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긴 역사를 1년으로 축약하면, 인간이 등장한 것은 12월 31일의 마지막 순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찬란한 인류의 역사는 지구 입장에서 보면 매우 짧은 순간인 것이죠. 그럼에도 인류는 역동적인 기후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극지방의 오존층이 손상되었다가 다시 복구되는 변화 말입니다. 최근에는 대기의 이산화 탄소 농도가 높아지며 점점 지구가 뜨거워지는 지구온난화를 겪고 있기도 합니다. 기후의 변화는 생태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먼 과거엔 산소 농도가 높아 거대한 곤충이 살기도 했습니다. 공룡을 비롯한 생명체의 대멸종(mass extinction) 역시 기후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죠.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머나먼 과거의 기후를 파악할 수 있을까요? 화석은 먼 과거에 대한 다양하고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생물의 형태는 물론, 화석이 발견된 지층이 만들어진 시기나 당시의 환경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죠. 한편, 화학 원소를 이용해 정확한 시간을 알아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동위원소(isotope)를 이용해서 말입니다. 과학자들은 이제껏 118개의 원소를 발견했으며, 그 중 92개는 지구에 자연적으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실제 원자의 종류는 이보다 더 다양합니다. 동위원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동위원소는 양성자 수는 같지만 원자핵을 이루는 중성자 수가 달라 질량수가 서로 다른 원소를 말합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산소 원소를 살펴봅시다. 원자번호가 8인 산소의 원자핵은 8개의 양성자를 가집니다. 하지만 중성자 수는 제각기 다를 수 있습니다. 산소의 동위원소는 무려 18가지나 됩니다. 하지만 그 중 단 세 종류만 안정하게 남아있고, 나머지는 불안정합니다. 불안정한 동위원소는 방사선을 방출하며 안정된 다른 원자핵으로 붕괴합니다. 이처럼 불안정하여 붕괴하는 동위원소를 방사성 동위원소라고 합니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종류마다 고유의 속도로 붕괴합니다. 이들은 처음 존재하던 양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필요한 기간인 반감기(half-life)라는 값을 가집니다. 즉, 방사성 동위원소마다 고유한 반감기를 갖고 있죠. ${^{238}}\text{U}$(우라늄-238)은 반감기가 45억 년입니다. ${^{14}}\text{C}$(탄소-14)는 5,730 년마다 처음 양의 절반씩 붕괴되어 변화합니다. 제각기 다른 방사성 동위원소의 반감기를 이용하면, 오래된 화석이나 지층, 혹은 유물이 만들어진 시기를 계산해낼 수 있습니다.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연대를 측정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하지만 과거의 기후까지 추정하기 위해선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할 것입니다. 과거의 기후를 알아내려면 어떤 것을 이용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산소의 동위원소를 이용해 알아낼 수 있습니다. 산소는 지구의 지각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원소입니다. 금속 등 다른 원소와 결합한 산화물 형태로 지각 속 광물 속에 존재하죠. 공기 중에도 21 %나 함유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지구 전체를 덮고 있으면서도 기후를 결정하는 중요한 물질인 물($\text{H}_{2}\text{O}$)의 핵심 구성 원소이기도 합니다. 기후를 추정하는데 사용하는 산소 동위원소로는 ${^{16}}\text{O}$(산소-16)과 ${^{18}}\text{O}$(산소-18) 이 있습니다. 두 동위원소 모두 안정해 붕괴를 걱정하지 않고 관측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포함한 물의 순환 원리를 이용하여 과거의 기후 정보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바로 두 동위원소의 구성비를 이용해서 말이죠. 물의 순환과정을 강과 바다에서부터 살펴보도록 합시다. 강과 바다에서 물이 증발하면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갑니다. 이 때, 두 동위원소 사이에 차이가 나타납니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16}}\text{O}$이 ${^{18}}\text{O}$에 비해 더 많이 증발하는 것이죠. 이렇게 만들어진 수증기는 대기를 따라 떠다닙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비가 되어 지면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이번엔 무거운 ${^{18}}\text{O}$이 더 많이 땅에 떨어집니다. 그러면 지면의 ${^{18}}\text{O}$의 비율이 올라가게 됩니다. 한바탕 비를 내린 구름은 이동을 계속합니다. 높은 고도의 산지나 추운 기후의 지역으로 이동하면 눈이 되어 내리기 시작하겠지만, 이제는 ${^{16}}\text{O}$만이 남아있습니다. 자연스레 지층에는 ${^{16}}\text{O}$에 비해 유독 낮은 ${^{18}}\text{O}$이 관찰됩니다. 물론 정확한 기후를 추론하기 위해선 다른 정보가 더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산소의 동위원소 비율을 이용하여 대략적인 기후를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처럼 화학을 이해하면 과거의 기온이나 기후를 밝혀낼 때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화학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관련 정보는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원시 유공충(Foraminifera)이 퇴적된 양을 측정하거나, 식물의 꽃가루 종류를 파악하여 환경 정보를 얻을 수도 있겠죠. 황토나 나무의 나이테, 또는 안정한 금속 동위원소의 비율을 계산하는 방법 등 다양한 추론 방법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과거의 순간을 직접 살아가지 않았을지라도, 생생하게 되새겨볼 수 있다는 것이죠. 이처럼 과학을 통해 우리는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