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소설가는 글을 쓰기 전에 독자에게 무엇을 전달할지 정해 놓고, 그에 맞춰 이야기의 진행 방향을 계획합니다.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J. R. R. Tolkein)은 등장인물의 성격을 미리 정하고, 그에 따라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머릿속에서 계산했다고 합니다. 이야기가 원래 의도에서 벗어나면 제대로 돌아올 때까지 등장인물의 설정을 계속 바꿨지요. 훌륭한 이론과학자도 소설가와 매우 비슷합니다. 이들에게는 “자연은 이렇게 작동해야만 해!”라는 통찰이 있습니다. 아직 본 적이 없는 현상도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습니다. 소설가가 등장인물의 설정을 고치는 것처럼, 이론과학자도 통찰에 맞게 이론을 조금씩 가다듬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과학자라고 해도 통찰이 틀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때문에 실제 자연과는 맞지 않는 이론을 만들게 됩니다. 심지어 훌륭한 이론을 잘못된 방향으로 고치기도 합니다.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과학자이자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바로 그런 실수를 했지요. 아인슈타인이 만든 상대성이론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1905년에 특수 상대성이론이 먼저 나왔습니다. 이에 따르면, 3차원 공간과 1차원 공간은 4차원 시공간이라는 개념으로 함께 다루어야 합니다. 물질의 질량과 그 물질의 에너지도 본질적으로는 같은 것입니다. 1915년에 만든 일반 상대성이론은 이것을 더 넓게 확장했습니다. 4차원 시공간과 그 안의 질량 또는 에너지는 서로 영향을 끼칩니다. 평평한 시공간에 질량이 큰 점 하나가 있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질량 때문에 점 주변의 공간이 휩니다. 근처에 또 다른 물체가 있다고 합시다. 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물체가 직선으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점에 가까이 오면, 공간이 휘므로 물체도 휘어서 움직입니다. 만약 한 점이 아니라 공간 전체에 에너지가 일정하게 퍼져 있다면 어떨까요? 어느 한 부분이 특별히 더 휘거나 덜 휘지 않을 겁니다. 놀랍게도, 그러면 공간 전체의 크기가 달라집니다. 시공간의 모양이 평평한지, 말안장처럼 바깥으로 휘었는지, 공처럼 안으로 휘었는지에 따라 공간의 크기는 계속 늘어날 수도 있고, 늘어나다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공간이 텅 비지 않았다면, 공간의 크기는 항상 변한다는 겁니다. 그런 공간이 실제로 있을까요? 네, 바로 우리 우주가 그런 공간입니다. 우리 주위를 보면 어떤 곳은 비었고 어떤 곳에는 물질이 많지만, 아주 넓게 보면 전체적으로 물질이 일정하게 퍼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 상대성이론이 옳다면, 우리 우주는 크기가 변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크기가 변한다는 결론을 무척 싫어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통찰’에 따르면, 우리 우주는 영원히 변하지 않고 안정적이어야 했습니다. 1917년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크기가 변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바로 자신의 일반 상대성이론을 고쳐 어느 공간에도 존재하고, 어디서나 양이 같은 신비한 에너지, 즉 우주상수(cosmological constant)를 집어넣은 것이지요. 만약 이 우주상수가 특별한 값을 갖고 우주의 크기가 특별한 값을 갖기만 하면, 우주의 크기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늘 끝 위에 농구공을 올릴 수 있을까요? 균형을 완벽히 맞추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기울어지면, 점점 더 심하게 기울어지면서 결국 굴러떨어집니다. 아인슈타인의 우주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우주상수의 값이 ‘특별한’ 값에서 조금이라도 다르면, 우주의 크기는 시간에 따라 변합니다. 한 번 바뀐 우주의 크기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고, 계속 더 심하게 바뀝니다. 즉, 아인슈타인의 우주는 전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게다가 1920년대 말, 에드윈 허블(Edwin Hubble)과 같은 천문학자가 외부 은하가 우리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는 우리 우주의 크기가 실제로 커진다는 사실을 뜻했습니다. 한참 뒤, 아인슈타인은 결국 우주상수를 도입한 일이 자기 인생의 최대 실수라고 인정했습니다. 이 우주상수는 한참 시간이 지난 뒤인 1990년대 말, 우리 우주의 약 70%를 차지하는 신비한 암흑에너지(dark energy)와 함께 화려하게 부활하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