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이 얼어붙어 만들어지는 해빙(sea ice)과 달리 육빙(land ice)은 물(액체)이 얼어붙은 것이 아니지요. 육빙은 두껍게 쌓인 눈이 오랜 기간 다져지면서 만들어집니다. 퇴적암과 비슷하죠. 그런데 이 빙하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깨지거나, 부서지거나, 녹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구상 빙하는 현재 어디에 얼마나 분포하고 있을까요? 또 어디에서 얼마나 사라지고 있을까요? 사실 빙하는 지구상에 처음부터 존재했던 건 아닙니다. 오랜 지구의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졌죠. 빙하가 지금보다 널리 분포했던 빙하시대(glacier age)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기후변화로 인해 빙하가 새로 만들어지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지요. 특히 해수면 상승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북극 주변의 북극해를 살펴볼까요? 이 지역은 대부분 바닷물에 떠 있는 해빙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그 면적이 크게 줄었습니다. 의외의 장점도 있긴 합니다. 그동안 해빙에 막혀 운항하지 못했던 선박이 수에즈 운하 대신, 북극해를 통해 운항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하지만 북극 생태계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최상위 포식자인 북극곰이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해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북극해 해빙 소실은 한국을 포함한 북반구 중위도에 속한 나라에 소위 북극한파로 불리는 극심한 추위를 일으키죠. 그러나 바닷물 위의 해빙은 육빙과 달리 해수면을 상승시키지 않습니다. 해빙이 이미 부력으로 바다 위에 떠 있기 때문에 이미 그 부피가 바다의 수위에 영향을 끼치고 있죠. 녹아서 해빙 자체의 부피는 줄어도, 녹은 물이 합쳐진 바닷물의 부피는 원래 해빙이 밀어냈던 물의 부피와 같습니다. 안데스산맥, 로키산맥, 알프스산맥 등의 고산 지대에서는 만년설과 함께 육빙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고산 지대의 빙하가 녹으면 홍수가 발생하기도 하고, 장기적으로는 식수원을 없애 거주하기 어려운 환경이 됩니다. 그런데 최근 이 지역의 빙하가 빠르게 녹아 사라지면서 전 지구적 해수면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인류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빙하는 그린란드와 남극에 있습니다.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하는 지구상 빙하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무려 97.5%에 해당하죠. 이 지역의 빙하는 거대한 빙상(氷床, ice sheet) 형태입니다. 대륙 빙하(continental glacier)라고도 불리는데 5만 제곱킬로미터 이상의 넓은 면적에 수천 미터 두께의 거대한 얼음덩어리입니다. 빙상이 아닌 전 세계 빙하는 다 합쳐도 무시해도 될 정도로 상대적 부피가 작습니다. 따라서 전 지구적 해수면 상승은 결국 그린란드와 남극 빙상의 녹는 속도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 관련 기관 소속 과학자들은 인공위성에 탑재된 센서를 이용해 2002년부터 현재까지 약 20년 동안 이 지역 빙상의 두께를 관측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그린란드와 남극 모두 빙상 두께가 꾸준히 감소하며 거대한 양의 빙하가 소실되고 있음을 확인했죠. 오늘날 이곳에서 사라지는 빙하량은 매년 그린란드가 2800억 톤, 남극이 1200억 톤에 달합니다. 전 세계 바다의 평균 해수면을 연간 수 밀리미터씩 상승시키고 있고요. 가장 빠른 속도로 빙하가 사라지고 있는 곳은 그린란드입니다. 하지만 빙하의 총량은 남극이 월등히 많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남극 빙상은 지구상 빙하의 무려 86%를 차지합니다. 그린란드 빙상은 11.5%를 차지하죠. 그렇기에 남극 빙상의 완전 소실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남극 빙상의 완전 소실은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을 무려 60미터 이상 높이게 되지요. 그린란드 빙상의 완전 소실은 수 미터의 해수면 상승을 야기합니다. 남극 빙상은 두 개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두께가 두껍고 비교적 천천히 녹고 있는 동남극 빙상(East Antarctic Ice Sheet)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적으로 두께가 얇고 이미 빠르게 녹고 있는 서남극 빙상(West Antarctic Ice Sheet)입니다. 그런데 서남극 빙상에는 전 세계 그 어느 빙하보다도 빠르게 녹아 ‘운명의 날 빙하(Doomsday Glacier)’라는 별칭까지 붙은 빙하가 있어요. 바로 서남극 아문센해(Amundsen Sea)의 스웨이츠 빙하(Thwaites Glacier)입니다. 스웨이츠 빙하의 특징은 빙하가 놓여 있는 대륙(지반)이 해수면보다 낮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래서 빙하가 녹으면 바닷물로 채워져버리죠. 그런데 왜 빠르게 녹고 있을까요? 빙하 표면의 기온이 오르는 걸까요? 아닙니다. 스웨이츠 빙하가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나와 바다 위에 떠 있는 빙붕(ice shelf)의 아래쪽으로 유입하는 바닷물의 수온이 어는점보다 높아 빙하 아래쪽의 얼음을 녹이기 때문입니다. 스웨이츠 빙하에 닿으면 마치 두꺼비집 놀이처럼 빙하 아랫부분을 파고 들어가며 녹이면서 빙하가 지반과 닿은 부분을 점점 더 대륙 안쪽의 깊숙한 곳으로 후퇴시키지요. 즉 환남극 심층수(Circumpolar Deep Water)라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닷물이 남극해에서 대륙붕으로 유입하여 대륙붕의 골을 따라 남극 대륙 가까이 흘러 빙붕 하부에 도달합니다. 계속 이렇게 바닷물이 빙하 아래로 파고들면 그 안정성이 더욱 떨어지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스웨이츠 빙하의 돌발 붕괴를 우려합니다. 속도도 문제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이 빙하가 무너지면 거대한 서남극 빙상 전체가 스웨이츠 빙하 쪽으로 흘러나오며 해수면의 급상승을 가져올 수 있어 그 여파가 너무 심각하므로 우려가 크지요. 바로 그것이 ‘운명의 날 빙하’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