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오래전 화성에 물이 있었다는 증거를 발견해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2023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지구로부터 20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에서 물의 흔적을 관측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과학계는 이처럼 다른 행성 내, 물의 존재 여부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사는 지구 표면은 70 % 이상이 물로 뒤덮여 있습니다. 지표면을 덮은 이 바다가 원시 생명체의 출현 당시 최적의 환경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과학계의 정설이죠. 그런데 만약 다른 외계 행성에서 물이 발견된다면 어떨까요? 그 행성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 혹은 존재했었다고 추론이 가능합니다. 행성 내 물의 존재 여부가 중요한 이유이죠. 생명체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화학 반응은 물에 의존합니다. 생체 분자의 합성과 분해 반응에 물이 관여하죠. 또 단백질, 핵산 같은 생체 분자들은 대부분 물에 녹아 있는 상태에서 작동합니다. 이처럼 물을 좋아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물과 결합하거나 물에 녹는 물질을 친수성(hydrophilic) 물질이라 합니다. 다시 원시 생명체의 출현 당시로 돌아가 봅시다. 원시 생명체 구성에 필요한 여러 생체 물질들이 물에 녹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원시 생명체가 살고 있는 장소는 바다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에 직면합니다. 만약 원시생명체가 내부 생체 물질을 주변의 물 환경과 분리할 수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원시생명체는 출현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물로 가득 찬 내부 공간을, 어떻게 물로 둘러싸인 외부 환경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었을까요? 이 때, 물을 두려워하는 성질의 소수성(hydrophobic) 물질인 지질이 관여합니다. 세포의 가장 바깥 경계면에는 인지질(phospholipid)로 구성된 세포막(plasma membrane)이 위치합니다. 그래서 물로 가득 찬 세포 내부, 즉 세포질(cytoplasm)을 세포 외부의 물 환경으로부터 물리적으로 분리합니다. 인지질은 보통 머리와 긴 꼬리 형태로 표현됩니다. 머리 부분에는 인산기(phosphate group)를 포함한 친수성 물질이 있습니다. 반면 꼬리 부분에는 지방산으로 구성된 소수성 지질이 위치합니다. 세포막을 사이에 두고 양쪽이 모두 친수성의 환경이기 때문에 하나의 인지질 층으로는 안정적인 세포막 구조가 만들어 지지 않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개의 인지질층이 사용됩니다. 인지질의 소수성 꼬리끼리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배치하고, 친수성 머리 부분이 각각 세포질과 세포 외부로 향하게 함으로서 안정적인 막 구조를 만들게 되는 것이죠. 이처럼 막이 세포에서 담당하는 가장 원초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은 바로 ‘구획화 (compartmentalization)’라 할 수 있습니다. 고해상도 전자현미경으로 원핵 세포와 진핵 세포의 세포질을 비교하면 막의 역할이 더 분명히 드러납니다. 원핵 세포의 세포질에는 여러 물질이 녹아 있지만, 현미경으로 구분 가능한 구조물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진핵 세포의 세포질 내부는, 다양한 종류의 막으로 둘러싸인 세포내 소기관(organelles)이 있습니다. 이 중 가장 안쪽에 위치한 막이 핵막입니다. 핵막은 핵산이 모여 있는 물로 가득 찬 공간인 핵질(nucleoplasm)을 주변의 세포질(cytoplasm)과 물리적으로 분리합니다. 핵보다는 작지만 막으로 둘러싸인 구형 구조물들 역시 많이 보이는데, 이 중 하나가 리소좀입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종류의 분해 효소가 많이 들어 있어 세포 내 물질 분해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진핵 세포는 특화된 기능을 담당하는 생체 물질들을 막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모아 놓음으로써 생체 활성 반응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였습니다. 그런데 다양한 생체 물질을 한 곳에 모아 놓기 위해 꼭 막을 이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세포 내에는 주변과 구분되지만, 막이 없는 세포내 소기관(membrane-less organelle)들도 많이 발견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핵 안에 있는 인(nucleolus)을 들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세포가 스트레스 받을 때 세포질 내에 만들어지는 스트레스 과립(stress granule)이 있죠.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막을 이용하지 않고도 수용성 환경에서 수용성의 물질들이 구획화될 수 있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