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대 역사서 ‘삼국유사’에는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떠올랐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당시 태양은 왕을 상징했기에 또 다른 태양이 떴다는 것은 국가에 큰 정변이 일어날 징조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이 불가사의한 현상을 바라봤다고 합니다.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뜨는 신기한 현상은 왜 일어났을까요? 정말 재앙의 징조였을까요? 하늘에 여러 개의 태양이 뜨는 현상은 ‘환일(sun dog, parhelia)’이라는 자연 현상입니다. ‘무리해’라 부르기도 하는 이 현상은 무지개처럼 빛의 굴절로 만들어집니다. 무지개는 태양 빛이 하늘에 떠 있는 물방울을 통과하면서 굴절과 반사의 과정에서 분산되면서 여러 색으로 보이는 현상입니다. 빛은 성질이 다른 매질로 들어갈 때 색에 따라 굴절하는 정도가 달라 퍼져서 나타납니다. 대기 중에는 물방울 외에도 얼음 조각이 많이 떠 있습니다. 이 얼음은 육각기둥 또는 육각 판 형태입니다. 빛은 이 얼음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굴절됩니다. 이때 여러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통틀어 ‘무리(halo)’라 부릅니다. 환일은 무리의 한 종류로 하늘에 떠 있는 얼음 알갱이에 의해 빛이 굴절돼 태양이 여러 개로 보이는 현상입니다. 태양이 두 개로 보이기도 하고 태양 양쪽에 두 개의 밝은 점이 생겨 세 개로 보이기도 합니다. 환일은 조금 큰 얼음 알갱이여야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자주 발견되진 않습니다. 그리고 태양이 지평선 근처에 있을 때 비교적 잘 관찰할 수 있습니다. 무리의 가장 대표적인 현상으로는 ‘햇무리(solar halo)’가 있습니다. 이는 태양 주위에 밝고 둥근 빛의 고리가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달 주위에도 이러한 고리가 나타나는데 이는 달무리라고 부릅니다. 아주 미세하게 색을 볼 수 있어 무지개라 부르기도 하지만 물리적으로 보면 발생과정이 조금 다릅니다. 햇무리는 대기 중 높은 곳에 떠 있는 얇은 권층운 내의 미세한 얼음 결정에 의해 생깁니다. 육각기둥 모양 얼음 알갱이의 옆면에 들어온 빛은 약 22°로 굴절합니다. 하늘에 얼음 알갱이가 많이 있는 경우 관측자의 눈과 태양을 연결한 선이 22°를 이룰 때 원형 고리 모양의 햇무리가 보입니다. 파란색이 빨간색보다 더 많이 굴절하기 때문에 햇무리는 안쪽이 빨간색 바깥쪽이 파란색을 띱니다. 무지개와 색 순서가 반대죠. 운이 좋으면 46° 정도 되는 위치에서 또 다른 원형 고리를 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46° 햇무리라고 부르는데 흔히 관찰되지는 않습니다. 햇무리를 좀 더 잘 관찰하고 싶으면 손가락으로 태양을 가리면 됩니다. 무리는 발생 원리나 모양에 따라 종류가 다양합니다. 높은 하늘에선 천정 호(circumzenithal arc)라는 예쁜 무리를 볼 수 있습니다.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이 현상 역시 육각 판 모양의 얼음 알갱이에 의해 생깁니다. 육각 판의 윗면에 들어온 빛이 옆으로 나오면서 형성되기 때문에 다른 무리보다 분산이 잘 돼 예쁜 색이 만들어집니다. 무지개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것처럼 보여서 ‘거꾸로 무지개’ 또는 ‘하늘의 미소’라 부르기도 합니다. 일출이나 일몰 시 태양 위쪽으로 빛이 기둥처럼 늘어선 ‘해기둥(sun pillar)’도 있습니다. 이는 얼음판의 윗면이나 아랫면에서 빛이 반사돼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22° 햇무리의 위나 아래에서 갈매기 날개 모양으로 빛나는 탄젠트 호(tangent arc)도 있습니다. 탄젠트 호는 태양의 고도에 따라 모양이 달라집니다. 특정한 지역에서만 관찰할 수 있는 무리로는 수평 무지개(circumhorizontal arc)가 있습니다. 이는 아치형 무지개와 달리 가로로 평평하게 펼쳐진 모양입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무지개 여신’(2006)에 등장하는 무지개가 바로 이 무지개입니다. 수평 무지개 역시 육각 판 형태의 얼음 알갱이에 의해 나타납니다. 옆면에 들어온 빛이 굴절해 바닥 면에서 나올 때 생기는데 무지개보다 훨씬 선명해서 더 신비롭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러한 조건이 만들어지려면 태양의 고도가 58° 이상이어야 합니다. 그보다 작은 각도에서는 전반사에 의해 빛이 하늘로 되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약 북위(남위) 55° 이상인 지역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또한 고도가 높아야 하기 때문에 보통 하지 무렵에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하늘의 노여움 불길한 징조로 여겨졌던 여러 현상도 과학을 통해 설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미스터리한 현상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우리는 이런 신기한 현상을 알아내기 위해 과학을 배웁니다.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그것을 밝히려는 노력이 바로 과학적 소양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