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전 세계를 뒤흔든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는 여러 가지 게임이 등장합니다. 그중에서 손에 땀을 쥐게 했던 게임 중 하나는 줄다리기였습니다. 참가자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높은 탑에 올라가 서로 마주 보고 줄을 당겨 상대 팀을 떨어뜨리는 경기였습니다. 할아버지와 여자 참여자가 포함돼 있는 팀은 힘의 약세가 예상됐죠. 이때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합니다. “줄다리기는 힘으로만 하는 게 아니야. 줄다리기는 작전을 잘 짜고 단합만 잘 되면 힘이 모자라도 이길 수 있어” 과연 힘이 작아도 줄다리기를 이길 수 있을까요? 줄다리기 속 숨겨진 과학의 원리를 알아보겠습니다. 줄다리기는 잡고 있는 줄을 더 많이 당기면 이기는 간단한 게임입니다. 물체를 움직이려면 힘이 필요하니까 당연히 큰 힘으로 당기면 상대방이 끌려오겠죠. 이 때문에 당연히 힘이 셀수록 유리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습니다. 힘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쌍으로 존재한다는 것이죠.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3~1727)은 운동 제3법칙에서 작용 반작용 법칙으로 이를 설명합니다. 물체 A가 물체 B에게 힘(작용)을 가하면 물체 B 역시 물체 A에게 힘(반작용)을 가하게 됩니다. 이때 두 힘은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입니다. 벽에 손을 대고 밀면, 마치 벽이 손을 미는 느낌이 드는 것도 작용 반작용 때문입니다. 나무에 줄을 매달고 당기면 세게 당길수록 끌려가는 힘을 느끼는데 이것도 역시 반작용 때문입니다. 따라서 줄다리기를 할 때 센 힘으로 당기면 당긴 힘의 크기와 똑같은 크기의 힘을 받게 됩니다. 줄다리기는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서 할아버지는 처음 10초는 그냥 버틴다는 전략을 제시합니다. 당기지 않고 버티기만 해도 줄다리기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죠. 이렇게 동일한 힘을 서로 계속 주고받으면 대체 누가 줄다리기를 이길까요? 뉴턴의 가속도 법칙인 F=ma에 의해 물체에 힘이 작용하면 물체는 가속도가 생겨서 운동 상태가 바뀝니다. 이때 가속도는 질량에 반비례합니다. 따라서 질량이 크면 줄다리기를 이길 확률이 높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줄이 끌어당기는 힘에 반하여 작용하는 힘인 마찰력입니다. 마찰력이 크면 그만큼 작용하는 알짜힘이 작아지고 결국 가속도가 작아져서 줄다리기를 이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찰력은 질량에 비례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마찰력의 크기는 면의 수직 항력에 비례합니다. 수직 항력은 물체의 무게와 같기 때문에 결국 질량 또는 무게가 클수록 마찰력이 큽니다. 보통 힘이 센 사람이 몸무게가 더 많이 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힘이 세면 줄다리기를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힘의 크기보다는 몸무게가 더 중요합니다. 마찰력은 마찰하는 면의 성질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이 마찰면의 성질을 마찰계수로 표현합니다. 비 오는 날에 차가 미끄러져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큰 것은 물에 의해서 자동차 바퀴와 바닥 사이의 마찰계수가 작아져 마찰력이 작아지기 때문입니다. 바닥과 물체가 완전히 딱딱한 강체라면 마찰력이 질량에만 관련되기 때문에 어떻게 서는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미세하게 살펴보면 바닥이나 신발 바닥은 무른 상태라서 변형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운동장에서 줄다리기를 할 때는 땅을 파서 발 받침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것도 마찰력을 크게 하는 방법입니다. 마찰계수를 크게 하는 간단한 방법도 있습니다. 겨울에 자동차 바퀴에 미끄럼방지 스프레이를 뿌리곤 하는데 신발 바닥에 뿌려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작용한 힘이 마찰력보다 크면 그 차이만큼의 힘이 알짜힘으로 작용해 끌려가게 됩니다. 반대로 작용한 힘이 마찰력보다 크지 않으면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는 것이죠. 발을 바닥에 완전히 밀착시켰다고 했을 때 줄에 의해 작용하는 힘은 손에 작용합니다. 이 힘이 발을 회전축으로 하는 돌림힘을 만들어 사람을 회전시킵니다. 즉 균형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마찰력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아서 끌려가게 됩니다. 돌림힘의 크기는 작용한 힘의 크기와 회전축으로부터의 수직 거리에 비례합니다. 따라서 자세를 최대한 낮추는 것이 또 하나의 필승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줄을 겨드랑이에 낀 상태에서 뒤로 몸을 눕히고 몸의 반동을 이용해 힘을 가한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쉽게 지지 않을 것입니다. 줄다리기가 단순히 줄을 끌어당기는 것만으로 보이지만 이 과정 속에 많은 과학 원리가 숨겨져 있다니 놀랍지 않나요? 작용 반작용의 원리는 사실 우리 생활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수영 선수가 손과 발로 물을 뒤쪽으로 밀어내면 물이 반작용으로 사람을 앞으로 밀어내죠. 로켓이 발사되는 과정도 같은 원리입니다. 연료를 연소시켜 가스를 외부로 분출하는데 이때 작용하는 힘에 의해 가스가 로켓을 위로 밀어 올리는 반작용이 로켓에 작용합니다. 힘이 작용하는 모든 곳에 작용에 따른 반작용이 나타납니다. 주변에 작용 반작용의 사례를 찾아봅시다. 과학이 좀 더 가깝게 느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