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랙털 구조를 들어본 적 있나요? 프랙털은 1975년 수학자 브누아 망델브로(Benoit Mandelbrot, 1924~2010)가 처음 정의한 개념입니다. 이는 작은 조각이 전체와 닮은 형태로 반복되는 기하학적 구조를 말합니다. 이런 특징을 자기 유사성이라고도 하죠. 자연에서는 고사리, 번개, 눈의 결정 등에서 이러한 프렉털 구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 속에도 프랙털과 유사한 구조가 존재한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그렇다면, 우리 몸 안에서는 어떤 모습일까요? 소장은 복부의 좁은 공간에 최대한 긴 소화관이 들어갈 수 있도록 복잡하게 구부러져 있습니다. 소장 내부의 표면도 평평하지 않고 울퉁불퉁한 요철로 가득합니다. 그 요철의 표면을 확대하면 소장 내벽은 수많은 손가락 모양의 융모로 덮여 있고, 융모 표면은 한 층의 상피세포가 빽빽하게 배열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상피세포의 표면은 다시 미세 융모로 덮여 있죠. 이렇게 세 차례에 걸쳐 반복되는 구조 덕분에 소장 전체 표면적의 크기는 엄청나게 확장됩니다. 인체 표면적의 100배에 달하며, 이를 모두 펼치면 약 200~250 m$^2$ 로 테니스장 크기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이 크기는 가스 교환이 일어나는 폐의 내부공간인 허파꽈리(폐포들, alveoli)의 전체 표면적과도 유사합니다. 이처럼 복잡한 구조는 제한된 공간 안에 최대 표면적을 만들어, 최대 효율을 추구합니다. 소장은 영양분 흡수를, 폐는 산소 흡수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죠. 이 표면을 덮고 있는 상피세포(epithelial cell)는 단순히 방어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량의 수분과 물질 이동에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합니다. 소화관 상피세포 표면의 미세융모에는 또다른 복잡한 구조가 있습니다. 상피세포의 세포막에는 수많은 막단백질들이 빽빽하게 배열되어 있어, 마치 울창한 열대우림과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이 단백질들은 다양한 효소를 포함하고 있어, 음식물을 분자 수준으로 분해하고 세포막을 통해 흡수하게 합니다. 이러한 세포막의 열대우림 또는 솔과 같은 구조를 ‘솔가장자리(brush border)’라 부릅니다. 앞에서 말한 테니스장 면적에는 포함되지도 않을 정도로 매우 미세한 구조이죠. 프랙털 구조는 아니지만, 작은 공간에 반복적으로 배열된 콩팥의 네프론도 유사한 효율성을 발휘합니다. 네프론은 콩팥의 기능적 기본 단위 구조입니다. 모세혈관 덩어리인 사구체에서 혈액을 여과한 후 여과액이 미세한 관을 따라 이동하며 필요한 물질을 재흡수합니다. 나머지 노폐물은 최종적으로 소변으로 배출되지요. 우리 몸에는 2개 콩팥이 있습니다. 콩팥 하나에 약 100만 개의 네프론이 존재합니다. 이 네프론들을 한 줄로 연결하면 무려 80 km에 달한다고 하네요. 일반 성인의 경우 하루 180 L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여과액에서 포도당, 아미노산, NaCl, 물 등의 중요한 성분을 다시 몸 안으로 재흡수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네프론은 신체의 항상성 유지에 필수적입니다. 인간과 동물의 몸은 외부와 격리되기보다는, 막대한 양의 물질 교환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공간입니다. 이러한 교환을 통해 생리적 상태가 일정하게 유지되며, 동적 평형(dynamic equilibrium)이 이루어지죠. 세포들 사이의 체액(세포간질액, interstitial fluid)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포장 비닐과 같이 불투과성 막으로 최대한 동그랗게 싸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우리 몸의 기관들은 최대한의 표면적을 가진 프랙털 유사 구조를 통해 생명의 본질이 소통과 교환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과학자 마틴 리스(Martin Rees, 1942~)는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이는 원자 수준에서 우주 환경과 생명체가 동일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상징하죠. 동시에 생명체는 몸 안에 숨겨진 광대한 표면적을 통해 외부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한정된 시간 동안 생명을 유지하는 특별한 존재임을 알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