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에 백신을 맞은 후, 겨드랑이가 부어본 적이 있나요? 또, 감기에 걸렸을 때 턱 밑이 부었던 경험도 있나요? 이는 팔 윗부분과 가까운 겨드랑이와 턱 밑에 있는 ‘림프절(lymph node)’이라는 작은 기관에서 면역 반응이 일어나면서 발생합니다. 백신을 맞거나 감기에 걸리면, 림프절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우리 몸에는 심장, 위, 간, 큰창자, 콩팥, 폐 등 다양한 기관들이 있습니다. 보통 각각 1개나 2개씩 있죠. 그런데 림프절이라는 기관은 무려 500~600개가 존재합니다. 목, 턱 밑, 겨드랑이, 사타구니, 주요 기관 주변 등에 밀집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림프절이 있는 걸까요?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림프절은 몸속의 면역 반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으로, 우리 몸에서 중요한 면역 기관 중 하나입니다. 세균과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는 보통 피부나 점막을 통해 침입합니다. 점막은 소화계, 호흡계, 비뇨계와 같이 신체 내부와 외부의 경계에 존재하죠. 몸의 외부에서 내부로 병원체가 침입하면, 그 조직에 있는 대식세포(macrophage) 같은 면역세포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합니다. 하지만 적응 면역의 주요 세포인 림프구(lymphocyte)는 조금 다른 과정을 거칩니다. 림프구 중에는 침입한 병원체에 대항하는 항체(antibody)를 만드는 B세포와, 바이러스 감염 세포를 제거하는 T세포가 있습니다. 이 림프구들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일단 침입한 병원체의 정보가 가까운 림프절로 전달되어야 합니다. B세포와 T세포는 다양한 병원체를 각각 항원(antigen)으로 인식하고, 특정 항원에 대해 특이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항원 특이성(antigen specificity)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항원 특이성을 가졌지만 아직 항원을 접하지 않은 미접촉(naïve) B세포나 T세포가 림프절에 많이 존재하여, 새로운 병원체에 대한 면역 반응을 준비하고 있죠. 잠시 림프액과 림프절을 상상해 볼까요? 림프액은 말초 조직으로부터 신체 중심 방향으로 흐릅니다. 림프관을 따라 이동하다가 결국 정맥에 합류하죠. 림프계에서 림프절은 림프관의 중간중간에 위치한 일종의 정류소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 말초 조직에서 시작된 림프액이 림프절과 만나므로, 림프절은 말초 조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파악하는 일종의 감시 초소라고 볼 수도 있겠군요. 이때 특정 말초 조직에서 흘러온 림프액이 도착하는 림프절을 배액 림프절(배출 림프절, draining lymph node)이라고 부릅니다. 피부나 점막 조직이 병원체에 감염되면, 그 병원체의 구성 성분들도 림프관을 따라 배액 림프절로 이동합니다. 배액 림프절에 도착한 병원체 성분은 항원으로 작동해, 이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B세포를 자극하고 활성화합니다. 항원에 반응한 B세포는 빠르게 증식하고, 결국은 해당 항원에 특이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들어 분비합니다. 병원체에 특이적으로 결합하여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항체 반응이 바로 림프절에서 시작되는 것이죠. T세포도 림프구의 일종이지만,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약간 다른 과정이 필요합니다.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수지상 세포(dendritic cell)입니다. 수지상 세포는 피부나 점막 같은 말초 조직에 존재합니다. 감염이 발생하면 병원체를 포식(식작용, phagocytosis)한 후 림프관을 따라 가까운 배액 림프절로 이동하죠. 이동 중에 수지상 세포는 포식한 병원체의 단백질을 T세포가 항원으로 인식하기 좋은 펩타이드(peptide) 조각으로 분해하고, 자신의 세포 표면에 있는 MHC 분자 위에 얹어놓습니다. 림프절에 도착한 수지상 세포는 MHC 분자 위의 펩타이드 조각을 항원으로 인식하고, 반응할 수 있는 T세포를 만나 자극하고 활성화합니다. 활성화된 T세포는 빠르게 증식하고, 특정 면역 기능을 수행하는 효과 T세포(effector T cell)로 분화합니다. 효과 T세포는 림프절을 떠나 감염된 말초 조직으로 이동합니다. 그곳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거나 세균을 포식한 대식세포의 세균 살상 능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죠. 어떤 종류의 T세포는 림프절에 남아 B세포의 항체 생성을 돕기도 합니다. 자, 다시 질문해 볼까요? 백신을 맞거나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왜 림프절이 부어오를까요? 그 이유는 림프절에서 면역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병원체나 백신의 항원이 림프절로 이동하면, 이에 반응하는 B세포와 T세포가 활성화되고 빠르게 증식하면서 림프절이 일시적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가능성도 있습니다. 림프절의 지속적인 부종은 림프절 자체의 감염이나 림프종 같은 종양이 원인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림프절의 일시적인 부종은 대개 우리 몸이 병원체와 싸우고 있다는 신호로, 단순한 부작용이 아니라 건강한 면역 반응의 증거입니다. 림프절이 부어오르는 현상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방어하는 놀라운 신체 능력을 다시금 깨닫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