산화수소($\text{H}_2\text{O}_2$)도 같은 특징을 가졌기 때문이지요. 어떤 물질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그 물질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알아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생물을 이해하려면 다른 생명체엔 없는 고유 특징, 즉 형질(trait)을 알아야 합니다. 이를 공유파생형질(shared derived character)이라 합니다. 예를 들어, 척삭동물의 공유파생형질은 척삭, 즉 척추입니다. 오로지 척삭동물만이 척삭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공유파생형질, 즉 동물만 가지고 있는 고유 형질은 무엇일까요? 어떤 형질이 공유파생형질이라면 두 가지 명제를 증명해야 합니다. 첫 번째, 그 형질은 어느 특정 분류군에 모두 존재해야 합니다. 두 번째, 그 형질이 다른 분류군에는 존재하지 않아야 합니다. 따라서 어느 특정 분류군과 다른 분류군 간의 진화적 관계를 보여주는 계통수(phylogenetic tree)가 필요합니다. 계통수를 모든 생명체로 확장한 개념인 생명의 나무(tree of life)를 살펴봅시다. 생명의 나무에는 커다란 세 개의 줄기, 즉 세균(Bacteria), 고세균(Archaea), 진핵생물(Eukayota)이 있습니다. 진핵생물은 DNA를 포함하고 있는 핵과 핵을 둘러싼 핵막이 발달한 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에 비해 세균과 고세균은 원핵생물로, 핵막이 발달하지 않았지요. 동물은 어디에 있을까요? 동물은 진핵생물의 한 종류로, 진핵생물이라는 큰 줄기에서 뻗어 나온 여러 잔가지 중 하나입니다. 진핵생물은 대부분 단세포 생물입니다. 단세포 생물은 하나의 세포에서 모든 생명현상이 일어납니다. 일부 진핵생물은 다세포 생물이며,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세포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다세포 생물 내의 어느 한 세포는 다른 세포의 도움 없이 생존할 수 없지요. 일부 단세포 생물들은 서로 모여 군체를 형성하여 다세포 생물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군체 내의 한 세포는 다른 세포의 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있죠. 따라서 단세포 생물의 군체는 다세포 생물이 아닙니다. 진핵생물 중 동물, 식물, 곰팡이, 홍조류, 녹조류, 갈조류 정도만 다세포 생물입니다. 그러므로 동물은 다세포인 진핵생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지속적으로 영양을 획득해야만 생명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양을 섭취하는 방법에 따라 생명체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크게 독립영양 생물과 종속영양 생물로 나눌 수 있지요. 육상식물, 홍조류, 녹조류, 갈조류 등은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 영양을 얻는 독립영양 생물입니다. 동물과 곰팡이는 외부에서 영양을 얻는 종속영양 생물입니다. 따라서 동물은 다세포이며, 종속영양을 하는 진핵생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물과 곰팡이는 둘 다 종속영양을 하지만, 영양을 섭취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동물은 주로 먹이를 몸 안으로 들여와 소화를 시킵니다. 반면 곰팡이는 소화효소를 몸 밖으로 내보내 소화를 시킨 다음 영양물질을 몸 내부로 가져오죠. 이런 차이점이 있지만 동물은 계통분류에서 식물보다는 곰팡이와 더 가깝습니다. 이제, 동물과 곰팡이의 차이점만 알고 있으면 동물을 특징지을 수 있겠습니다. 곰팡이의 경우, 포자가 발아해 균사가 생성되고 이들이 모여 균사체를 형성합니다. 하지만 동물은 발달 초기에 수정란에서 내배엽, 외배엽, 중배엽 같은 배아층이 만들어지고 여기서 조직이 발달합니다. 배아층에서 조직이 발달한다는 특징은 동물에게서만 나타나죠. 드디어 동물의 고유 특징, 즉 동물의 공유파생형질에 대한 결론이 났네요. 바로 ‘배아층’입니다. 그러면 동물은 ‘다세포이고, 배아층에서 조직이 발달하며, 종속영양을 하는 진핵생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고유파생형질은 어느 특정 분류군이 처음 진화할 때 나타난 전에 없던 새로운 형질입니다. 이런 형질은 종종 환경에 적응하고 그 분류군이 처한 어려운 생존 환경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제공하여, 그 분류군이 다양한 종으로 번성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요. 우리는 이를 통해 동물의 생물학적 특성과 생활 방식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생물의 진화와 고유파생형질, 참 신비하고 흥미롭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