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이 재미난 상상을 한번 해 볼까요? 눈이 먼 장님 박쥐들이 모여 사는 동굴이 있었답니다. 박쥐들은 빛을 볼 수 없었지만, 초음파를 사용해 장애물도 피해 다닐 수 있었고, 서로 대화도 할 수 있었습니다. 박쥐들은 문명을 크게 발전시켜 동굴 속을 비출 강력한 초음파 발생기도 만들어 냈습니다. 초음파를 듣지 못하는 인간에게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캄캄한 동굴이었지만, 박쥐들에게는 초음파가 가득 찬 환한 대낮과도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머리가 아주 좋은 박쥐가 한 마리 태어났습니다. 한돌이란 이름을 가진 이 박쥐는 인간 세계의 아인슈타인과 같았답니다. 한돌 박쥐는 물리학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박쥐들이 발견한 물리학도 인간들의 물리학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사과가 중력 가속도 9.8 m/s²으로 낙하운동을 하는 것은 인간 세계와 완전히 똑같았지요. 다른 점이 있다면 인간은 눈으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박쥐는 초음파로 사과가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뿐이었습니다. 박쥐들의 역학은 인간들의 뉴턴 역학과 똑같았습니다. 박쥐들은 중력은 알고 있었지만, 전자기력이나, 약력, 강력, 이런 힘들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박쥐들에겐 뉴턴역학이 물리학의 전부였던 것이지요. 사실 인간도 중력과 전자기력만 알고 있었지, 약력이나 강력의 존재를 깨달았던 것은 백 년 정도밖에 안되었습니다. 박쥐가 물체의 속도를 재는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바로 물체가 공기속을 가로지르면서 내는 음파를 듣고, 그로부터 물체의 위치를 파악하여 날아간 거리를 측정하는 것이지요. 시간은 동굴 속에서 떨어지는 규칙적인 물방울 소리로 알 수 있었답니다. 박쥐들은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시간 간격을 1초라고 정의했습니다. 소리의 속도는 공기란 매질의 성질로 결정됩니다. 음원이 박쥐를 향해 달려 올 땐, 주파수가 더 높은 고음으로 들리고, 음원이 멀어질 땐 낮은 음으로 들릴 뿐, 소리의 속도가 더 빨라지거나 더 느려지지는 않습니다. 이를 도플러 효과라고 하지요. 박쥐들이 찾아낸 도플러 공식은 인간들이 찾아낸 도플러 공식과 똑같았습니다. $f=\frac{c\pm v₀}{c\pm vₛ}f₀$ 이 식에서 $f_0 $는 음원에서 발사된 초음파의 주파수이고, $v_0 $는 음원의 속도, $v_s$는 관측자인 박쥐의 이동 속도입니다. 이 식에서 분자에 있는 ±부호는 음원이 다가오면 +이고, 음원이 멀어지면 -입니다. 즉 다가오면 진동수가 늘어나고 멀어지면 진동수가 줄어드는 것이지요. 분모에 있는 ±부호는 관측자인 박쥐가 음원으로부터 멀어지면 진동수가 줄어야 하므로 +이고, 음원으로 다가가면 진동수가 늘어나야 하므로 -가 돼야겠지요. 그리고 여기서 $c$는 매질로부터 결정된 소리의 속도입니다. 이제부터는 좀 더 과감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차례입니다. 아인슈타인 박쥐는 과감한 선언을 합니다. “소리의 속도는 항상 일정하고, 그 어느 물체도 소리의 속도를 넘어 달릴 수는 없다.” 라고요. 사실 소리의 속도보다 더 빨리 달리는 물체가 박쥐에게 다가오면, 매우 이상한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먹잇감인 파리가 소리의 속도보다 더 빨리 박쥐에게 다가오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날아오는 사이에 파리는 시간이 지나가면서 나이가 들어가고요. 그럼, 박쥐는 나이 든 파리의 소리를 먼저 듣고, 그 파리가 젊었을 때 발사한 소리를 나중에 듣게 된답니다. 어찌 보면 시간이 거꾸로 가는 것을 관찰하게 되는 것이지요. 아인슈타인 박쥐는 이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합니다. 인간 아인슈타인이 찾아낸 특수 상대성 이론과 똑같은 법칙을 찾아낸 것이지요. 이 법칙에 따르면 길이는 로런츠 인자( $γ = \frac{1}{\sqrt{1 - \frac{v^2}{c^2}}}$) 만큼 줄어든 것처럼 관측되고, 시간은 로런츠 인자만큼 늘어난 것처럼 관측됩니다. 또 도플러 효과는 다음과 같이 수정되야 합니다. $f=\sqrt{\frac{c\pm v}{c\mp v}}f₀$ 사실 빛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박쥐들에게는 아인슈타인 박쥐의 상대성 이론이 딱히 틀렸다는 것을 알아낼 수가 없답니다. 왜냐하면 전자기력이란 힘을 모르기 때문이지요. 지금까지 해본 상상은 물론 문자 그대로 상상일 뿐입니다. 박쥐가 소리의 속도를 한계 속도로 놓고 특수상대론을 만들어 낸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지요.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해볼 수 있습니다. 혹시, 인간의 처지가 박쥐와 같은 것은 아닐까? 예를 들면, 중력, 전자기력, 강력과 약력 외에, 제5의 상호작용이 있고, 그 상호작용의 전달 속도가 빛보다 훨씬 빠르다고 가정해 봅시다. 만약,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만든 모든 검출 장치에 이 제5의 힘이 어떠한 반응도 남기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상호작용의 존재를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인간도 동굴 속 박쥐와 같은 신세일 수도 있는 것이지요. 우리의 동굴은 광활한 우주고, 초음파 대신 빛으로 관측하는 세상일 뿐이죠. 우리는 자연계에 4가지 상호작용이 있다고 배웁니다. 하지만, 이는 제5의 힘이 존재할 수 없다는 증명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찾아낸 힘이 4가지란 것이죠. 암흑물질을 지배하는 힘이 제5의 힘일 수도 있고, 암흑에너지 근원이 제5의 힘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알아낸 것만 알고 있을 뿐,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더 큰 세상이 이 우주와 우주 밖에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