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태양계, 오리온자리 나선팔, 우리은하, 국부 은하군, 처녀자리 초은하단, 라니아케아 초은하단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힌트를 드리자면, 다른 사람에게 어느 장소의 위치를 알려줄 때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본부는 ‘300 Hidden Figures Way SW, Washington, D.C., USA’에 있습니다. 네, 바로 주소입니다. NASA 본부는 미국의 워싱턴 DC라는 도시에 있는 히든 피겨 웨이 SW 거리의 300번지에 있다는 뜻이지요. 마찬가지로 지구는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의 처녀자리 초은하단의 국부 은하군의 우리은하의 오리온자리 나선팔의 태양계에 있다는 말이 됩니다. 지구에서 시작해 규모를 확장해 대여섯 개의 상위 구조물을 거친 결과입니다. 그 마지막의 초은하단 라니아케아는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넓은 천상’이라는 뜻의 하와이어입니다. 이렇게 방대한 규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주의 하위 구조물과 이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상위 구조의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에는 태양과 같은 별이 수천억 개 있습니다. 대부분의 별이 은하 원반의 나선팔에서 태어나는데, 태양계 역시 오리온자리 나선팔에서 태어났습니다. 태양계는 은하 중심에서 약 3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 초속 약 220km의 속도로 은하 중심을 공전하고 있습니다.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속도가 초속 약 30km이니 일곱 배 이상 빠르지요. 은하 중심을 공전하는 별과 가스는 주로 중심에서 5만 광년 안에 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정체불명의 암흑물질은 약 100만 광년까지 뻗어나갑니다. 여러모로 우리은하와 특성이 비슷하고 가까운 이웃인 안드로메다 은하는 지구에서 약 250만 광년 떨어져 있습니다. 이웃 은하라고 해도 한쪽 은하에서 초신성이 폭발하면 250만 년이 지나서야 다른 은하에서 그 빛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는 중력으로 서로 잡아당기고 있으며, 초속 110km의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약 40억 년 뒤에 두 은하는 충돌해 하나의 은하가 될 운명입니다.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를 포함해 그 주변에 있는 수십여 개의 작은 은하 무리를 국부 은하군이라고 합니다. 국부 은하군의 지름은 약 1000만 광년입니다. 국부 은하군은 약 50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은하단에 초속 400km의 속도로 끌려가고 있습니다. 처녀자리 은하단은 국부 은하군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단으로, 수천 개의 은하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거대한 질량으로 국부 은하군을 포함한 여러 은하군과 두 은하단을 잡아당기고 있지요. 국부 은하군은 약 500억 년 뒤면 처녀자리 은하단에 합쳐지게 됩니다. 처녀자리 은하단에 끌려가고 있는 은하군 및 은하단을 통틀어 처녀자리 초은하단이라고 부릅니다. 자그마치 지름 1억 광년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이 거대한 처녀자리 초은하단조차 거대 인력체(great attractor)라고 불리는 영역을 향해 초속 600km의 속도로 끌려가고 있습니다. 이 영역은 관측이 어려운 은하수 방향에 있어 한동안 대상을 특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처녀자리 초은하단뿐만 아니라 서너 개의 초은하단과 수십 개의 은하단 역시 거대 인력체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동시에 은하수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섀플리 초은하단이 전파 관측으로 발견되면서 이 초은하단이 거대 인력체의 실제임이 밝혀졌습니다. 섀플리 초은하단을 포함해 이를 향해 움직이는 서너 개의 초은하단과 수십 개의 은하단을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이라고 합니다.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의 질량 구심점인 섀플리 초은하단은 두 개의 거대한 필라멘트 구조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습니다. 필라멘트를 따라 분포하는 물질은 필라멘트의 교차점을 향해 모여들게 됩니다.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은 필라멘트의 초은하단과 은하단을 지속적으로 집어 삼키게 됩니다. 우리 처녀자리 초은하단도 언젠가는 섀플리 초은하단과 합쳐질 운명이지요. 라니아케아 초은하단보다 상위의 구조물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현대 우주론에 따르면, 초은하단은 우주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가장 거대한 우주 구조물입니다. 초은하단의 규모를 정확히 알아내기는 쉽지 않지만,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의 지름은 약 5억 광년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본래는 끝이 없는 무한한 우주지만, 빛의 유한한 속도 때문에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 역시 유한합니다.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의 지름은 약 1000억 광년이며, 이 영역 안에는 초은하단이 1000만 개가량 있습니다. 그 너머의 영역에 관해서는 우리가 절대 알 수 없으니 우리와 인과적으로 단절된 영역입니다. 존재하더라도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