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은 중력이 너무 강해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영역을 말합니다.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니 블랙홀은 말 그대로 검은 구멍처럼 보입니다. 블랙홀의 이론적 근거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입니다. 일반 상대성이론 발표 다음해인 1916년 독일의 물리학자 카를 슈바르츠실트가 아인슈타인 중력장 방정식의 해를 찾아내면서 이를 이용해 블랙홀을 기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블랙홀이라는 명칭이 없었습니다. 1950년대 후반부터 일부 천문학자가 비공식적으로 사용하다가 1960년대 후반부터 널리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블랙홀이 천문학자의 관심을 끌며 일반 대중에게도 퍼져나간 계기는 퀘이사의 발견이었습니다. 퀘이사는 아주 작은 영역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내는 천체입니다. 퀘이사를 설명하려면 그 중심에 블랙홀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블랙홀이라는 명칭도 생겨났지요. 그렇다면 블랙홀은 검은 천체가 아니라 오히려 아주 밝은 천체가 되는 셈입니다. 물론 블랙홀은 혼자 진공 속에 있으면 에너지를 내지 못합니다. 호킹 복사를 통해 에너지를 낸다고 하지만, 실제 블랙홀의 호킹 복사는 너무 미미하여 아직은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현상입니다. 반면 현재 우주에서 볼 수 있는 블랙홀은 대부분 아주 밝게 빛납니다. 다만 블랙홀이 직접 빛을 내는 것은 아니고, 블랙홀 바깥에 있는 가스가 가열되어 빛을 내는 것이지요. 블랙홀이 빛을 내는 원리는 수력발전소와 비슷합니다. 높은 곳에서 물을 떨어뜨리면 가속된 물이 수차를 돌리고, 그 회전 운동을 전기로 바꾸는 것이 수력발전의 원리입니다. 낙차가 클수록 떨어지는 물의 속도가 빨라지는데, 낙차로 얻을 수 있는 최대 속도는 중력장의 탈출 속도입니다. 지구의 탈출 속도는 초속 약 11km로, 아주 높은 곳에서 물체를 떨어뜨리면 지구 표면에 탈출 속도로 충돌하게 됩니다. 중력장이 강한 영역에서는 물체가 매우 빨리 운동합니다. 블랙홀의 경우에는 탈출 속도가 빛의 속도입니다.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물체가 서로 충돌하면, 엄청나게 높은 온도로 가열되어 막대한 에너지를 빛의 형태로 방출합니다. 실제 블랙홀 주변에서 어떤 현상이 벌어질 수 있는지 시나리오를 하나 생각해 보겠습니다. 두 별로 이루어진 쌍성계가 있습니다. 두 별의 질량이 다르면, 무거운 별이 먼저 블랙홀이 됩니다. 가벼운 별은 수소가 소진되면서, 중심은 수축하고 바깥 부분은 팽창하는 거성 단계로 접어듭니다. 그러면 거성의 바깥 부분에 있던 물질이 블랙홀에 끌려가 블랙홀 주위를 돌게 됩니다. 이 물질은 회전 운동으로 납작해지며 원반을 형성합니다. 원반의 물질은 안쪽으로 갈수록 더 빨리 회전합니다. 따라서 궤도 반지름이 서로 다른 유체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면서 뜨거워집니다. 뜨거워진 원반은 빛을 내면서 에너지를 잃게 되어 서서히 안쪽으로 이동합니다. 이렇게 원반 형태로 서서히 블랙홀에 끌려들어가는 것을 부착원반이라고 합니다. 멀리서 돌던 물체가 서서히 안쪽으로 끌려들어가면서 중력 에너지가 빛 에너지로 바뀌는 것이지요. 부착원반이 블랙홀로 끌려들어갈 때 물질이 지닌 질량 에너지의 약 10%가 빛 에너지로 바뀝니다. 별 내부에서 일어나는 수소 핵융합의 에너지 전환율이 약 0.7%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블랙홀의 에너지 전환율은 매우 높습니다. 만약 블랙홀이 회전을 하고 있고 주변에 강한 자기장이 있다면, 부착원반을 통해 회전 에너지도 추출할 수 있어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보다 더 강력한 엔진이 될 수 있습니다. 부착원반의 수직 방향으로는 빠른 속도로 물질이 뿜어 나가는 제트가 만들어집니다. 제트는 특히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블랙홀에서 잘 나타납니다. 은하 중심부는 별이나 가스의 밀도가 매우 높아 부착원반이 생기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아주 좁은 영역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내는 퀘이사나 활동성 은하핵은 모두 블랙홀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미 50년 전에 천체물리학자들은 퀘이사가 발견되자마자 에너지원으로 블랙홀을 예측했는데, 그 근거가 바로 블랙홀의 매우 작은 크기와 높은 에너지 효율이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블랙홀 주변의 밝은 빛을 직접 촬영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전세계의 수많은 전파망원경을 동시에 이용해 처녀자리은하단의 거대 타원은하 중심부를 높은 분해능으로 관측한 결과 예측과 매우 흡사한 영상을 얻었습니다.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이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천문학자들은 블랙홀 바로 바깥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지요. 덕분에 간접적으로 알고 있던 은하 중심의 블랙홀을 확인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블랙홀의 질량과 회전 여부에 관해서도 더욱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