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 1841~1919)는 대표적인 19세기 후반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입니다. 이들은 풍경이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순간을 포착해 그림을 그렸습니다. 모네는 그림이 어두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물감 덧칠을 최대한 피했습니다. 대신 멀리서 봤을 때 색이 혼합된 것처럼 보이게 물감을 옆으로 나란히 칠했죠. 이 방법은 후에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 1859~1891), 폴 시냐크(Paul Signac, 1863~1935) 같은 후기인상주의 화가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이들은 작은 색 점들을 나란히 칠해 그림을 그리는 점묘법을 발전시켰습니다. 이렇게 물감을 섞으면 어두워지고, 옆으로 나란히 점을 찍으면 밝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빛의 합성을 통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망막에 있는 시각세포에 의해 빛을 인식합니다. 빛의 색은 시각세포 중 하나인 원추세포에 의해 감지됩니다. 원추세포는 세 종류가 있어 파장이 긴 빛, 중간 빛, 짧은 빛을 각각 인식합니다. 우리 뇌는 각 원추세포에서 인식한 정보를 조합해 색을 인지합니다. 우리는 파장이 긴 빨간색, 중간인 초록색, 짧은 파란색을 빛의 삼원색이라고 합니다. 빨간색과 초록색이 동시에 자극을 받으면 노란색으로 인식합니다. 같은 방법으로 초록색과 파란색은 청록색, 파란색과 빨간색은 자홍색으로 인식하죠. 세 원추세포가 같은 세기의 자극을 동시에 받으면 흰색으로 인식합니다. 빛은 세포의 자극으로 인식하는 것이기 때문에 빛을 더하면 더할수록 더 밝게 느낍니다. 그래서 빛에 의한 색의 합성은 빛을 더한다는 의미로 가산혼합이라고 부릅니다. 물감의 합성도 빛의 합성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가 인식하는 것은 빛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물감에서 어떻게 빛이 나오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빨간색 물감은 다른 색 빛은 모두 흡수하고 빨간색만 반사하는 성질이 있어 빨간색으로 보입니다. 파란색은 파란색만 반사하고, 초록색은 초록색만 반사합니다. 만약 빨간색과 파란색 물감을 섞으면 어떻게 될까요? 백색광이 빨간색 물감에 닿으면 다른 색은 모두 흡수하고 빨간색만 반사합니다. 그런데 이 빛이 파란색 물감에 들어가면 빨간색 빛도 흡수해 버립니다. 따라서 밖으로 반사돼 나오는 빛이 없어 어두운 검은색으로 보입니다. 물론 해당 색의 빛을 완전히 흡수하지 못하면 흡수하고 남은 색이 보이기도 합니다. 물감을 섞어 다양한 색을 만들 때 기준이 되는 색을 물감의 삼원색이라고 합니다. 물감의 삼원색은 청록(Cyan), 자홍(Magenta), 노랑(Yellow)입니다. 물감의 삼원색을 빨강, 파랑, 노랑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물리적으로 생각하면 잘못된 것입니다. 빨강과 파랑을 섞으면 검정이 되기 때문이죠. 빛의 삼원색 중 하나만 흡수하는 색을 만들어야 물감을 섞어서 여러 가지 색을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빨간색 빛만 흡수하는 청록색, 초록색 빛만 흡수하는 자홍색, 파란색 빛만 흡수하는 노란색이 물감의 삼원색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컬러 프린터의 토너도 이 세 가지 색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물감을 섞으면 섞을수록 다양한 색의 빛이 더 많이 흡수되기 때문에 물감의 합성을 감산혼합이라고 부릅니다. 인류가 탄생한 이후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색을 만들어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색에 대한 이론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과학자들은 사람이 색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몰랐을 뿐만 아니라 빛이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색에도 무지했습니다. 빛의 색이 무엇인지 밝혀낸 최초의 과학자는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2~1727)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프리즘을 통과한 햇빛이 여러 가지 색으로 나뉘는 현상을 관찰했습니다. 데카르트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태양 빛이 순수한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서 무지갯빛으로 물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흑사병에 의해 학교가 문을 닫자 뉴턴은 고향 집에서 약 2년을 머물렀습니다. 이때 어두운 방 한구석에서 창문의 작은 구멍으로 들어오는 한 줄기의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켰습니다. 반복된 실험 결과, 뉴턴은 햇빛이 여러 색의 빛이 합쳐져 구성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뉴턴 이후 색과 관련된 많은 연구가 이뤄졌습니다. 19세기 미셸 외젠 슈브뢸(Michel Eugène Chevreul, 1786~1889), 헤르만 폰 헬름홀츠(Hermann von Helmholtz, 1821~1894) 등의 과학자들은 광학과 색채학을 연구해 색채 혼합의 원리를 알아냈죠. 색은 광학적인 이론이면서, 인식의 과정에선 생리학적인 분야와도 연관돼 있습니다. 동시에 아름다움이라는 감성적인 인문학적 요소와도 연결돼 있죠. 융합을 강조하는 시대에 프리즘 하나로 빛의 본성을 밝혀낸 뉴턴처럼 물리, 생물, 인문의 연결고리 가운데에 있는 색을 공부해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