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말에 공감하시나요? 성경에서 유래한 이 구절은 우주 탐사선 발사에도 해당됩니다. 네, 우주 탐사에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가 운명처럼 찾아오는 건 아닙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맞춰야 하는 타이밍이 있습니다. 소위 ‘천문학적 비용’이라는 현실적 장벽도 넘어야 하고요. 그렇다면 최소의 비용으로 가는 최고의 타이밍은 어떻게 정할까요? 정답부터 말하면, 호만 궤도를 통해 정합니다. 호만 궤도는 최소의 비용으로 두 천체 사이를 이동하는 궤도인데요, 발터 호만(Walter Hohmann)이라는 독일의 건축기술자가 1925년에 책으로 출판했습니다. 토목공학을 전공한 호만은 건축 분야에서 경력을 쌓으며 나름대로 명성을 얻었지만, 우주 탐사나 로켓 과학 분야에는 아마추어였지요. 하지만 어릴 적부터 우주 탐사에 관심이 많았고, 틈만 나면 우주 탐사 기술에 몰두했습니다. 호만이 활동하던 20세기 초는 과학 기술 혁신의 시대였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발표했고, 쥘 베른의 SF소설 ‘지구에서 달까지’가 불을 지핀 설렘도 가득했습니다. 로켓의 선구자로 불리는 로버트 고다드(Robert Goddard)와 독일의 V2로켓을 개발한 헤르만 오베르트(Herman Oberth)도 이 시기에 활약했지요. 전공자 못지않은 호기심과 열정으로 호만은 결국 우주 탐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하는 호만 궤도의 창시자가 되었습니다. 호만 궤도를 알면 우주 탐사선 항로의 기본 원리를 알 수 있습니다. 한번 살펴볼까요? 우주 공간에 태양과 지구처럼 상대적 질량이 무거운 천체와 가벼운 천체, 두 개가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뉴턴의 중력 법칙에 의하면, 질량이 가벼운 천체는 질량이 무거운 천체를 중심으로 원 또는 타원의 형태로 공전합니다. 원 궤도일 경우에는 공전 속도가 일정합니다. 이제 태양, 지구, 화성을 생각해봅시다. 먼저 지구와 화성의 공전 궤도 역시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원 궤도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원 궤도를 도는 천체의 공전 주기와 속도는 궤도의 크기, 즉 태양으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정해집니다. 태양에 가까울수록 속도가 빠르고 공전 주기가 짧습니다. 화성은 지구보다 태양으로부터 약 1.5배 더 멀리서 돌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구는 1년에 한 바퀴 공전하고, 속도는 초속 약 30킬로미터입니다. 화성은 약 2년에 한 바퀴 공전하고 속도는 초속 약 24 킬로미터입니다. 원 궤도와 달리 타원 궤도는 공전 도중에 속도가 변합니다. 무거운 천체에 가까워지면 속도가 빨라지고 멀어지면 조금 느려지지요. 수학적인 설명도 가능하지만 직관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질량이 큰 물체가 당기는 중력이 셀수록 빠르게 공전해야 합니다. 그래야 큰 물체에 끌려가지 않고 계속 공전할 수 있죠. 자, 이번에는 다른 물체를 상상해봅시다. 그 물체는 태양에 가까워질 때는 지구 궤도 근처까지 오고, 태양에서 멀어질 때는 화성 궤도 근처까지 가는 타원궤도를 돌고 있습니다. 지구 궤도 근처에서는 지구보다 빨리 공전합니다. 그래야 태양에서 다시 멀어지겠지요. 반대로 화성 궤도 근처에서는 화성보다 느리게 공전합니다. 따라서 다시 태양에 가까워집니다. 이런 궤도 운동을 반복합니다.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우주선이 이런 물체의 궤도를 따라 움직인다면 화성에 갈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지구 궤도에서 지구와 같이 공전하고 있는 우주선의 속도를 살짝 올려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바로 지구와 화성 사이를 오가는 타원 궤도가 됩니다. 단지 살짝 속도만 더해주었을 뿐인데, 화성 궤도까지 갈 수 있지요. 마치 고속도로를 탄 것처럼 말이죠. 화성 궤도에 도착할 때쯤에는 속도가 점점 느려집니다. 따라서 원 궤도를 도는 화성과 공전 속도를 맞추려면 이번에도 살짝 속도를 올려야 합니다. 그러면 우주선은 타원 궤도에서 벗어나 화성 궤도의 원 궤도에 안착합니다. 이렇게 원 궤도에서 타원 궤도로, 그리고 다시 원 궤도로 변경하며 우주를 탐사하는 효율적인 경로가 호만 궤도입니다. 이런 비유는 어떨까요? 평지 걷기는 쉬운데, 오르막길, 내리막길 걷기를 유독 힘들어 하는 사람을 상상해봅시다. 그런데 목적지가 언덕 너머에 있습니다. 가장 빠른 방법은 직진입니다. 언덕을 올라가야 합니다. 너무 힘들겠죠. 하지만 언덕을 멀리 빙 둘러 가면 시간이 걸려도 힘이 들지 않습니다. 호만 궤도는 산을 빙 둘러 가는 것과 비슷하죠. 그럼 호만 궤도를 사용하는 타이밍은 어떻게 찾을까요? 지구에서 타원 궤도를 통해 화성 궤도에 도착했을 때 화성을 만나야 하는 타이밍을 찾으면 됩니다. 그래야 화성과 나란히 공전하면서 화성을 탐사할 수 있습니다. 영화 ‘마션’을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화성을 탐사하다가 홀로 남겨진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궤도 역학 전문가가 나섭니다. 지구로 귀환하던 우주선이 지구를 그대로 지나치게 해서 다시 화성으로 보내자고 제안하죠. 이 구출의 여정에도 호만 궤도가 필요합니다. 한편 호만은 나치에 협력하기 싫어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무렵, 로켓 연구를 접었습니다. 하지만 호만이 제안했던 달 탐사선과 착륙선을 분리하는 아이디어는 훗날 아폴로 임무에 적용되며 빛을 발했습니다. 그리고 호만 궤도는 오늘날 모든 우주 탐사와 인공 위성 발사에 가장 기초적인 지식이 되었죠. 자신의 분야에 갇히지 않는 순수한 호기심이 우주 탐사 시대의 서막을 연 셈입니다. 지금 자신의 전공 분야만 공부하고 있나요? 호만처럼 순수한 열정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