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발견과 발명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따라붙습니다.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고안한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3~1727), 결투 전날 군론(group theory)을 완성하고 목숨을 잃은 에바리스트 갈루아(Évariste Galois, 1811-1832), 메모할 여백이 부족해 약 350년 동안 풀리지 않는 문제를 던져둔 피에르 드 페르마(Pierre de Fermat, 1607~1665)처럼 말입니다. 이 뒷이야기들이 진실일지, 과장일지, 허구일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지식과 재미를 주고, 기억하기 쉬운 힌트가 됩니다. 화학에도 몇 가지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옵니다. 카드놀이를 하다 영감을 받아 주기율표를 발명했다는 드미트리 멘델레예프(Dmitri Mendeleev, 1834~1907)의 이야기. 실험 후 손을 닦지 않고 식사를 하다 달콤한 맛이 느껴져 인공감미료가 탄생했다는 콘스탄틴 팔베르크(Constantin Fahlberg, 1850~1910) 이야기.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벤젠(benzene)의 고리 모양 분자 구조를 꿈에서 본 아우구스트 케쿨레(August Kekulé, 1829~1896)의 이야기입니다. 벤젠($\text{C}_6\text{H}_6$)은 6개의 탄소($\text{C}$)와 6개의 수소($\text{H}$)로 이루어진 간결하고 대칭적인 분자입니다. 탄소가 기본 골격을 이루는 유기화합물은 여러 개의 결합을 만들 수 있습니다. 탄소는 최대 4개까지 다른 원자와 연결될 수 있고, 이중·삼중 결합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벤젠은 전자기학의 아버지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가 가스등 연료를 압축시켜 성분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처음 발견했습니다. 당시 벤젠을 이루는 탄소와 수소의 개수는 확인됐지만 정확히 어떤 형태로 연결돼 있는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과학자들은 벤젠의 구조를 다양하게 추측했지만 딱 들어맞는 건 없었습니다. 1865년 1월, 케쿨레는 벤젠의 구조를 밝혀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후 그는 백일몽(day-dreaming)에서 구조에 대한 단서를 잡았다고 말했습니다. 케쿨레는 낮에 깜빡 잠이 들었다가 꿈속에서 자신의 꼬리를 물고 빙글빙글 도는 뱀을 보고 벤젠 구조의 실마리를 잡았다고 소개했습니다. 이 짤막한 이야기는 기묘한 해석과 함께 몸집을 부풀렸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꼬리를 먹으며 자라나는 뱀 우로보로스(Ouroboros)와 관련 지어 확대해석했습니다. 또 누군가는 나무에서 원숭이들이 손을 맞잡고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본 것이라고 하기도 했죠. 중요한 건 케쿨레가 단순히 꿈에서 본 형상을 기억해내 우연히 또는 운 좋게 벤젠 구조를 알아낸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백일몽은 꿈과 유사한 의식 상태로, 공상으로 가득한 각성 상태입니다. 주기율표의 구조를 끝없이 고민하다 몇 가지 계기로 완성해 낸 멘델레예프처럼, 케쿨레는 벤젠 구조에 대해 쉬지 않고 고민했습니다. 그런 케쿨레에게 다가온 번뜩이는 순간은 꿈과 현실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을지도 모릅니다. 케쿨레가 발견한 벤젠 구조는 반론할 수 없는 거대한 업적이지만, 백일몽에 대해선 여전히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첫 번째, 케쿨레는 훌륭한 연구자였던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꾼이었습니다. 케쿨레는 이전에도 꿈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1885년, 탄소의 화학 결합에 대한 이론을 정리할 때도 꿈속에서 서로 손을 잡고 춤을 추는 원자들을 봤다고 얘기했죠. 벤젠 구조 발견 이후 다시 한번 꿈 이야기를 꺼낸 건 사실일 수도 있지만 청중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약간의 과장일지도 모릅니다. 두 번째, 화학 결합과 구조에 대한 업적의 우선권을 차지하기 위해 이야기를 극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라는 부정적 관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각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케쿨레의 발표 이후 35년이 지나도록 그 누구도 우선권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시대를 살아가지도 않았으며 진실을 알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화학 결합과 벤젠 구조에 대한 케쿨레의 꿈 이야기는 대중이 기억하는 화학의 흥미로운 일화 중 하나로 꼽힙니다. 케쿨레는 갑작스러운 영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습니다. 이것이 성공적인 발견으로 이어지려면 ‘꿈’ 이상의 것을 해야 한다고 연설했죠. 끝없는 고민과 몰입 끝에 꿈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 순간 마주한 진실은 그 무엇보다 의미 있고 아름답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