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미디어아트를 본 적 있나요? 미디어아트는 빔프로젝트나 LED를 활용해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현대 예술이죠. 파도치는 바다나 거센 물줄기를 쏟아내는 폭포처럼 현실의 풍경을 생생하게 재현합니다. 이렇게 환상적인 빛의 실체를 연구한 과학자들이 있었습니다. 양자 물리에서는 빛이 입자의 성질과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가진다고 주장합니다. 도대체 물리학자들은 무슨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일까요?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3-1727)은 빛은 광원으로부터 사방으로 방출되는 알갱이들로 이뤄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입자설은 빛의 반사를 설명할 수 있었죠. 이에 비해 크리스티안 하위헌스(Christiaan Huygens 1629-1695)는 빛이 사방으로 전파되는 파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파동설은 빛의 반사 굴절 특히 회절과 간섭 현상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회절은 파동이 직진하지 않고 모든 방향으로 퍼져나가는 현상을 말하며, 간섭은 여러 개의 파동이 겹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한 파동의 마루가 다른 파동의 마루와 만나면 마루의 높이가 두 배로 높아지고, 골이 골과 만나면 골이 두 배로 깊어집니다. 파동의 진폭이 이렇게 증가할 때, 이를 보강 간섭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한 파동의 꼭대기가 다른 파동의 골과 만나면, 파동이 상쇄되어 사라집니다. 파동의 진폭이 이렇게 감소할 때, 이를 상쇄 간섭이라고 합니다. 슬릿이라는 가늘고 긴 구멍이 뚫려 있는 벽이 있습니다. 수직으로 빛을 비추고 벽 반대편에 위치한 스크린에 어떤 무늬가 생기는지 관찰합니다. 이 실험을 슬릿 실험이라 합니다. 빛이 입자라면 스크린에는 한 개의 가느다란 띠무늬가 생기겠죠. 그런데 스크린에는 띠무늬가 아니라 한가운데가 밝고 중앙에서 멀어질수록 어두워지는 회절 무늬가 생깁니다. 이제 슬릿이 두 개인 면에 수직으로 빛을 비추는 이중 슬릿 실험을 해 봅시다. 각 슬릿에서 나온 두 개의 빛은 뒤에 놓인 스크린에서 만납니다. 만나는 위치에 따라 두 빛의 경로차가 달라지므로 어떤 곳에서는 보강 간섭이 일어나고 어떤 곳에서는 상쇄 간섭이 일어납니다. 결과적으로 스크린에는 밝고 어두운 부분이 교대로 나타나는 간섭무늬가 형성됩니다. 슬릿 실험을 입자로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주 작은 구슬들을 슬릿이 있는 벽에 쏩니다. 슬릿을 통과한 입자들만 직진해 스크린에 도달할 것입니다. 입자의 궤적을 따라가면 스크린에는 한 개의 가느다란 띠무늬가 생기겠죠. 그런데 이 실험을 우리가 입자라고 생각하는 전자로 해보면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띠무늬가 아니라 빛으로 실험할 때처럼 넓은 폭을 가진 무늬가 나타납니다. 슬릿을 통과한 전자는 직진하기도 하고 경로가 휘기도 합니다. 스크린의 가운데로 직진하는 것이 가장 많고 경로가 많이 휘어진 것은 그 수가 적습니다. 전자를 이용한 슬릿 실험의 결과는 매우 예상 밖입니다. 전자를 입자가 아니고 파동이라 생각했을 때 이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런 결과만으로 입자가 파동의 성질을 지닌다고 주장하기는 힘듭니다. 이중 슬릿 실험을 하면 더 신기한 일이 생깁니다. 아주 작은 구슬들을 두 개의 슬릿이 있는 벽에 쏘아봅시다. 슬릿을 통과한 입자들만 직진해 스크린에 두 개의 가느다란 띠무늬가 생길 것이 예상됩니다. 그런데 빛으로 실험할 때처럼 여러 개의 밝은 띠가 나타나는 간섭무늬가 생깁니다. 전자를 파동이라 간주할 때 그 파동이 만드는 간섭으로 예측하는 결과와 완전히 일치합니다. 띠가 나타나는 위치나 세기 등이 말이죠. 실험이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므로 입자가 파동의 성질을 가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위 실험 결과는 언뜻 보아도 이상하지만, 사실관계를 꼼꼼히 따져보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슬릿은 보통 매우 작은 틈새입니다. 보통 1µm보다 작아서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중 슬릿 실험에서 두 슬릿 사이의 간격도 수 µm 정도입니다. 한편, 스크린에 나타나는 회절 무늬의 폭이나 간섭무늬의 띠 간격은 보통 몇 cm 정도입니다. 이제 이중 슬릿 실험 장치를 준비하고, 한쪽 슬릿을 막고 전자를 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가운데가 밝고 중앙에서 멀어질수록 어두워지는 무늬가 나타날 것입니다. 이번에는 다른 슬릿을 막은 후 전자를 쏘아봅시다. 두 슬릿 사이의 거리는 수 µm 정도이며, 스크린의 무늬는 폭이 수 cm 정도입니다. 이중 슬릿 실험 장치에서는 어느 슬릿을 막든 시각적으로 동일한 결과를 얻습니다. 하지만 두 슬릿을 모두 열면 무늬가 갑자기 완전히 바뀝니다. 밝고 어두운 부분이 교차하는 간섭무늬가 나타납니다. 그림에서 D점과 같은 위치를 생각해 봅시다. 슬릿을 하나만 열면, 그 슬릿이 위에 있든 아래에 있든 상관없이 전자가 쉽게 D점으로 이동합니다. 하지만 두 슬릿을 모두 열면 전자가 갑자기 그 지점으로 가지 않게 됩니다. 이중 슬릿 실험은 우리가 상상도 못 한 양자 물리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었습니다. 우리는 빛과 전자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모두 가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양자 컴퓨터를 포함한 양자 정보 기술이 공상 과학처럼 들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 이중 슬릿 실험이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나 과학은 새로운 발견을 통해 이해를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