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에 가면 사람들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무언가를 미는 듯한 독특한 자세를 취하며 사진을 찍곤 합니다. 그 뒤에는 아주 재미있는 건물이 하나 서 있습니다. 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시설물을 랜드마크라고 합니다. 파리의 에펠탑, 이집트의 피라미드,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이 도시의 랜드마크는 잘 만들어졌다기보다는 비정상적인 모습 때문에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바로 기울어진 탑으로 유명한 피사의 사탑입니다. 수많은 관광객은 이 기울어진 탑을 보기 위해 피사를 방문합니다. 피사의 사탑은 1173년에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200여 년 동안 총 3차례에 걸쳐 공사가 진행됐는데요. 역사적으로 유명한 부실 공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사라는 도시는 아르노강의 범람원 위에 세워져 지반이 매우 약했습니다. 이러한 지반에 높은 건물을 지으려면 지반을 잘 다져줘야 하는데요. 피사의 사탑은 지반을 다지기 위해 지하 3 m 정도밖에 파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지반이 그 하중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탑의 남쪽 토질이 상대적으로 물렀기 때문에 탑은 서서히 남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1372년 완공된 후에도 탑은 매년 조금씩 기울었습니다. 약 600년 후인 1990년엔 약 5.5°까지 기울어져 매우 위험한 상태가 됐습니다. 이는 탑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결국 탑이 기울어지고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규모 안정화 프로젝트가 진행됐습니다. 우선 지반 안정화를 위해 탑의 위층을 강철 케이블로 보강했습니다. 무게중심을 낮추기 위해 무거운 종도 제거했습니다. 이후 비교적 단단한 북쪽 지반의 흙을 제거하고 남쪽은 시멘트로 지반을 다졌습니다. 이러한 노력에 의해 피사의 사탑은 기울어진 정도가 약 3.97° 정도로 줄어 비교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떤 구조물이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물체에 작용하는 힘을 모두 더했을 때의 힘을 알짜힘이라고 하는데 알짜힘이 0일 때를 힘의 평형이라 합니다. 뉴턴의 운동 법칙에 의해 힘의 평형 상태일 때 물체는 가속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구조물이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또 다른 조건이 필요합니다. 바로 돌림힘의 평형입니다. 돌림힘은 물체에 힘이 작용할 때 물체가 회전하는 운동의 원인이 되는 물리량입니다. 물체의 무게중심에 작용하는 힘의 크기와 회전축으로부터 무게중심까지의 거리를 곱한 양이죠. 알짜힘과 돌림힘이 모두 0이 돼야 물체가 역학적 평형을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피사의 사탑이 넘어지지 않는 이유도 돌림힘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체가 기울어진다는 것은 물체의 받침점을 회전축으로 삼아 그 물체가 회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쉬운 예로 사람이 서 있는 상태를 생각해 봅시다. 사람의 몸은 조금만 뒤쪽으로 기울어져도 쉽게 넘어집니다. 반대로, 앞쪽으로 기울이면 비교적 안정한 상태에 있죠. 발이 앞쪽으로 나와 있어 어느 정도는 몸이 앞으로 기울어져도 무게중심이 발끝을 넘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물체가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무게 중심이 받침점 안쪽에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건축물을 지을 땐 아래쪽을 위쪽보다 더 넓게 설계합니다. 피사의 사탑은 무게중심이 아직 받침점을 벗어나지 않았기에 쓰러지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점점 더 기울어진 정도가 커지면 언젠간 쓰러질 위험이 있기에 서둘러 공사를 진행한 것이죠. 구조물이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아래쪽을 넓게 만드는 방법 외에도 무게 중심을 낮추는 방법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물체가 오뚝이입니다. 오뚝이는 무게 중심을 매우 낮게 만든 장난감입니다. 오뚝이가 기울어지면, 그 무게 중심은 높아집니다. 이때 중력에 의한 돌림힘을 받아 무게 중심이 낮아지는 원래의 자세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이와 같이 평형 위치에서 벗어난 물체를 원래 위치로 되돌리려는 힘을 복원력이라 합니다. 피사의 사탑 역시 복원을 위해 종을 제거해서 무게 중심을 낮췄죠. 배가 물 위에 안정적으로 뜰 수 있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똑바로 떠 있는 배에는 중력과 부력이 평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풍랑에 의해 배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면 무게중심은 왼쪽으로, 부력이 작용하는 부심은 오른쪽으로 이동합니다. 이때 배에 작용하는 중력과 부력에 의한 돌림힘이 배를 안정적인 자세로 만듭니다. 따라서 배에 물건을 실을 땐 무거운 것을 아래쪽에 둬 무게 중심을 낮춰야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다시 탑 얘기로 돌아오자면 현재 피사의 사탑은 점점 바로 서기 시작하고 있다 합니다. 2018년 기준으로는 안정화 프로젝트가 끝난 2001년보다 약 4 cm 정도 탑이 상승했다고 합니다. 피사 사람들은 사탑이 복구된 것은 환영했지만 똑바로 서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했다네요. 언젠가 사탑이 똑바로 서게 된다면 관광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나요. 하지만 피사의 사탑은 바로 선다 해도 건축학에 큰 공헌을 한 건물로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건축업자들은 지하로도 충분히 깊게 파 내려가서 건물이 기울거나 쓰러지는 것을 방지했기 때문이죠. 우리 역시 피사의 사탑처럼 지난 잘못을 보고 배워 바로 서는 사람이 되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