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얼마나 깊을까요? 바다의 평균 수심은 약 4000 m입니다. 그렇다면 이 깊은 바닷속 어디까지 햇빛이 들어갈 수 있을까요? 바다는 도달하는 햇빛의 양에 따라 유광층, 약광층, 무광층으로 나뉩니다. 이 수심층은 바다에 있는 부유물질이나 투명도에 따라 깊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유광층은 바다 표면에서 수심 200 m까지의 수층으로, 수심에 따라 도달하는 빛의 양이 줄어들어 유광층의 가장 아래에는 약 1 % 정도의 빛이 도달할 수 있습니다. 약광층은 수심 200 m부터 1000 m 사이로, 약간의 빛이 들어오지만 광합성을 하기엔 부족한 층입니다. 무광층은 수심 1000 m 이상으로, 빛이 거의 들지 않는 어두운 층입니다. 이렇게 바다의 깊이에 비해 빛이 들어오는 유광층은 정말 얇습니다. 그런데 햇빛이 닿지 않는 어둡고 깊은 바닷속에도 생물이 살까요? 그렇다면 이 생물들은 어떤 음식을 먹으며 사는 걸까요? 먹이사슬의 출발점에는 에너지를 통해 유기물을 합성하는 생물이 필요합니다. 햇빛이 잘 드는 바다 표층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통해 유기물을 만들어내지요. 이런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는 동물성 플랑크톤과 같은 포식자들은 대부분은 유광층이나 약광층에서 생활합니다. 그에 비해 무광층은 아주 고요합니다. 하지만 광합성을 할 수 없는 이런 깊은 심해에도 여러 생물이 존재합니다. 바다 표층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만들어낸 유기물은 중간에 분해되기도 하지만, 일부는 중력에 의해 해양 심층으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물질에는 플랑크톤의 시체나 껍데기, 배설물 등이 다양하게 포함돼 있습니다. 이렇게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은 유기물은 심해에 사는 생물들에게 좋은 먹이가 됩니다. 고래의 사체가 떨어지는 날에는 잔치가 벌어지죠. 심해에서도 미처 다 소비되지 않은 입자들은 해저 퇴적물로 쌓이게 됩니다. 심해로 떨어지는 물질들은 크게 생물학적인 입자와 비생물학적인 입자로 구분됩니다. 생물학적인 입자는 생물에서 유래하는 모든 입자를 뜻합니다. 유기물 덩어리와 해양 생물들이 껍데기를 만들 때 사용하는 오팔이나 탄산칼슘 조각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바다가 탄소를 저장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지요? 바다 표층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의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유기 탄소는 먹이사슬을 거쳐 1000 m 이상의 깊은 바다로 떨어지고, 퇴적물로 쌓이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탄소는 다른 권역에 비해 변화가 매우 느리게 일어나고 안정적인 지각권에 도착합니다. 마치 생물의 활동이 탄소를 바닷속 깊은 곳으로 밀어 넣는 것 같은 이 과정을 ‘생물학적 탄소 펌프’라고 부릅니다. 보통 표층에서 만들어진 유기 탄소의 1 % 정도가 해저 퇴적물로 쌓인다고 합니다. 바다 표층에서 떨어지는 입자 중에는 생물 활동과 관련 없는 비생물학적 입자도 존재합니다. 그 예로는 황사처럼 대기를 통해 해양으로 유입되는 입자나 육지 위를 흐르는 강물에 침식되어 바다로 이동하는 입자가 있습니다. 이런 입자들은 대부분 지각권, 즉 흙과 암석에서 유래된 점토 광물로, 무거운 포장지 역할을 합니다. 유기물이 분해되지 않고 바다 깊은 곳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게 둘러싸고, 입자를 무겁게 만들어 더 빠르게 침강할 수 있도록 돕죠. 생물학적 입자인 오팔과 탄산칼슘도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물질들의 양과 종류를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깊은 바다는 직접 연구를 하러 가는 것은 물론, 인공위성 같은 간접적인 방법으로도 연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해양과학자들은 ‘퇴적물 포집기’ 같은 장비를 무거운 추를 단 계류선에 부착한 후 바닷속에 설치합니다. 바닷속에 던져 넣은 퇴적물 포집기는 해양 심층으로 가라앉는 입자를 채취합니다. 이곳에 모인 입자들의 무게를 재고, 성분을 분석하면 이들의 정체를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장비로 연구한 결과,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물질들은 대부분 해양 표층에서 유래하지만 그 양이나 성분이 늘 일정하지는 않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예를 들어, 남극이나 북극처럼 해빙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얼음이 녹는 여름철에 더 많은 유기물이 바다 깊은 곳으로 공급됩니다. 햇빛이 강해 식물성 플랑크톤의 광합성이 활발해지기 때문입니다. 중위도 지역에서는 영양염이 풍부해 식물성 플랑크톤이 번성하는 봄철에 더 많은 생물학적 입자들이 바다 깊은 곳으로 떨어집니다. 태풍이나 소용돌이 같은 자연 현상도 바닷속으로 침강하는 물질에 영향을 줍니다. 하나 더! 바다 깊은 곳에 가라앉는 입자들이 다 새것은 아닙니다. 바닷속에서 물장구를 치면 모래와 점토가 뿌옇게 일어나는데, 이는 해저면에 쌓여 있던 오래된 유기물이 다시 떠오르는 것입니다. 떠오른 유기물은 해류를 따라 옆으로 이동해 오기도 한답니다. 이렇게 우리 생각보다 다양한 물질들이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